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 대화 나누는 김종인-이종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연일 이어지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보고 국민들은 이제 야당이 야당다운 역할을 한다고 환호하고 응원했다. 평소에는 채널 번호도 모르는 국회방송을 리모컨 선호채널에 등록하고 수시로 텔레비전을 돌려보며 지금은 어느 의원이 토론하고 있나 확인했다.

일부 국민은 주말에 직접 국회로 가서 방청석에서 필리버스터를 직접 보고 지지를 보냈다. 일부 의원들의 진정성 있는 토론과 테러방지법의 허구성과 독소조항들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헌법과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어제 밤 늦게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그리고 비상대책위 일부 의원들의 회동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는 결정이 긴급속보로 나왔다. 오늘 이종걸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중단을 공식화한 가운데 한 차례 더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마지막 발언자로 무대에 올라 필리버스터를 결산한 뒤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버스터 중단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과 지난 2월 2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한 선거구 획정안이 처리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우려한 것은 선거역풍이었다. 공중파와 종편 등의 주류언론들이 의도적으로 필리버스터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상황이고 선거연기의 덤터기를 야당이 쓸 수 있다는 이유로 긴급하게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선거준비 태세를 취한 것이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공천혁신안을 발표하고,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고, 김종인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모셔왔으나 역시 더불어민주당은 변한 것이 없었다. 그들은 선거와 국회의원 자리에 목을 매는 야당 국회의원일 뿐이었다. 그들에게 민주주의와 인권과 국민의 자유는 국회의원 선거에 이용되는 단어일 뿐이다. 모든 것에 앞서는 중요한 것은 바로 눈 앞에 닥친 국회의원 총선거였다. 선거역풍이라는 말도 안되는 단어를 언급하며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필리버스터가 선거를 위한 쇼였나? 선거에 앞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나?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밤을 새워 인터넷과 SNS에서 보냈던 메시지들은 뭐가 되는가? 테러방지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고 자평하는 야당을 보면서 절망했다.

더민주는 전날 국가정보원의 통신감청요건을 강화한 내용의 테러방지법 수정안과 정보위원회 상설화를 여당이 수용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새누리당은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러방지법 통과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파괴하고 여당의 정치공작을 가능하게 하는 법임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밤을 세워 필리버스터를 하던 야당이 선거구 획정이 끝나자 급하게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고 한다. 야당에게 민주주의와 인권과 자유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선거와 국회의원 자리였던 것이다.

비록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싸우는 야당을 기대하는 것은 이토록 힘든 것인가? 국회의원 자리 몇 개를 더 얻기 위해서 공중파와 종편이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야당이 어떻게 정권교체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김대중과 노무현같은 사람을 기대하는 것은 예수의 부활을 기대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까? 야당 내에서 싸우기를 두려워하고 비뚤어진 언론과 기득권 세력에 야합해서 국회의원 자리를 유지하려는 인물이 지금처럼 제1야당에서 큰소리 치고 있는 상황에서 희망은 없어 보인다. 오로지 선거 승리를 위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포기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을 아무런 절차적 정당성 없이 대표로 모셔오고, 한미FTA 통상교섭본부장을 하고 재벌 사장까지 했던 인물을 전략공천하겠다고 데려오는 더민주당에 무슨 기대할 것이 있겠는가?

더불어민주당에게 요청드린다. 제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시라. 세월호와 역사교과서 논쟁에서 힘없이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게 무릎꿇고, 테러방지법이란 스스로의 발목에 수갑을 채우는 법을 통과시켜주면서까지 이기려고 하던 국회의원 총선거 아니었던가? 답답하고 한심하다. 삼일절에 이런 소식을 들으니 숨이 턱하고 막힌다.


태그:#필리버스터 중단,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댓글3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