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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도 못보던 글을 이제 다 배워 초등학교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움에 목마르던 내 인생, 이제는 당당하게 기 펴고 살 수 있어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지난 24일 충남 예산군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제2회 예산군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이수자 졸업식' 주인공인 삽교신가·신양문해교실 학생 20명이 직접 쓴 초대문구다.

정갑희, 윤명숙 할머니가 졸업생을 대표해 답사를 하고 있다.
 정갑희, 윤명숙 할머니가 졸업생을 대표해 답사를 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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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졸업장과 학력인정서를 받은 학생들은 고운 한복에 검은색 가운, 학사모를 쓰고 시종일관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물론, 황선봉 군수와 박흥진 교육장도 참석해 어머니같은 학생들의 두 손을 맞잡고 함께 기뻐했다. 교육을 맡았던 문해교실 교사들과 군청 담당공무원들은 언제나처럼 분주히 오가며 뒷바라지를 했다.

여느 졸업식처럼 교육감상, 봉사상, 성실상, 우정상이 수여되고 송사와 답사, 졸업식 노래가 이어졌다.

<무한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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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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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을 대표해 답사에 나선 정갑희(신가문해교실) 할머니는 "은행에 가서 이름 석자 쓸 수 있게 됐고, 아들 딸에게 편지도 쓸 수 있게 됐다"라면서 "우리는 졸업을 해 떠나지만 우리처럼 배움에 목마른 노인 학생들이 문해교실에 다니며 꿈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기원했다.

윤명숙(신양문해교실) 할머니는 "많은 선생님이 아니어도, 좋고 화려한 교실은 아니어도 그 어느 곳보다 값진 곳이었다"라면서 "주름을 세월 삼아 같이 배운 동료 할머니들이 함께 졸업하게 돼 정말 기쁘고 수고하셨다"라고 인사했다.

행사장 밖 로비에서는 학생들의 수업자료와 시화가 전시돼 축하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글시 한 자 한 자에 담긴 정성과 꼼꼼한 필기내용, 평가점수, 내용의 진정성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무한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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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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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길 잘했다/ 쪼끔이라도 아니까// 어디 가서 메뉴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아/ 병원 가서 진료실 이름 보고 잘 찾아갈 수 있어/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틀리게 읽다가도 비슷하게 읽어간다// 공부하다 뜻대로 안돼 울고 싶을 때도 있었다/ 답답해서 죽을 뻔 했다/ 하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 시험점수가 잘 나와서 마음이 아주 감동스러웠다// 졸업이 다가오는데 계속 공부하고 싶어/ 공부 더 하고 싶어."-최청순(신양문해교실) 학생의 시 '공부할수록' 전문

신가문해교실과 신양문해교실은 지난 2014년 3월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력인정교실로 지정됐다. 지정 이전부터 운영을 했던 두 교실은 사실상 5년동안 초등문해교육인정 3단계 과정을 마치고, 지난 1월에 실시된 학력인정 종합평가를 모두 통과했다. 졸업생 20명 모두 고령을 극복한 열정 가득한 어르신으로 평균연령이 75세이며, 80세 이상 노인이 4명이나 된다.

한편, 예산군은 2009년도 7개 시범 마을을 시작으로 7년째 찾아가는 문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31곳에서 348명이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산수, 미술, 현장체험,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휴대전화 사용법, 보이스피싱 대처법 등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문해교실, #초등학력인정,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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