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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기자의 비즈니스 언프렌들리(Business Un-friendly)가 매주 목요일 찾아갑니다. 한주간 주요 경제와 기업 이슈의 속사정을 시원하게 풀어드리는 경제비평입니다. 장윤선-박정호 기자의 '팟짱' 방송과 함께 합니다.

▲ 김종철 "중국의 경제보복은 한국경제 파탄 귀결"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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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전략자산 F-22가 17일 오후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의 F-15K와 비행을 마친 뒤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전략자산 F-22가 17일 오후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의 F-15K와 비행을 마친 뒤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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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조간신문 1면에는 두 가지 내용들이 대거 실렸다.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인 에프-22 폭격기 앞에서 기자회견 하는 한국과 미국의 공군 사령관 사진이 하나다. 또 하나는 바로 전날 청와대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 내용이었다. 대체로 보수 종합지와 경제신문들이 이들 내용을 비중있게 다뤘다.

이들 언론들은 개성공단 파문이후, 미군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전한다. 어떤 날엔 무슨 군사전문 언론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니까... 이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뻔하다. 북한을 상대로 '우리 옆엔 든든한 미국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언론들의 머릿글을 장식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무역회의 발언 내용이었다. 사실 이날 공개된 서비스투자 활성화 내용은 이미 상당부분 알려진 내용들이었다. 대부분 작년말 경제정책방향과 올해 초 부처별 업무보고때 들어있는 것들이었다. 다만 눈에 띈 것은 '에어비엔비(숙박공유)', '우버(차량공유)'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를 사실상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는 것. 물론 공유경제를 둘러싼 경제학계의 논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는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한다.)

수십년동안 반복된 '기업 규제완화'...이번엔 백기투항?  

여하튼, 정부는 법령 등을 고쳐서 관련 규제를 풀기로 했다.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제 식상하기까지한 구호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역시나 박 대통령의 비유화법이 또 등장한다. "정부 입맛에 맞게 골라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내야만 할 규제만 살려두겠다"는 것.

이런 식이면 사실상 살아남을 규제가 얼마나 될지 갸우뚱 할수밖에 없다. 좀더 과격하게 해석하면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백기투항 선언이라고 할 정도다. 기업들은 일단 표정관리에 들어간 듯 하다. 드러내놓고 좋아했다간 역풍을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고위임원은 기자에게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현장에서 나타날지 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곤 "요즘 기업 환경이 너무 안 좋다보니까, 정부도 뭔가 제대로 된 액션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기자가 '정부가 액션을 취하면 기업들도 뭔가 내놔야하지 않나'라고 물었더니, "그것은 그때 가봐야..."라고 말끝을 흐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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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그래왔다. 과거 수십여년동안 기업활동에 방해되는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웠다. 특히 일부 재벌들은 오너일가의 경영 세습과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바꾸려고 했다. 이는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별 상관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규제들이 사라지고, 최근 몇년 사이 기업들의 금고는 현금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노동자의 임금이나 소득은 제자리에 맴돌거나, 크게 늘지 않았다. 오히려 일상적 구조조정에 시달리며 해고와 일자리 불안 등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 극심한 소비부진은 우리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그럼에도 정부와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대응은 전혀 딴 판이다.

현실 동떨어져있는 대통령의 경제인식, "기초체력 튼튼... 널리 알려라"

이날 박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위기 우려에 대해  "이럴때 일수록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안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적극 알려서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고 믿는걸까. 아니면, 그냥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홍보라도 제대로 하라는 것인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축은 수출 아닌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우리 수출에 비상등 켜진 지 오래다. 작년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올해 들어서도 개선될 기미가 안보인다. 오히려 지난 1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5%나 주저 앉았다. 지난 6년 5개월동안 이렇게 수출이 줄어든 적이 없었다. 물론 이런 수출 감소는 세계 경제, 특히 중국 등 신흥국가의 경기 둔화 요인이 크다. 우리 정부로선 어찌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학계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왔다. 일부 수출대기업(대부분 재벌중심) 위주의 경제운용을 하지 말라는 지적도 끊임없었다. 경제위기때도 기업 살리기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이외 서민, 노동자, 중산층을 살리는데 재정을 써야한다는 이야기도 오래됐다. 정부도 일부 진전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재벌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와 재정투입 등은 바뀌지 않았다.

현 정부 경제팀도 마찬가지다. 3기 유일호 기획재정부장관 겸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때 '올해 경제성장률 3% 이상 가능하다'고 했다가, 한달도 안돼 입장을 바꿨다. 심상치 않은 경제상황에 21조원 재정 조기 투입,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단기부양책을 꺼내들었다. 한 나라의 경제사령탑의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한국 경제에 이젠 한반도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원-달러 환율도 크게 올랐다. 개성공단 패쇄로 남북관계가 끝장 국면으로 가는 것 말고도 수많은 중소기업인과 가족, 노동자 등은 졸지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여기에 국내에 미국의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중국과의 관계까지 틀어지고 있다. 

중국은 잘 알다시피 우리 경제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은 연일 한반도의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사드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중국은 우리를 상대로 경제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 이미 지난 2000년 우리는 마늘파동으로 중국의 보복을 직접 체험한 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대놓고 경제제재를 하지 않겠지만, 중국이 우리 경제를 옥죌수 있는 카드는 많다고 한다. 실제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되면 한국경제는 말그대로 파탄으로 내몰릴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상 시나리오다. 단순히 가상 시나리오로 끝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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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개성공단, #박근혜 대통령, #사드, #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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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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