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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새롭게 취임했습니다. 전임 이태호 사무처장을 이어, 박근용, 안진걸 신임 사무처장이 취임했습니다. 참여연대의 신임 사무처장에게 거는 시민사회단체의 기대가 큽니다. 이 두사람이 앞으로 펼쳐나갈 계획과 꿈, 인간적인 모습들을 만나봅니다.

힘든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리석 채석장 노동자, 갈치잡이 선원, 산악구조대원, 응급실 의사 등 각종 직업이 이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차오를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타인의 일이 힘들어보여도 세상에서 제일 힘든 건 '내가 하는 일'이 아닐까. 참여연대 활동가로 일하는 나에게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또 하나의 극한직업으로 보인다.

'헬조선'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이슈들을 쫓아야 하고, 관련 사람들을 조직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종횡무진 뛰어야 하는 일. 그런 일이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는 되는 조직의 리더. 개인 시간도 별로 없고, 마음 편할 날도 없지만, 심지어 월급도 적은 직업. 웬만한 결심 없이는 소화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이 극한직업을 맡은 이태호 사무처장의 임기가 끝나고, 박근용·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이 공동으로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봄이 지척인데도 눈발이 휘몰아치던 2월의 어느 날, 참여연대를 이끌어 나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참여연대를 새롭게 이끌어 갈 박근용, 안진걸 공동사무처장
 참여연대를 새롭게 이끌어 갈 박근용, 안진걸 공동사무처장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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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일하게 됐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안진걸 : 벌써부터 일이 두 배 정도 늘어난 것 같고, 부담이 많이 되죠.
많은 분들의 헌신으로 참여연대가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됐는데, 그걸 더 발전시켜야 하잖아요. 벌써부터 일이 두 배 정도 늘어난 것 같고, 부담이 많이 되죠. 많은 분들의 헌신으로 참여연대가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됐는데, 그걸 더 발전시켜야 하잖아요. 서로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취지에서 공동사무처장을 하게 되었지만, 참여연대가 조직 내외부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적절하게 역할을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박근용 처장 및 동료들, 그리고 헌신적인 임원들, 든든한 회원들과 고민을 나누면 좋은 방향으로 갈 거라고 믿습니다.

박근용 : 지난해 사무처장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참여연대를 망치면 안 되니까 부담이 됐었는데, 지금은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하고 있어요. 안진걸 처장도 있고, 부족한 부분은 대표님들과 임원들에게 의지하고, 팀장이나 간사들에게도 역할을 나눠주면 되니까 혼자 끙끙 앓으면서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 입사할 때는 나중에 사무처장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겠죠?(웃음) 참여연대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뭔가요?

박근용 : 90년대 초반 학번이니까 학생운동을 경험했던 사람이었고, 졸업하고 나서 사회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지금도 '소금 행복'이라는 닉네임을 쓰는데, '소금과 빛'에서 착안해서 소금 같은 역할, 쓴 소리하는 역할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막상 졸업할 때가 되니까 너무 준비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풀이 죽어 있던 상황이었는데 아는 선배가 1~2년이라도 사회운동을 경험해 보라고 제안을 해서 공채를 통해 참여연대 활동을 하게 됐죠. 처음 경제민주화위원회 간사로 갔는데 장하성·김상조 교수, 김주영·김진욱 변호사, 이은정·김경률 회계사 등 쟁쟁한 분들이 있는 곳에서 재밌게 일을 배웠죠. 정말 잘 들어왔다고 생각했어요.

안진걸 : 저는 건설회사에 잠깐 다녔어요. 노동자들이 설계부터 감리까지 하는 대안 기업이었는데 6개월쯤 다녔을 때 97년 외환위기가 와서 회사가 망했어요. 일반 기업에 취직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닌데, 외환위기 이후에 노숙자와 자살자가 늘어나는 등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시민사회 단체에서 민생이나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여러 사람과 상의한 결과 참여연대에 입사하게 됐죠.

- 이렇게 두 사람은 1999년 참여연대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안진걸 처장은 1월, 박근용 처장은 12월에 입사해 굳이 따지면 안진걸 처장이 11개월 입사 선배다.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안진걸: 91학번들은 등록금 인하 시위에서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고 강경대 열사 사건 때문에 공유하는 정서가 있어요. 같은 학번인 친구가 들어와서 반가웠죠. 첫인상은 총명하게 생겼다?! 축구도 좋아하니까 '공차며연대'라고 소모임도 같이 했죠.

박근용 : 저는 신입이니까 말을 별로 안하고 조용히 있었는데, 안진걸 처장은 자기 주관을 잘 말하는 편이었고, 사무실에서 뭘 하면 눈에 띄는 사람이었어요. 먼저 들어왔다고 진걸이가 선배티도 많이 냈죠.

안진걸 : 저는 아니고, 제 동기들이 선배티를 많이 냈어요. 비슷할 때 들어왔으니까 평간사협의회 활동도 같이 하고, 때로는 선배들에 대한 불만도 터뜨리고 그랬죠.

박근용 :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웃음)

그저 '조용하고 성실한 사람', '활달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만 정리하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 신임 처장에 대해 궁금해 할 회원들을 위해 별자리의 힘을 빌어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봤다.

안진걸 참여연대 신임 사무처장
 안진걸 참여연대 신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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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 처장. 양자리. 솔직하고 본능에 약하다. 외로움을 못 참고, 우유부단하다. 노는 것을 좋아하고 낙천적이다. 말하는 게 거침없고 솔직해서 되게 강한 것 같지만 눈물도 많고 여리다. 열정파지만 성실파는 아니다. 양자리가 성실해 보이는 이유는 심심한 걸 못 참기 때문이다. 자꾸 뭘 하고 움직이고 정신 사납다. 그래서 친구 없이 못 산다. 간섭하는 걸 싫어한다. 맞나요?

박근용 : 낙천적인 건 맞는 거 같네요.
안진걸 : 눈물은 많지만 말할 때 거침없지 않은데…. 말조심 하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외로움보다는 심심함을 못 참는 건 맞아요. 그래서 운동도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술도 자주 먹죠. 근데 억울한 민초들 사연이 많으니까 심심할 틈이 없어요. 간섭하는 건 다들 싫어하지 않나요? 저도 부모님과 형제들이 간섭하는 걸 싫어하긴 해요.

다음은 박근용 처장에 대해 알아보자. 천칭자리. 인생을 무조건 즐긴다. 시꺼먼 야망도 구린 욕심도 없다. 전적으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가정 하에 휘둘리는 건 못 참는다. 사회적 성공이나 출세 같은 세속적인 것을 경멸한다. 유유자적하고 안정적인 삶을 희망하는 낭만주의자다. 천칭자리는 절대 홀로는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없다. 상대에 맞춰 적절함을 만들어 나간다. 그래서 개성만점인 사람들을 좋아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굉장히 중시하는데, 타인과 지내기 위해 소모했던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웃을 때 친절하고 포근하게 웃는다. 호감상이다. 그래서 상대방을 잘 유혹한다. 진짜 무서운 바람둥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신임 사무처장
 박근용 참여연대 신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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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용 : 바람둥이는 진짜 아니고, 욕망이 강한 거 같지는 않아요. 대신 일을 잘 하고 싶은 욕심은 좀 있어서 주변 사람을 지치게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안진걸 :박근용 처장이 인상도 좋고 총명해 보여서 인기를 끌 수 있는 타입이죠. (웃음)
박근용 :유유자적한 삶을 지향하는 건 맞아요. 낭만주의자여서 연극같은 데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거랑 어떤 모임이나 관계에서 상대방의 분위기에 맞추는 편인 건 맞는 듯해요.
안진걸 :앞으로 잘 맞춰주세요. (웃음)

두 사무처장이 어떤 사람인지는 다양한 행사와 모임을 통해 회원 여러분이 직접 판단하길 바란다. 일한 분야도 성격도 다르지만, 그래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일할 두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참여연대를 이끌어 갈까. 우리 사회에서 "참여연대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내외부의 평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박근용 :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참여연대 스타일의 단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독보적이었죠. 근데 지금은 문제를 조사해서 이슈를 던지는 개인, 단체, 미디어가 많아졌으니까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떨어져 보이는 거죠. 참여연대가 못해서라기보다 사회 전체가 발전해서 그런 거니까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안진걸 : 엔지오가 과도한 영향력을 가진 사회가 비정상적이죠. 정당도 제 역할을 못하고 시민사회단체도 미약하던 시절에 참여연대가 과분한 기대를 받은 면이 있었죠. 자연스럽게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민생이나 복지, 평화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힘을 키우고 활동을 제대로 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인 것 같아요. 오히려 영향력이 조정되는 부분을 통해 변화를 도모하는 동력이 생길 것 같고, 회원·임원·간사 등 구성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서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백인천 프로젝트'라는 책에서는 요즘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프로야구의 전체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민사회 분야도 역량 있는 시민단체가 많아져서 참여연대가 돋보이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렇지만 참여연대만의 강점을 계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이태호 사무처장은 청년참여연대와 시민참여 사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신임 사무처장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박근용 : 20주년인 2014년에 앞으로의 참여연대 활동 방향을 잡았잖아요. 여러 사람의 고민 속에서 나온 방향이니까 그것을 구현하는 게 우선이죠. 새로운 사회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시민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참여연대 와서 물어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장성과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태호 처장 시절에 집중했던 시민참여 활성화와 시민참여 플랫폼 개발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죠.

- 올해 4월에는 총선이 있고 내년에는 대선이 기다리고 있어요. 시민단체에도 중요할 수밖에 없는 시기인데, 참여연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안진걸 : 8년 동안 권력의 횡포나 혼용무도한 통치 때문에 시민들이 절망하고 있어요. 권력을 감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한 것과 못한 것에 대해서 확실하게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한 거 같아요. 그리고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일자리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죠. 예전에 권력자의 잘못된 행태를 물고 늘어진다는 의미에서 '불독 참여연대'라는 별명이 붙여졌는데, 좋은 정책이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것으로 변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참여연대가 제시한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해야죠.

박근용 : 지난 8년을 돌아보면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의 역량이 없으면 사회가 후퇴할 수 있다는 것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화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 시민들에게 권력이 별로 없다는 것을 절감했죠.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안해도 정권이 바뀌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도 느꼈고요. 노무현 정부시기에 시민운동에서 제일 많이 나왔던 얘기가 "지역으로 가자", "풀뿌리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부분도 중요하지만 중앙 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한 참여연대의 활동도 여전히 중요한 것 같아요. 청와대의 권한을 국회가 통제할 수 있는 제도, 민의가 잘 반영될 수 있는 국회의원 선출 제도, 검찰을 견제하는 제도가 필요해요. 지난 몇 년 동안 현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튼튼한 민주주의 제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안진걸,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 두사람에게 거는 시민사회의 기대가 크다
 안진걸,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 두사람에게 거는 시민사회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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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보하지 않는 튼튼한 '민주주의 2.0', 좋은 정책이 실현 될 때까지 밀고나가는 '불독 참여연대'를 기대해보자. 마지막으로 참여연대의 주요 구성원인 간사, 임원, 회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안진걸 : 최근 남북관계도 역주행하고 있어서 참여연대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큰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왕도는 없는 것 같고 더 많은 단체 및 시민들과의 연대를 늘려나가야 할 것 같아요. 권력에 쓴 소리도 잘 하고,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교육, 통신, 중소기업, 일자리,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회원과 시민들의 지지도 높아지고 좋은 의미의 사회적 영향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근용 : 회원을 늘린다는 것이 재정을 확충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참여연대와 가치를 공유하고 우리가 같이 꿈꾸는 사회 정책을 주변에 전파시키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회원 분들이 후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지만 참여연대 활동에 대해 주변에 조금 더 알려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어요.

사무처장의 리더십도 중요하겠지만, 참여연대는 사무처장이 혼자 좌우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임원의 한 명으로서 주요 결정 사항에 대한 책임은 져야겠지만, 임원이나 전문가들을 결합시키고, 상근자들도 주도성을 가지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야 근본이 튼튼한 조직이 될 것 같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잘못된 사회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의 허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다.' 이 지랄같은 상식을 깨는 건 슈퍼 히어로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한걸음씩 나아가면서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어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우린 결국 서로에게 정의를 부탁해야 하는 존재다.   - <정의를 부탁해> 에필로그 중에서 

우리가 안진걸·박근용 처장에게 정의를 부탁했듯이, 그들도 우리에게 같은 요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에게 부탁한 정의가 힘을 발휘해 '이기는 게 정의'라는 무서운 상식을 깰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선희님은 참여연대 미디어홍보팀 간사이자 참여사회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참여연대, #안진걸, #박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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