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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해수욕장 북쪽 끝지점에서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시설이 왕산마리나이다.
▲ 왕산마리나 왕산해수욕장 북쪽 끝지점에서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시설이 왕산마리나이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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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지난해 발표한 자체 감사 결과를 1년 만에 뒤집었다. 시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으로 활용한 왕산마리나를 조성할 때 대한항공의 자회사 왕산레저개발에 167억 원을 지원한 건 부당하다며, 지난해 2월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1년 만에 환수를 포기했다.

왕산마리나 요트경기장 지원금 환수가 법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시 스스로 밝힌 것이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 11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 때 "문화체육관광부가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한 결과, 왕산 요트경기장은 국ㆍ시비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체 감사 때 '부당 지원'이라며 소유권 확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던 시의 입장이 이렇게 1년 만에 뒤바뀐 것이다. 지난해 감사 결과를 두고 민선5기 시정부(송영길 전 시장)를 겨냥한 '정치적 감사' 또는 '표적 감사'라는 비판이 뒤따랐는데, 시 스스로 무리한 감사였음을 시인한 셈이다.

민선5기 시정부는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2011년 3월 30일 대한항공, (주)용유무의프로젝트매니지먼트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왕산마리나 전체 공사비(1500억원)의 11.1%에 해당하는 167억원(국비 50억원ㆍ시비 117억원)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은 1333억원을 투자해 방파제와 접안ㆍ계류시설을 설치하고 공유수면을 매립해 왕산마리나를 조성했다. 그 뒤 시는 왕산마리나를 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민선6기 시정부는 지난해 초 감사를 실시해 왕산마리나 조성에 국ㆍ시비를 지원한 것은 '아시아경기대회지원법 위반'이라고 했다. 시 감사관실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마리나항 시설 준공 후 소유권 이전일 전에 왕산레저개발과 협의해 167억 원에 해당하는 지분 확보 등, 소유권 확보 대책을 강구하라"고 했고, 아울러 "을왕산 원상복구 비용 또한 왕산레저개발이 부담하게 하라"고 했다.

시 감사관실은 아시안게임 경기장으로 사용했을지라도 민간경기장 건설에 국ㆍ시비를 지원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청은 대한항공 쪽에 167억 원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대한항공 쪽은 협약에 따라 진행한 사업인데, 시장이 바뀌었다고 지원금을 뱉어내라고 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한 협약서대로 하면 왕산마리나 공사용 가설도로와 진출입도로를 시가 개설하게 돼있어, 소송으로 치닫더라도 대한항공이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감사 결과가 나왔을 때 시 감사관실의 처분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비 50억 원을 지원한 것은 내부 심사와 검토를 거친 것인데, 시 감사관실이 이를 부당하다고 한 셈이라, 공직사회 안에서도 무리한 감사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정치적 감사'로 인천요트산업 허송세월

아울러 법 위반이라면, 관련 공무원을 문책하면 될 일이지 협약에 따라 공사를 진행한 업체에 지원금 환수 조치로 책임을 묻는 것 또한 무리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결국 시가 환수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당시 감사가 '정치적 감사'였음을 시인한 꼴이 됐다. 그 사이 행정력이 낭비됐고, 차세대 해양레저관광산업으로 각광받는 요트산업은 발목이 잡혀있었다.

요트 한 척당 크루(crew: 선원)가 적게는 3~4명, 많게는 5~6명 승선해야 한다. 또한 마리나 인근에는 요트수리시설과 선박용품점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게 일자리와 직결된다. 또, 요트산업이 발달하면 주변에 서비스업도 발달한다.

왕산마리나는 주변에 덕적군도에 속하는 천혜의 관광자원인 섬을 끼고 있다. 좋은 요건을 갖췄지만, 시의 무리한 감사에 발목이 잡혀 개장조차 못했다. 정치적 감사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지원금 환수 대신 하수처리시설 지원받자?

시는 법제처의 해석대로 지원금 회수가 법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환수를 포기하는 대신, 대한항공으로부터 왕산마리나 인근 하수처리시설 설치를 지원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산마리나가 있는 용유ㆍ무의 일대에는 아직 하수처리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을왕리ㆍ왕산 해수욕장의 수질이 오염된다는 우려가 있었던 만큼, 시는 하수를 하루 최대 3000톤 처리할 수 있는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업비는 18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시는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처지이고, 대한항공은 시로부터 기반시설(도로ㆍ전기ㆍ통신ㆍ가스ㆍ상하수도) 지원, 조성원가 이하로 개발용지 취득, 공유수면 매립에 을왕산 토석 무상 사용 등의 혜택을 받은 만큼, 시는 내심 대한항공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시의회 본회의 때 "민간사업자와 협의해 하수처리시설을 지어 시 재정에 도움이 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왕산마리나, #대한항공, #인천시, #유정복,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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