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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에 배포된 자료에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됐습니댜.
▲ 인권 기자회견장에 배포된 자료에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됐습니댜.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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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2시, 전남 여수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여수에 사무소를 둔 광주지방변호사 협회 소속 A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A변호사가 2014년 맡은 소송사건을 해명하는 자리였는데, 그 소송이란 여수갑 지역구 국민의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선 B씨와 C여인 사이에 발생한 사건을 말합니다.

그 소송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2014년 1월 C여인은 B씨를 공갈 협박합니다. B씨가 시장 선거에 나서려고 하는 상황을 이용해 C여인이 돈을 요구한 것입니다.

이에 현재 국민의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선 B씨가 A변호사를 고용해 2014년 1월말 C여인을 공갈협박죄 고소합니다. 결국 C여인은 재판에 져 2014년 2월 구속 수감됐습니다. 그리로 2개월간 교도소에서 생활한 뒤 A 변호사와 B씨에게 반성문과 각서를 쓰고 집행유예로 풀려납니다.

이후 20대 총선을 앞두고 D신문사가 B씨와 C여인 간 재판 내용을 보도하자 A변호사가 17일 "당시 사건을 직접 처리한 변호사로서 명예를 걸고 사건의 진실을 말씀드리고자"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기자회견문에 개인 실명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 실명공개 기자회견문에 개인 실명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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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각서와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반성문입니다.
▲ 각서와 반성문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각서와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반성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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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돼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회견 내용이 아니라 A변호사가 회견장에서 배포한 자료에 있었습니다. A변호사는 발표문과 함께 반성문과 각서를 첨부했습니다. 이들 자료에는 개인의 인권을 크게 침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여과 없이 담겨 있었습니다.

반성문에는 C여인이 직접 손으로 적은 '개인의 민감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각서에는 C여인과 아무 죄없는 자녀(당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C여인은 재판을 통해 범죄자로 판결을 받았습니다. A변호사 말처럼 '전과자'이자 '중범죄자'입니다.

하지만 범죄자에게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돼야 합니다. 특히 각서에 보증인으로 등장하는 자녀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이 때문에 A변호사는 더욱 신중하게 기자회견문을 작성하고 배포해야 했습니다. C여인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로 변했습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자회견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18일 오전, 전남 순천지역 법조계 관계자와 통화했습니다. 그는 통화에서 변호사법 제26조(비밀유지의무 등)와 변호사윤리장전 제23조(비밀준수)를 근거로 "변호사는 직무상 또는 업무상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자회견문에 반성문, 각서 등을 첨부해 C여인과 그의 자녀들에 대해 여과 없이 개인정보 유출을 유출하고, 이로 인해 이들의 인권을 짓밟은 것은 변호사로서 온당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의'와 '인권'은 같은 무게로 고려돼야 합니다

기자회견문
▲ 기자회견문 기자회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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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2시 전남 여수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 기자회견 지난 17일 오후 2시 전남 여수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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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작성한 민감한 반성문과 개인정보 유출을 A변호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기자회견 이후 A변호사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습니다. 필자와 한 통화에서 A변호사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부분은 사무소 직원의 실수였다, 업무 착오인 것 같다"며 "그렇게 실수한 부분에 당사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그에 따라 배상해드리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A변호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진정한 피해자는 여수갑 유력 경선후보자인 000 예비후보인데 그 사건이 지금에 와서 사실이 왜곡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거꾸로 2차 피해를 본다면 이것은 정의의 관점에 부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여수YMCA 김대희 국장은 "아무리 혼탁한 선거판이지만 개인의 인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데 법률전문가로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인권을 보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인 신상과 사적 내용을 다중에게 공표한 이번 기자회견은 그 저의를 심각히 의심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의'와 '인권'은 같은 무게로 고려돼야 합니다. 최근 여수갑 선거구는 전남지역에서 가장 혼탁한 선거구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 당 후보들이 기자회견을 엽니다. 말 그대로 혼탁한 선거가 치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개인의 인권은 철저히 보장돼야 합니다.

A변호사가 그토록 원하는 '정의'는 개인의 인권을 철저히 보호하는 토대 위에 세워집니다. 법률전문가는 누구보다도 개인의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합니다. 불행히도 이번 기자회견은 변호사가 나서서 B예비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C여인과 죄없는 두 자녀의 인권을 철저히 짓밟은 사건으로 기록될 듯합니다.


태그:#국회의원선거, #기자회견, #변호사, #인권,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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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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