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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이(딸), 땡글이(아들)는 학교 가는 거 스트레스 안 받아요? 우리 아이는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하네."
"어, 그래요? 저희 애들은 별 증상이 없…. 아! 이런 게 그런 증상인가요? 보름 정도 전부터 애들이 생전 없던 변비 증상이 좀 있어요. 방글이는 멀미가 난다, 어지럽다고도 하고…."
"맞아요. 그런 게 그 증상이지."
"방글이도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어린이집 시절부터 쌍둥이 남매는 비교적 기관에 적응을 잘한다고 믿고 있는 무심한 엄마인 저는 유치원에서 같은 학교로 입학하고 같은 반이 된 아이 친구 엄마의 말에 솔깃합니다. 가만히 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니 평소와 다른 점이 발견됐습니다.

이전에는 잠자리에 누워도 "엄마, 엄마, 이리 와, 잠이 안 오네" 등 한참을 꼼지락거리다가 잠들던 아이들이 입학식 이후로 5분 만에 깊은 잠에 빠집니다. 보름쯤 전부터는 약한 변비가 시작되면서 동그란 염소똥을 누기 시작했어요. 하루에 두 번씩은 꼭 화장실을 점유하고 시원하게 '응가' 하던 쌍둥이 남매가 염소똥을 싸느라 얼굴이 벌게지는 게 안쓰러워 과일 먹는 양을 늘리고 유산균을 사왔죠.

차를 타지 않고 있는데도 멀미가 나는 것처럼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는 방글이는 차만 타면 부쩍 어지럽다고 합니다. 어릴 때 잠깐동안 차만 타면 멀미를 하며 토하던 시기가 있어서 다시 그 증상이 나타나나 생각하고 무심히 넘겼습니다.

여전히 주말에는 온 식구 중 알람 없이도 가장 먼저 일어나지만 평일 아침에는 유난히 눈 뜨기 힘들어하는 땡글이. 태생이 잠이 없다가 크면서 잠이 늘어나나 생각하면서 빨리 일어나라고 잔소리를 했었습니다. 두 녀석 모두 '새학기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나 봅니다.

"학교 가기 싫어"라는 말을 안 해서 그만...

어떤 학생들은 '새학기 증후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도 한다.
 어떤 학생들은 '새학기 증후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도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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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증후군'이란 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면서 정신적·육체적 부적응 증상을 보이는 걸 말합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새로운 기관에 입소하는 아이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이런 증상을 무심히 지나칠 뻔했어요. 단순히 계절적 요인이거나 성장 단계의 일시적 불협화음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유치원 시절 '밥을 안 먹으면 유치원에 못 간다'는 협박에 울며 서둘러 밥을 삼킬 정도로 유치원에 가는 일을 즐거워하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도 당연히 즐거워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평소와 다른 건강 상태와 최근 들어 늘어난 아이들의 짜증 섞인 말투를 예사로이 여기며 훈계만 했던 게 미안해지더군요. 쌍둥이 남매의 초등학교 입학에 엄마인 저만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한다고 생각했지 아이들의 상태를 눈여겨 볼 생각은 못했던 겁니다.

부적응 상태를 눈치챈 다음엔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이상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해봤습니다.

'새학기 증후군' 체크리스트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마주할 그 어떤 자극보다 초등학교 입학으로 만나는 긴장감은 좋은 것, 예쁜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마주할 그 어떤 자극보다 초등학교 입학으로 만나는 긴장감은 좋은 것, 예쁜 것이라고 믿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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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하루 일과 중 가장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지, 젓가락을 사용해서 밥 먹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칠판 글씨는 잘 보이는지 등등. 며칠에 걸쳐 한두 가지씩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풀어냅니다.

친구들이 먹은 우유각을 모은 상자를 정리했다며 으쓱거려서 '우유 반장'이라고 추켜세워주고, 선생님의 요청으로 준비실에 다녀왔다는 아이에게는 '준비 반장'이라고 칭찬해줬어요.

다행히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더군요. 쌍둥이 남매의 '새학기 증후군'은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각종 의학적 조언에 따르면 아이의 기질에 따라 '새학기 증후군'을 심하게 겪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의 기질을 잘 아는 부모는 늘 아이를 살피고 조력자가 돼야 합니다. 다만 너무 앞선 도움으로 아이가 늘 부모를 의지하게 되는 건 피해야겠죠.

앞으로 쌍둥이 남매의 컨디션을 세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작은 일에 하나하나 반응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지켜볼 생각입니다. 세심함 보살핌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이지만 때로는 조금 무심하게 지켜보며 어려운 일 앞에서 해결 방안을 스스로 찾아내기를 기다려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새학기 증후군'은 무조건 나쁜 스트레스가 아니라 '좋은 긴장감과 새로운 자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마주할 그 어떤 자극보다 초등학교 입학으로 만나는 긴장감은 좋은 것, 예쁜 것이라고 믿으니까요. 지금까지 아이들의 컨디션에 조금 무심했던 것은 엄마가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자극을 스스로 극복하길 기다리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칩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새학기증후군,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70점엄마, #초등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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