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월 금강이 얼음판에 녹조가 피어올랐다. →우측 얼음이 녹으면서 피어난 녹조.
 지난 1월 금강이 얼음판에 녹조가 피어올랐다. →우측 얼음이 녹으면서 피어난 녹조.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금강 전역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떠오르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물의 흐름이 막히니, 해를 거듭할수록 떠오르는 조류의 양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금강에서는 대한민국 최초의 얼음판 녹조가 공개되었다. 정부 국책기관까지 찾아와 녹조를 채집해 갔다. 얼음판 녹조 소식에 시민들이 일부러 금강을 찾기도 했다.

지난 13일 얼음판이 녹으면서 녹조가 있던 자리에는 한여름에나 봄직한 푸른 녹조가 발생하기도 했다. 주변이 온통 녹색 페인트를 군데군데 뿌려 놓은 듯 진풍경을 자아냈다.

얼음이 녹자 성큼 기온이 오르면서 봄소식을 알리듯 버들강아지가 개화하고 있다. 강물의 수온도 4~5도 정도로 치솟으면서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난다. 따뜻한 날씨로 겨울에 움츠리고 있던 운동객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강물에는 녹조와는 다른 색깔의 물질이 떠올랐다.

수온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얼음이 녹으면서 떠오르고 있다.
 수온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얼음이 녹으면서 떠오르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강물에 똥 덩어리가 둥둥 떠다녀요." 

세종시 첫마을에 산다는 한 주민의 말이다. 17~18일 양일간 금강을 돌아봤다. 첫 번째로 찾아간 세종보 선착장 인근은 각종 부유물로 가득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지난해 수온이 뚝 떨어지면서 강바닥에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로 보였다. 부유물은 세종시청이 보이는 마리너 선착장 인근까지 퍼져 있었다.

금강 자살 다리라는 오명을 쓴 세종시 불티교 인근으로 이동했다. 물가에는 누군가 제를 지낸 흔적이 보였다. 사과, 배, 대추 등등 과일과 꽃다발, 타다 남은 촛농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불티교 나루터는 누군가 불을 피워서 바닥이 뻥 뚫린 상태였고, 주변에는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한겨울에도 악취가 풍겨와... 예전엔 식수로 사용했는데"

지난 1월 금강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얼음 속에 박혀있다. ↓아래쪽, 얼음이 녹으면서 강바닥에 덕지덕지 한 조류사체.
 지난 1월 금강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얼음 속에 박혀있다. ↓아래쪽, 얼음이 녹으면서 강바닥에 덕지덕지 한 조류사체.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우리나라 12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사적 제12호) 건너편 둔치에도 날씨가 풀리자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지난 1월 환경부 수질등급 판정 기준표에 4급수 오염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발견된 곳이다. 이곳 또한 물가에는 조류 사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시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둔치에서 만난 한 주민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되던 2008년 전에는 인근에서 강물을 취수해서 시민의 식수로 사용할 정도로 강물이 맑고 깨끗했다. 넓은 모래사장은 소꿉놀이하던 곳인데... (4대강) 강물이 썩어서 그런지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겨울에도 냄새가 날 정도로 악취가 풍겨오는 곳인데 왜 썩은 강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담아 놓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둔치 앞 미르섬(하중도)은 금강 철교를 중심으로 좌측은 공원으로 만들어져 각종 화초가 심어지고, 백제문화제 축제장소로 이용되는 곳이다. 반면 우측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자연 상태로 보존된 곳이다. 그런데 공주시가 우측까지 공원 조성을 위해 지난 겨울 갈대와 나무를 제거하였다. 중장비로 밀어서 평탄화 작업을 해 놓은 것이다.

공주보 주변과 수상공연장, 쌍신공원, 백제큰다리까지 바닥에서 떠오른 조류 사체가 바람에 둥둥 떠다니면서. 큰 덩어리에서 작은 무리로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공주보에는 이끼벌레, 실지렁이 등이 있는 등, 금강에 있는 3개의 보 중에서 수질이 가장 안 좋다. 이곳에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조류제거를 목적으로 마이크로버블기를 설치했다.

수온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로 인해 강바닥에 조류 사체가 덕지덕지 하다.
 수온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로 인해 강바닥에 조류 사체가 덕지덕지 하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강변으로 출입하는 모든 도로는 쇠말뚝으로 채워져 있다. 백제보 상류 둔치공원은 300m가량을 걸어야만 물가에 닿는다. 여전히 강바람은 차갑다. 삐질삐질 땀까지 흘리면서 찾아간 물가는 공주보·세종보가 있는 상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온 상승으로 떠오르는 조류 사체와 바람에 떠다니는 부유물까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백제보 하류 6km 지점 부여대교 인근이다. 이곳에선 충남 서부지역 가뭄 해갈을 위한 목적으로 취수장에서 21km를 연결하는 보령댐 도수로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총 공사비 625억 원으로 22일 통수식을 앞두고 있다. 평균 2~3년이 걸린다는 공사를 착공 3개월 만에 끝냈다는 게 시공사의 입장이다. 4대강 사업에서처럼 공사 속도가 빠르다.

일부 중장비가 철수한 현장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속살을 드러낸 흙바닥은 질퍽거리고 강물은 흙탕물로 가득하다. 얼음이 녹으면서 둥둥 떠다니는 조류 사체까지 뒤섞여 아수라장이다. 한편, 이번 조류 사체는 지난해보다 15일 이상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태그:#4대강 사업, #금강 녹조
댓글1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