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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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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조절했을때 그에 따른 기대효과와 부작용이 있다. 지금 상황은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기대효과가 불확실한 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아래 금통위)는 2월 기준금리를 연 1.5%로 유지했다. 금통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이 총재의 표정은 담담했다.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시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선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나왔다. 금융위원회 추천으로 들어온 하성근 위원이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0.25% 포인트 금리 인하를 제시했다.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의견이 나온 것은 작년 6월 이후 8개월만이다. 게다가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의 실명이 바로 공개된 것도 처음이다. 금통위원의 의견들은 통상적으로 2주 후에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알려진다.

이주열 총재, 금리 인하 압력 거부... "기대보다 부작용 클 것"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실제 행동에 옮기는 것에선 신중했다. 그 스스로 이야기한 대로 금리 인하로 얻는 '기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기대효과'는 한 마디로 경기 부양이다.

이미 유럽을 비롯해 최근 일본 중앙은행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내놓고, 경기부양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유일호 경제팀이나 새누리당 등 정치권도 한국은행(아래 한은)에 직간접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과 유럽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폭락하면서, 마이너스 금리의 역습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로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기를 살리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금리를 당장 내리더라도, 경기가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작년부터 정부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한은 역시 7개월 넘게 금리를 동결해왔지만 경기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리 인하로 1200조 원에 달하는 가계 빚이 더 커질 수 있다.

신흥국 기업부채/GDP 비중 비교
 신흥국 기업부채/GDP 비중 비교
ⓒ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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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리를 내렸을 때, 자칫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의 유출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 이미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작년 하반기부터 외국자본의 유출이 커지고 있는 상황. 이 총재는 "이미 작년 6월부터 증권자금 유출이 시작됐고, 올 2월 들어선 채권 자금이 상당폭 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부작용'에 더 주목한 것이다. 

"통화정책이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

물론 이 총재의 이 같은 신중한 행보에 비판도 이어져 왔다. 일부 학자들은 중앙은행이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거의 없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2014년 이후 4차례에 걸쳐 1%포인트 금리를 내렸다"면서 "통화정책의 효과가 약화된 것은 세계적인 저성장과 저물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통화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질문에, 그는 "상식을 뛰어넘는 대응을 한 나라는 한결같이 기축통화국"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중앙은행들은 달러와 엔화 등 세계 기축통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비상식적인 정책을 편 지 7~8년이 돼 간다"면서 "교훈이라면 통화정책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화정책은 그야말로 경기대응 정책"이라며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지 구조적인 문제까지 해결하는 수단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비상적인 대응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경제위기에서 중앙은행이 앞장서 금리를 내리는 등 통화완화 정책을 펼친다고 해서 기대만큼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를 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시장 안정에 초점을 뒀다. 그리고 향후 닥칠지 모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곧 닥칠 가능성은 높다고 보지 않지만, 그런 가능성에 대해 경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저성장, 저물가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 역시 어렵다고 했다.

시장에선 결국 한은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기업의 수출 부진과 소비절벽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력도 거세질 것이기 떄문이다. 물론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의 뚝심이 언제까지 통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기준금리, #이주열, #마이너스 금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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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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