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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이 집단 매장돼 있는 홍성군 광천읍 폐광산 유해발굴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토지소유주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 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아래 조사단)은 6일 오후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 폐금광 현장에서 유해발굴 설명회를 개최했다. <관련 기사/ 군경에 살해된 'O병규'를 아십니까?>

이 자리에서 박선주 발굴단장은 "전국에서 수많은 유해를 발굴했다"며 "이 중 이 곳처럼 유해매장지가 제대로 남아 있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잘 보존해서 인권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름 1.2m, 가로 8m의 폐금광에서는 모두 21구의 희생자 유해와 수 십여 점의 유품이 발굴됐다. 이 중에는 탄두가 박혀 있는 두개골과 나무뿌리가 뼈의 골수를 관통해 박혀 있는 유해도 있었다. 유품 중에는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라이터도 나왔다.

공동조사단은 약 아파트 한층 높이로 복토된 흙을 파낸 뒤에야 폐광입구를 찾아냈다. 폐광 안은 몸집이 작은 한 사람이 겨우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폐광산 안에 퇴적된 돌과 흙을 파내는 데만 꼬박 8일이 걸렸다.

토지소유주는 '난색'... 홍성대책위 "보존방안 논의할 것"

충남 홍성군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 유해발굴 현장.
 충남 홍성군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 유해발굴 현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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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렵게 찾아낸 폐금광의 보존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공동조사단 관계자는 "인근에서 돼지 농장을 하는 토지소유주가 '여러 사람이 오가면 구제역 등 전염성이 있는 질병 방역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장 보존과 활용에 부정적 태도를 밝혔다"고 말했다.

김용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홍성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발굴 현장을 보존방안에 대해 토지소유주를 비롯하여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은 오는 8일까지 보존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유해발굴 후 원상회복 약속에 따라 발굴현장을 다시 메울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이곳 매장지를 그대로 본떠 또 다른 보도연맹 피해자가 희생된 홍성 용봉산에 재현하는 방안도 제기하고 있다.

광천읍 폐광산에서는 1950년 6월부터 10월까지 2차례에 걸쳐 보도연맹원 및 부역 혐의 등으로 최소 60여 명이 군경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굴된 유해, 안치 어디에?
홍성대책위 "오는 26일, 용봉산 위령비 옆에 합장 예정"


6일 오후 2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에서 벌굴하 ㄴ유해를 공개했다.
 6일 오후 2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에서 벌굴하 ㄴ유해를 공개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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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광천읍 폐광산에서 발굴된 21구의 유해는 홍성 용봉산 골짜기 희생자 위령비 부근에 합장할 계획이다.

김용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홍성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6일 "용봉산 골짜기에 마련된 희생자 위령비 부근에 추모공원을 조성해 합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령비가 있는 홍성 용봉산 골짜기에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또 다른 보도연맹원들이 군경에 의해 집단 희생된 곳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홍성시민장으로 정식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며 "이곳 현장이 있는 담산리 마을 주차장에서 꽃상여를 앞세워 노제를 지낸 후 용봉산 위령비에 안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광천, #유해발굴, #보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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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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