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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정부는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가 밝힌 독자적 대북제재의 주요 내용은 ▲ 북한과 관련한 금융제재 대상의 확대 ▲ 북한과 관련한 해운 통제 강화 ▲ 북한과 관련한 수출입 통제 강화 ▲ 해외 북한 영리시설 이용 자제 등 크게 네 가지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책임이 있는 개인 40명과 단체 30개를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 개인과 단체에 대한 외환거래와 금융거래가 금지되며 국내자산은 동결된다.

또한 외국 선박이 북한에 기항할 경우 180일 동안 국내입항이 전면 금지되며, 남북간 물품 반출입 역시 통제된다. 북한의 외화수입 경로 가운데 하나로 지목받는 북한식당 등에 대해서도 이용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포기, 공약 실패로 이어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등 남북물류 확대 방안을 담은 박근혜 정부 대선 공약
▲ 박근혜 정부 대선공약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등 남북물류 확대 방안을 담은 박근혜 정부 대선 공약
ⓒ 박근혜 대선공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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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북제재 발표로 그동안 우리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범사업'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대북 제재 발표와 동시에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을 러시아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 하산에서 출발한 유연탄을 북한 나진항까지 철도(54㎞)로 운송한 후 이를 선박을 통해 국내 항구로 가져오는 남·북·러 복합물류 사업이다. MB정부 당시 중단된 이 프로젝트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에 협력하는 공동성명을 주도하면서 다시 구체화되었다.

실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실체화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 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등 3사로 구성된 우리 기업 컨소시엄을 통해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시범 운송도 진행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본 프로젝트를 5.24조치의 예외조항으로 밝히며, 적극 추진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북제재로 나진-하산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됨에 따라 직접적 남북교류협력은 물론 남북 간 간접적인 교류협력마저 중단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단일 경제권을 목표로 유라시아 국가 간 교통·물류·에너지 등을 연계하는 정책 방안이다.

즉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은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를 연결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의 실패선언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한 나진-하산 간 54km에 이르는 철도 개보수 사업, 경원선 철도 복원을 통해 남북철도복원,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추진해온 영일만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사업계획 역시 본래 의미를 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경 일변도 대북제재, 남북관계 장기적 전략 부족


지난 3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정부의 이번 제재 결의는 무기거래, 제재대상 지정, 해운·항공 운송, 대외교역, 금융거래 등 기존 제재 조치들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새롭고 강력한 재재 조치들을 포괄적으로 망라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제재 결의는 안보리 결의에 맞는 강력한 조치라는 평가다.

하지만 남북경협과 교류협력 차원에서 이와 같은 대북제재는 '최악의 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대북제재 강화는 북한의 피해뿐만 아니라 남한의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 경실련통일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24대북제재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의 피해는 15조8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당시에도 162일간 남측 입주 기업의 피해액은 1조566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정기섭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회장에 따르면 "정부가 개성공단 피해기업에 과연 구제를 해줄 마음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라고 밝혀 이들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공약 위반이나 대북 메시지를 지키지 않은 점 역시 문제다. 우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 대선 공약 중 '실크로드 익스프로세스' 공약이 이번 대북제재로 사실상 파기되었다.

마찬가지로 공약뿐만 아니라 드레스덴 선언, 광복절 축사 등에서 강조했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영유아 등 취약계층과 같은 인도적 지원 확대, 남북대화 재개, 개성공단 국제화, DMZ세계평화공원 등 역시 사실상 공약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략 역시 의문이다. 대북 강경책 일변도에서 지난 8.25합의와 같이 남북관계를 극적으로 풀어낼 출구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 당시 남북관계가 악화되었을 때도,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북경협은 유일한 대화창구 역할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산가족 상봉 등 주요 남북 합의 역시 남북교류에 따른 연락채널이 살아있는 상황이 밑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자서전에 5.24조치에도 불구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은 이유를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아선 안 돼'라고 기술해 대북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출구 전략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와 같이 '출구전략' 없는 대북 강경책 위주의 '치킨게임'은 남북 관계 총체적 단절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 남북교류협력은 전무한 상황이며 남북 연락 채널 역시 모두 단절된 상황이다.

즉 남북 직통전화 개설을 합의한 1972년 7.4남북공동선언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간 셈이다. 특히 지난 7일부터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면서 남북의 심각한 갈등과 대립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홍명근 기자는 (사)시민의날개 운영팀장 입니다.



태그:#통일, #평화, #남북관계, #한반도,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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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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