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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비례대표 공천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신을 직접 2번에 '셀프 공천'했고, 제자 논문을 표절한 의혹이 일고 있는 홍익대 박경미 교수를 자신의 추천 권한으로 비례대표 후보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들이 비리방산업체에 취업해 논란이 된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노무현 전 대통령 폄하'라는 지적을 받은 칼럼을 쓴 김숙희 서울시 의사회회장등이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있던 것도 논란이다.

이와 같이 김 대표가 주도하는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김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례 2번 갖고 큰 욕심 하는 것처럼 인격모독 하는 것은 죽어도 못 참는다"라며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서 일할 생각 없다"고 강경하게 반발했다. 더민주 중앙위가 2번으로 배정된 번호를 14번으로 옮기는 절충안을 제안했지만, 격론 끝에 결국 2번의 순번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김 대표의 행보는 더민주 지지자들에게 논란거리가 되어 왔다. 보수인사들을 영입한 것이나, 청년비례대표 경선이 파행으로 치닫고, 필리버스터의 주역이었던 정청래 의원과 같은 사람이 공천을 받지 못한 것들이 주요 사례였다. 이번에 확정된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서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지지자들의 불만이 강력하게 폭발했고, 김종인 대표 역시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공격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대표의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

당무 거부에 들어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구기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 자택으로 들어서는 김종인 당무 거부에 들어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구기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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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더민주에서 이뤄낸 성과는 명확하다. 첫 번째는 긴 시간 동안 민주당계열 정당을 괴롭히던 '친노' 프레임을 벗어 던진 것이다. '친노패권주의'라는 단어는 문재인 전 대표가 사퇴를 하고 김 대표가 전권을 이어받으면서, 또 이해찬 전 총리와 같은 친노 인사가 공천에서 제외되면서 많이 불식되었다. 실제로 친노패권주의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그러한 말로 당을 흔들던 내부 인사나 외부 압력의 목소리를 줄여 당을 안정케 했다.

두 번째는 '운동권 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다. KBS뉴스9의 분석에 따르면 처음 제시된 추천후보명단에서, 1번부터 20번까지 범운동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는 4명밖에 없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21명 중 16명이 범운동권 인사로 분류된 것과 명확히 대비된다. 이와 더불어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도 운동권-486의 세를 약화시키면서, 김종인 대표 이후의 더민주는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변화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국민의당의 세력 확장을 저지시킨 것이다. 문재인 대표와 친노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만들어진 국민의당은 한때 전라도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더민주의 존재를 위협했다. 그러나 김종인 대표 자신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멘토였다는 점, 더민주가 국민의당이 매번 물고 늘어지던 친노패권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점, 국민의당에게 던진 전략적 통합 제안 등이 국민의당을 압박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날이 갈수록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전쟁이고, 패배하면 어떠한 것도 남지 않는다'고 흔히 말한다. 그간 김종인 대표의 강력한 결정들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더라도 통과되어 온 것은 선거 승리에 대한 열망과 그동안의 성과 때문이었다. 적어도 비례대표 논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김종인 대표가 당을 망치고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비례대표 논란은 그냥 넘어갈 일 아니다

비례대표 선정을 놓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 당원들이 청년, 노동자, 농민 후보자들을 우선순위에 배치해 줄 것 요구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비례대표 선정을 놓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 당원들이 청년, 노동자, 농민 후보자들을 우선순위에 배치해 줄 것 요구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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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그러한 김 대표의 성과나 전쟁이라는 목표만을 가지고 눈감기에는 문제점이 너무나 명확하고,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해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문제의 씨앗 중 하나인 김 대표가 비례대표 2번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과거 문재인 대표가 김 대표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직접 2번을 제안한 것임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성근 위원과 조국 전 혁신위원 그리고 문재인 전 대표 역시 '2번 유지'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중요한 것은 2번인가 14번인가가 아니다. 지금 김 대표와 더민주, 그리고 더민주 지지자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김종인 대표의 셀프 공천이 아니라 다른 비례대표들의 면면이다. 지지자들이 보기에 더민주의 성격에서 허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높은 순번 명단에 올랐었고, 올라있다. 정책시각이 전혀 맞지 않거나, 표절 의혹을 받고 있거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폄하한 인물 같은 경우는 비례대표 명단에 왜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더민주의 비례대표 명단은 더민주가 지향하는 바가 담겨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김 대표가 더민주에 온 이후 처음으로 김 대표에게 당 내부에서 대항하는 그림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당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간의 대립 속에서 어차피 한 번쯤 겪었어야 할 내부의 전쟁이다. 새로 당권을 틀어쥔 김 대표에 대한 기존 세력의 불만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전부터 해결해야 한다

제갈량은 신뢰를 얻기 위해 홀로 오나라로 향했다
 제갈량은 신뢰를 얻기 위해 홀로 오나라로 향했다
ⓒ 드라마 <신삼국>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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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은 김 대표와 더민주 기존 세력과의 전쟁이며, 필수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전쟁이다. 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데려온 제갈량을 관우, 장비가 따르지 않자 유비는 '제갈량이 곧 나의 말이다'며 무조건 제갈량의 말을 따를 것을 지시했지만 관우는 그 이후에도 한참 뒤까지 제갈량과 기싸움을 벌였다. 제갈량은 그것을 인지한 채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고, 그 뒤에야 관우와 제갈량의 내부 전쟁은 해결될 수 있었다.

이 내부의 전쟁에 대해 'SNS상의 여론일 뿐이다'라거나 '표를 얼마나 깎아 먹은 줄 아느냐'는 식으로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더민주 중앙위는 비례대표 순위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순번을 바꿨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 4명의 비례대표 전략공천권을 부여하면서, 사실상 '비례대표 2번'을 유지하는 예우를 갖췄다. 이제 김 대표가 갈라진 의견을 모으며 내전을 정리한다면, 승리의 제 1 조건은 갖춰진 것이다. 김 대표와 더민주는 지금 사태가 내부의 전쟁이며, 외부의 전쟁을 이기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태그:#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최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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