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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2월 30일부터 2016년 1월 9일까지 우리 '미니멀리스트'들은 비움과 공유의 미학을 실천하는 현장에 달려갔습니다. 자본주의 속에서의 착한 경제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처음에는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시작했지만, '하루에 하나씩 비우기'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각자 비움과 공유를 실천하고, 정장의 기부와 쓰임이 선순환 되는 '열린 옷장'과 아름다운 이웃이 참여하는 '아름다운 가게'를 차례로 누비며 공동체와 나눔이 있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착한 경제 속에서 따뜻한 이웃들을 만났고, 덕분에 따뜻한 연말 연초의 추억을 쌓았습니다. 추운 겨울 속에서도 공동체라는 따뜻한 희망 불씨를 던져준 그 현장 속으로 지금, 들어가 보겠습니다. - 기자 말

대학생들, 소비문화에 맞서 대안적 소비를 고민하다

"우리 사실... 자극적인 광고나 미디어를 통해서 알게 모르게 너무 소비문화에만 젖어 있지 않았을까요? 물건을 사기만 하지 말고 반대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버리거나 혹은 나눠주거나! 소비문화도 돌아볼 겸."

계절학기 교양수업인 '시민교육'을 듣는 평범한 대학생 네 사람 윤승아(23), 곽도형(24), 이지영(21), 현지표(25). 우리는 '소비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개인의 소비문화를 성찰해보자'는 의미로 이 활동을 시작했다.

나의 소비문화를 점검하고 소유가 주는 행복, 진정한 행복을 알기 위해 우리는 일단 세미나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가 수많은 자료 중 책 <미니멀리스트>를 읽고 서로의 감상문을 나누게 되었다.

공통적인 시각은 '물질을 소유하면서 느꼈던 행복이 정말 내가 원하는 행복인가?'였다. 결국 '보여주기 위한 행복이 아니었을까?'라는 고민을 다들 했다는 것이다. 또한 '물질적인 것에 내가 집착하지 않았을까?'라는 고민도 했다.

우리는 각자 가진 필요 없는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 비우면서 우리의 소비 행태를 낱낱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래서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가 '하루에 하나씩 비우기'이다. 총 실천 기간은 2015년 12월 30부터 2016년 1월 6일까지 총8일간이었고, 비울 물건의 단계와 별명을 설정하기로 했다.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면? '하루에 하나씩 비우기'

비울 물건의 단계는 이렇게 정했다. 활동 1일~2일은 공간을 차지하는 필요 없는 물건 비우기, 활동 3일~4일은 필요 없는데 충동구매한 물건, 활동 5일~6일 선물 받은 물건중에서 쓰지 않는 물건 비우기, 활동 7일~8일은 나한테 필요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계륵' 같은 물건중에서 교환을 원하는 물품 올리기(교환이 안 되면 기부 혹은 비우기)로 정했다.

'하루에 하나씩 비우기' 페이스북 페이지
 '하루에 하나씩 비우기' 페이스북 페이지
ⓒ 윤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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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물건이 버려졌다. 작곡과인 현지표군은 직접 작업한 '악보'를 버렸다.

"20살부터 썼던 곡들의 악보이다. 버리기엔 너무너무 아깝고 그렇다고 안 버리자니 그냥 이면지에 불과한... 물론 노트북에 다 저장되어 있지만 버리면 이 곡을 버리는 것 같아 버리지 못하고 5년째 쌓아두고 있었다. 과감히 버리니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에 있던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 가볍다."

그 밖에 화장품가게에서 주는 화장품 샘플들, 선물 받은 책,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새 것이라서 버리지 못했던 브랜드 가방·구두·모자·잡화 등 다양한 물품들이 올려지고 비워졌다.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 내용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 내용
ⓒ 윤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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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에 '비우기 활동'을 한 지 8일째 되는 날, 한 페이스북 사용자가 우리가 올린 물품 게시물에 답글을 달았다. 내가 올린 구두와 신년 다이어리를 교환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마침내 거래는 성사되었고 우리는 화폐 없이, 새로운 자원의 쓰임 없이 서로 원하는 물품을 얻게 되었다.

실제 물물교환 하는 모습
 실제 물물교환 하는 모습
ⓒ 윤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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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 하나씩 비우기 활동'을 통해서 과소비 또는 충동구매를 했던 나의 과거 소비문화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공간만 차지했던 물건들을 비워냄으로써 홀가분함도 느꼈다. 또한 반신반의했던 물물교환까지 실제로 이루어져서 또 하나의 소비가 아닌 대안적 경제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되니 더욱 신기했고 놀라웠다.

착한 경제, 따뜻한 나눔 공동체를 찾아가다

우리 미니멀리스트는 '하루에 하나씩 비우기'의 사회 운동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하나의 대안 경제가 될 수가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따라서 우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와 비슷한 시각과 고민을 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나눔과 공유의 선순환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인 '열린옷장'과 '아름다운 가게(장한평점)'를 방문했다.

2013년도부터 시작한 열린 옷장은 올해 3년 차가 되는 비영리 단체이다.

열린 옷장 자원 봉사
 열린 옷장 자원 봉사
ⓒ 윤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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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크고 따뜻한 옷장'이라는 신조를 가진 이곳은 면접 준비나 격식을 갖춰야 할 때 정장이 없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정장을 대여해준다. 이곳의 정장은 모두 기부를 통해서 공급받고 있다.

열린옷장의 특징은 기부 받은 정장은 모두 기증자의 사연을 담고 있으며 그렇게 대여해나간 정장은 돌아올 때 대여자의 사연을 담고 온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따뜻한 사연이 순환하는 아름다운 공동체이다.

아름다운 가게 또한 마찬가지이다. 착한 경제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공동체이면서 2002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10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아름다운 가게는 영국의 '옥스팜(Oxfam)'을 모델로 하며 기부받은 물품을 판매해 마련한 기금을 자선 및 공익사업에 쓰이기 위해 창설되었다.

아름다운 가게 장한평 점
 아름다운 가게 장한평 점
ⓒ 윤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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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에서 언급했던 단체에서 방문 및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사용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면서 가치를 창출해내는 모습을 보고 실로 놀라웠다. 협력적 소비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원도 절약되면서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사실까지 직접 느꼈다.

무엇보다 '착한 경제'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잃어갔던 인간적인 모습을 우리는 공동체, 착한 경제 속에서 발견했다. 열린 옷장에서는 기부자와 대여자 간의 따뜻한 스토리가 담긴 편지를 통해서,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자원봉사를 하는 천사들·기부자들을 통해서 말이다.

단순히 물품을 공유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이 착한 경제에는 있다. 우리는 추운 겨울, 착한 경제 속에서 착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들로 인해 한층 더 따뜻해질 2016년 새해를 기대해 본다.


태그:#하루에 하나씩 비우기, #사회적 경제, #경희대학교, #시민 교육, #미니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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