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작년 9월 방사한 황새 8마리 가운데 공원주변을 떠나지 않고 맴돌던 세 마리가 마침내 짝짓기 철을 맞아 지난 15일 전남 영광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허니문 길에 오른 화제의 주인공은 암컷인 민황이(K0003)와 수컷인 만황이(K0005), 세황이(K0006)이다. 예산황새공원에 따르면 생후 2∼3년이면 생식기가 성장하면서 보통 2월에 짝짓기를 끝내고 3월쯤에 4∼5개의 알을 낳는 생리적 특성을 감안할 때 2013년생인 이들 세 마리의 황새도 짝짓기를 위한 동반 허니문이 틀림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암수 단둘만의 여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황새는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부부(夫婦)로 살다가 한 마리가 죽으면 수절을 목숨처럼 여길 만큼 '1부(夫)1처(妻)제'를 중시여기는 동물이다. 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부부의 연을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신중한 성격이어서 암컷 한 마리에 두 마리의 수컷이 함께한 여행길의 이동 경로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들 황새는 지난 15일 전남 영광으로 날아가 이틀 동안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였다. 암컷인 민황이는 만황·세황이 중 누구를 신랑으로 맞을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지 않았을까.
집(예산황새공원)으로 귀가하는 길에 무안군까지는 세 마리가 함께했으나 각자 마음을 정리 했는지 18일부터는 이동경로가 달라 암컷 민황이는 홍성 홍북면을 경유해 당진 대호지면∼천안 직산읍을 통해 지난 21일 예산황새공원으로 귀가했다.
수컷인 세황이는 아산 선장면에서 당진 순성면을 경유해 지난 20일 민황이보다 하루 앞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세황이가 민황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만황이는 지난 17일 전남 무안에서 출발한 뒤 아산 송악면으로 날아가 지금껏 아산 온양4동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사회로 치자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애간장을 태우게 하고 있는 민황이에 대한 서운함의 표출이 아닌가 싶다는 게 황새공원측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찌감치 귀가한 민황이와 세황이도 결혼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모든 동물사회가 비슷한 것처럼 서로가 마음을 열어 부부의 연을 맺기로 약속이 되면 일단 보금자리인 집부터 먼저 마련하는데, 민황이와 세황이가 아직 둥지를 지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각관계의 치정에 얽혀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하는 인간사회에 비해 평화롭게 사랑을 호소하는 황새들의 모습은 우리 인간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