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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중학교 A교사가 기간제 신분이라는 것은 학생 모두가 알고 있다. 담임 반 아이들의 '진짜 담임샘' 찾기에 A교사는 다시 한 번 가슴 한편이 시리다.
 H중학교 A교사가 기간제 신분이라는 것은 학생 모두가 알고 있다. 담임 반 아이들의 '진짜 담임샘' 찾기에 A교사는 다시 한 번 가슴 한편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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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진짜 담임샘 언제 와요?"

H중학교 A교사가 기간제 신분이라는 것은 학생 모두가 알고 있다. 담임 반 아이들의 '진짜 담임샘' 찾기에 A교사는 다시 한 번 가슴 한편이 시리다. 정교사가 아닌 이상 이 아이들은 진짜 '내 학생'일 수 없다. 2015년 12월 31일 자로 복직하신다는 '진짜 선생님'의 소식에 A교사의 겨울 이적 시장은 다시 열리게 되었다.

A교사는 '진짜 내 새끼'를 만나기 위해 공립임용시험을 준비했었다. 기간제 교사 생활과 공부를 병행한 지 벌써 5년. 바뀐 교육과정만 세 번이다. 왜 올인하지 않느냐는 말은 모르는 소리다. 1년 내 공부만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약 1천 만원가량으로 소위 흙수저인 A교사는 엄두도 낼 수 없다.

20대 1의 경쟁률이지만 기대했던 공립 임용은 이번에도 불합격이다. 하루 정도 마음을 달래고 사립 정교사와 기간제 공고를 다시 정리해본다.

정교사 지원료 5만 원. 어쩔 수 없다. 이맘때면 들어가야 하는 필수 비용이다. 작년에 작성해두었던 자기소개서 파일을 열어 다시금 왜 내가 교사가 되고 싶은지를 피력한다. "저는 진짜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가 학생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추운 겨울 이적 시장을 넘긴 선생님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진짜 선생님'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흉흉한 교단이지만 A교사는 가짜 선생님으로라도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학교 내 가짜 선생님 현황과 문제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박호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강동4)이 2015년 12월 10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정규교사 및 기간제 교사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내 중학교의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비율이 5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도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비율은 정규직 교사 대비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과 비교하여 1160명이 감소한 정규직 교사와는 달리 기간제 교사는 816명이 증가하여 서울시 각급 학교의 기간제 교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높은 '가짜 선생님' 비율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교사의 소명의식은 교육의 질로 연결된다. 계약직 교사가 자기만의 교육적 신념을 교단에서 펼치기는 어렵다. 계약 연장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학교장, 교감의 눈치를 보며 주어지는 업무만을 충실히 이행하야 하는 것이다. 학교 관리자에게는 말 잘 듣는 교사가 필요하다. 이는 가짜 교사의 자율적 교육 방향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 가짜 교사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일들이다.

또 가짜 교사는 들어오는 모든 불만사항은 감수해야 한다. 최근에 일어난 학생들의 폭행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이천의 기간제 교사는 가짜 교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문제를 만들지 않고 모든 교사, 학생, 동료 교사의 불만 사항을 소화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 가짜 교사의 사명인 것이다. 눈치 보는 교육을 감당해야 하는 가짜 교사에게 우리는 '진짜 교육'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진짜 선생님 만들기

연도별 기간제 교사 비율 추이
 연도별 기간제 교사 비율 추이
ⓒ 한국교육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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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기간제 교사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교사 인력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신규 채용을 위한 자금 문제를 들어 각 시도 교육청은 필요한 만큼의 교육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명퇴 신청 인원은 밀리는데 신규 채용도 줄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줄이기에 나서는 판국에 기간제 교사의 채용만 확대될 전망이다. '가짜 선생님' 채용은 전망이 밝다.

상투적일지 모르나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후대를 위한 교육정책이 단기적 성과와 재정에 묶여서는 안 된다. 진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진짜 선생님을 만들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교단에 서고자 하는 실력 있는 교사들을 적극 채용하여 정교사 비율을 늘리는 데 교육 비용을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없기에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20년 전 각 대학의 밥그릇 만들기에 사용되었던 교직 이수 확대와 사범대학 증설의 폐단이 지속되고 있다. 30대 1에 육박하는 기형적인 임용고시 경쟁률은 임용고시생들을 실업자로 만들었고, 교육을 꿈을 꾼 젊은이들을 기간제 교사로 내몰았다. 예비교사들의 꿈을 대학 밥그릇과 맞바꾸고 나서 이제 교단에 필요한 교사도 돈이 없어 못 뽑겠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

교단에는 진짜 선생님이 필요하다. 필요한 인력을 '가짜 선생님'의 명찰을 달아 채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 예비 선생님을 위해서도 우리 교육은 가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태그:#기간제 교사, #기간제 교사, #기간제, #가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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