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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에 쌓인 표고 木 70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에 쌓인 표고 木 70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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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 솔밭이 야적장으로 둔갑했다. 인근 농장에서 '표고 목' 70톤을 쌓아 놓았지만 관리·감독을 해야 할 공주시는 상황 파악도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제보를 받고 찾아간 명승지에 둘레 70~80cm, 길이 130cm, 무게 20~40kg 정도의 베어진 참나무가 솔밭 인근에 쌓여 있었다. 묘목의 상태로 보아 표고버섯 재배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표고 목'으로 추정됐다.

"공주시 문화재 관리 능력, 땅바닥에 떨어졌다"

국가지정문화재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공주시가 세워 놓았다. 하지만 입구가 아닌 솔밭 안쪽에 세워 놓아 무용지물인 상태이다.
 국가지정문화재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공주시가 세워 놓았다. 하지만 입구가 아닌 솔밭 안쪽에 세워 놓아 무용지물인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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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는 "운동을 위해 찾았는데 솔밭과 바닥에 심어 놓은 화초가 다 망가질 정도로 많은 양의 나무를 쌓아 놓은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제보자는 "최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곳도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이자 공주시가 자랑하는 금강 6경에 속하는 곳인데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팀장은 "공주시의 문화재 관리 능력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 공산성(사적 제12호)에 소나무를 심겠다고 수백 년 된 나무를 베어 버리더니 이젠 문화재보호구역을 야적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화재 보호법 제13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보호'에 따르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는 해당 지정문화재의 역사적·예술적·학문적·경관적 가치와 그 주변 환경 및 그 밖에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사항 등을 고려하여 그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안으로 한다'라고 돼 있다. 주변 500m 구간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엄격히 제한되는 구간이다.

그리고 같은 법 제35조 '허가사항'에 따르면 '명승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거나 가지정된 구역 또는 그 보호구역에서 동물, 식물, 광물을 포획(捕獲)·채취(採取)하거나 이를 그 구역 밖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하여 행위를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인지 몰랐다, 10일까지 치우겠다"

취재가 시작되자 농장 관계자들이 1톤 차량을 이용하여 나무를 치우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자 농장 관계자들이 1톤 차량을 이용하여 나무를 치우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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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파악을 위해 공주시 문화재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참나무를 어떤 경위로 들여왔는지 물었으나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담당자는 "우리가 확인을 해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이후 연락을 주기로 했으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서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취재 결과 인근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장에서 쌓아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장 관계자는 "표고 목 70톤 정도로 농장에 대형 차량이 들어가지 못해서 임시로 이 공터에 쌓아 놓았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농장 관계자는 그러면서 "문화재 보호구역인지 몰랐다. 오는 10일까지 전량 치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무꾼과 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으로 금강에 빠져 죽은 암곰과 새끼 곰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제를 지내는 사당이다.
 나무꾼과 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으로 금강에 빠져 죽은 암곰과 새끼 곰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제를 지내는 사당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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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014년 2월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인근 강변 400~500평가량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당시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이 수질오염사고 합동 방제훈련을 목적으로 공주시에 평판작업 요청을 하면서 공주시가 문화재청의 협조도 구하지 않은 채 벌어진 일이었다.

명승 제21호 공주 고마나루는 충남 공주에 있는 명승지로 금강 변 나루 일대를 말한다. 고마나루에는 나무꾼과 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 현종(1010)과 조선 인조(1624)가 이 나루를 통해 공주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 멸망 뒤에는 이곳에 웅진도덕부가 설치돼 백제역사 중심 무대로 역할을 했으며, 천신·지신·산천신에게 제사를 올려오던 공식적인 국가 제당이기도 하다.


태그:#공주시, #명승 제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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