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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왼쪽 사진)과 윤여준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왼쪽 사진)과 윤여준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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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과 윤여준, 두 인물이 또 다른 정당의 유니폼을 입었다. 새누리당의 대선을 책임졌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이 되었다. 2012년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지를 표명했던 윤여준 전 장관은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되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격언을 잊은 걸까. 아니면 박수 칠 때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잊은 걸까. 그렇게 돌아온 이들은 대개 망했고, 드물게 성공했다. F1의 전설로 불리다, 복귀해 13위의 처량한 순위로 은퇴하게 되었던 미하엘 슈마허가 그렇고, 현역에 무리하게 복귀했다 부상에 시달리며, 다섯 경기에서 한 골만을 기록한 채 다시 은퇴를 선언했던 브라질의 축구 스타 히바우두가 그랬다.

물론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돌아올 수 있다. 만약에 정치가 스포츠고, 정당이 팀이었다면 말이다. 과거의 영광을 품은 슈퍼스타가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이것은 좀 더 정치적인 문제이다.

정당의 의미, 실종되다

다른 정당에서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던 이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퇴색된 건 정당정치였다.

"정당(政黨)이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 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조직이다."

정당법은 정당의 의미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각기 다른 정치적 주장을 하던 이들이 하나가 되었을 때 과연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란 것이 성립할 수 있을 것인가.

정당은 이념결사체다. 정당은 이념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당은 사람결사체다. 이념 없이도 사람만 있으면 존립이 가능하다. 이 무슨 #헬조선유우머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그 사람이 그 사람'

우스운 것은, 그 사람들조차 매번 같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은 정치에 혀를 내두르는 이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그들의 말을 손수 증명해 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놈이 그놈인 것 같고, 그 나물이 그 밥인 것 같을 때 시민들은 투표장을 찾지 않는다. 그 누구를 뽑아서 무엇이 변하리란 확신이 없고, 어차피 누가 되든 그만이니까. '새정치'를 내걸었던 이들이 이제는 '혐정치'를 부추기고 있는 듯하다. 단기적인 선거의 (불확실한) 성적을 위해 이념과 정당 정체성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보는 기분이다. 이제 더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시리즈가 구태여 속편을 만들고, 또 속편의 속편을 만들어 다시 찾아온다. 팬들의 마음은 정작 떠난 지 오래다. 영화적 완성도를 포기한 채 오로지 흥행에만 골몰했던 제작사의 모습은, 우리 정치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았다.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새누리당 또한 이런 비판을 빗겨갈 수는 없다). 김종인 위원장은 앞서 민주정의당에서 11대·12대 국회의원(전국구)을, 민주자유당에서 14대 국회의원(전국구), 새천년민주당에서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낸 바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참모,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져 있다.

윤여준 위원장 역시 전두환 군사 정권 당시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 한나라당에서 16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여의도 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안철수 신당'으로 불렸던 '새정치연합' 의장직을 맡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안철수의 새정치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했던 적도 있다. 우습게도 두 인물이 3당을 오가며 20년 가까이 '멘토' 내지는 '전략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NO MORE 'I'LL BE BACK'

 "I'll Be Back"
 "I'll Be Back"
ⓒ 캐롤코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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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 모두 구태정치를 타파할 것을 오랫동안 외쳐왔다. 그러나 이것이 '구태'가 아니면 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토록 노래했던 새정치의 시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핑계 삼지는 말자. 경험을 쌓아야 할 이들을 가로막고 있는 건 대체 누구인가. 보내도, 보내도 돌아오는 터미네이터 정치는 인제 그만 안녕이다. I'll be back(아 윌 비 백, 나는 돌아올 것이다)이라는 대사도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이제,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에서 이준석이란 젊은 인물을 비상대책위원으로 불렀듯, 더불어민주당이 표창원 소장을 입당시켰듯 '구태'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만나고 싶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대로 된' 정치를 만나고 싶다.


태그:#윤여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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