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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안철수 의원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을 지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오찬 회동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한길, 안철수 신당 합류 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안철수 의원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을 지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오찬 회동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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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지방자치제도의 자체완결성과 그 가능성" 기사를 통해 지방자치 제도의 가능성과 그 한계,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소개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 확대와 지방선거 제도의 변화가 중앙정치의 관점으로는 예측하기 힘든 '지역 정치인'을 만드는지에 대한 체감 가능한 사례가 부재한 것이 사실이다. 본 기사는 이에 대한 보충적 설명, 구체적으로는 '실제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중앙정치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중심, 혹은 인물중심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지방선거 정상화. 그 실제 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혹은 탈당이 예상되는 의원들인 이윤석, 주승용, 유성엽, 황주홍, 김영록 의원들이다.

현재의 지방자치 '의원'들의 한계점, 공천과 충성

우선 현재 지방자단체장과 의원들의 태생적 한계점을 알아야 한다. 학계와 정치권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중앙정치로의 종속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2014년 당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의 합당의 표면적 명분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였다.

현재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공천권을 해당 지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로 인해 지역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에게 절대적 충성을 다해야 한다. 두 직위를 모두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공천이 곧 당선인 지방선거의 특성상 충성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는 사실상 중앙에 종속되어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모든 관심 역시 중앙으로 향해 있으니 지방의원은 아무리 열심히 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고 할지라도 그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재정부담도 그렇고, 공천 과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방 의원들은 개인 역량으로 지역에 성과를 만들고, 이를 주민에게 알리기도 어렵다.

역설적이게도 지방자치제도의 기능 중 하나인 지역중심 정치인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들은 영남과 호남이다. 각기 민주자유당 계 정당과, 민주당 계 정당이 사실상의 1당 독재를 하고 있는 영호남에서는 인물과 능력이 정당 공천과 더불어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지방자치제의 자기완결성에 적합한 정치인, 중앙으로부터 독립적인 정치인이 만들어졌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되고 해당 기간 동안 지역조직을 구축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과 정치행보를 보이면서 중앙정치와의 독립성을 구축하는 지방자치제도에서 그리는 이상적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탈당파', 안철수와는 또 다른 자신감

더불어민주당 주승용(전남 여수을), 장병완 의원(광주 남구)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반 탈당을 선언한 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합류할 뜻을 밝혔다.
▲ 주승용 장병완, 동반 탈당...국민의당 합류 더불어민주당 주승용(전남 여수을), 장병완 의원(광주 남구)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반 탈당을 선언한 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합류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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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 창당에 주역으로 나선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 중 유성엽, 황주홍 의원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황주홍 의원은 지난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강진군수로 당선되었다. 2004년 10.31 재보궐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해낸 것이다. 황주홍 의원은 강진군에서 지역 활동만 13년을 해왔다. 함께 탈당한 유성엽 의원 역시 2002년의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읍시장으로 당선된 것을 기반으로 하여 18~19대 총선 모두 무소속으로 당선 되었다.

탈당이 거론되는 이윤석 의원 역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남도의회에 입성 후 내리 3선을 했다. 이후 18, 19대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김영록 의원 역시 강진군수와 완도군수를 지냈고 18,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지방선거를 통해 안정적 지역기반을 쌓고, 이를 통해서 중앙정치와 독립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는 주승용 의원이다. 주승용 의원은 선도 탈당파 이전에 문재인 대표체제에서 꾸준히 비주류의 주장을 대변했다. 이로 인해 탈당 기류가 처음 감지되었을 때에도 가장 먼저 탈당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주승용 의원의 경우 1991년 최초의 지방선거에서 전라남도의원으로 첫 당선됐다. 주승용 의원은 재선 이후 1996년 재보궐선거에서 여천군수를,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 여수시장 이후 내리 재선에 성공한다.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여수시장에 출마하지만 2위로 낙선했다. 놀라운 사실은 주승용 의원이 첫 등원한 1996년부터 2002년 여수시장 선거까지 전부 무소속으로 출마를 했다는 사실이다. 주승용 의원은 탄탄한 지역 조직을 구축했던 것이다. 주승용 의원은 이를 기반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기록 중이다.

독립성과 이로 인한 탈당, 그리고 20대 총선

결과적으로 현재 국민의당의 주축인 국회의원들, 혹은 탈당이 예상되는 국회의원들 중 다수는 지방자치제에서의 지방의원과 단체장 경력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의원들이다. 이들은 중앙정당의 공천에 딱히 연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 거론된 정치인들이 지방자치제도가 온전히 기능한다면 만들어질 지역정책 활동 중심의 정치인의 전형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호남을 중심으로 개인 역량을 통해 지역민에게 인정과 지지를 받고, 이를 기반으로 중앙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차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더불어민주당 탈당은 과거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탈당과 이에 대한 명분이 전국화 되지 않은 상태로 이들은 선거에 임했다. 그러나 이번 탈당은 무소속 출마도 아닌 특정 정당을 만들어서 나온 것이다. 탈당의 이유와 과정 역시 전국적으로 생중계 되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의원들의 지역 기반이 크게 흔들리는지는 20대 총선 당일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탈당과 출마가 그들이 쌓아온 지역조직과 인물경쟁력에 무시 못 할 수준의 영향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이 쌓아온 업적과 지지. 이를 기반으로 한 도전. 그 결과가 이번 20대 총선에서 나타날 것이다.


태그:#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탈당파, #무소속, #자치단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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