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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무료로 진행된 공연을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5회 상설유료화하며 공연료는 4만원이다.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무료로 진행된 공연을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5회 상설유료화하며 공연료는 4만원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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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가 국기원과 함께 진행하는 태권도 공연에 구청과 산하기관 직원들의 관람을 종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강남구가 지난해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 문제와 관련 공무원들을 동원해 주민 서명을 받던 행태가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남구는 작년 8월부터 국기원에서 무료로 진행하던 'GREAT TAEKWONDO(위대한 태권도)' 상설공연을 지난달 23일부터 유료(1인당 4만원)로 바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5회 진행하고 있다.

공연은 3부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는데, 공연 이후에는 무대에서 관객이 직접 격파에 참여하고 국기원 시범단과 기념 사진촬영도 할 수 있다.

"실적 때문에 이미 본 공연 다시 봤다"

문제는 강남구가 관람객 수를 늘리기 위해 구청이나 관내 기관 직원들에게 무리한 관람을 요구하거나 주민대상 홍보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는 것.

강남구청 한 직원은 "지난달 23일 공연 개시 직후 부서장이 내부 게시판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연을 홍보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은 홍보라지만, 매일매일 실적을 보고받고 실적이 좋은 부서는 인사평가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하니 사실상 강제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 동주민센터 직원은 "몇몇 직원들은 유료화되기 전에 이미 본 공연인데도 실적 때문에 자기 돈 내고 같은 공연을 다시 보기도 했다"며 "구가 지난해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과 관련해 주민서명을 받을 때와 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일은 강남구 관내의 사회복지기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태권도공연과 복지시설이 무슨 상관... 구청의 갑질"

한 복지관 직원은 "구청의 참가 요청을 무시할 수 없어 개인 일정을 포기하고 태권도 공연을 보러가는 직원들을 봤다"며 "도대체 태권도 공연과 복지시설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거의 모든 사업에 있어 구청의 지원과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회복지시설들의 위치를 악용한 구청의 갑질"이라며 "복지관뿐 아니라 관내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른 복지관 직원은 "구청으로부터 태권도 공연을 관람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현재 참가 직원들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그런데, 그런 요청을 받으면 반드시 관람해야 하는 것이냐"고 불안해 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태권도공연이 시작된 초창기에 관람객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각 부서를 통해 홍보했지만, 자꾸 민원이 제기돼 지난주부터 모든 홍보를 금지하고 보고 싶은 사람만 보게 정책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부서 내 실적경쟁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는 여행사를 통해 외국인 관람객을 많이 유치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실적을 받았는데, 이게 와전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마저 말이 많아 현재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한 케이블뉴스 방송은 강남구가 태권도 공연 표 구매를 독촉하는 문자를 공개하며 '구청이 나서 표를 강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태그:#태권도공연, #강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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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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