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6년 새해가 옵니다. '온다'라는 말 앞에는 기대도 공포도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예기치 못하게 큰 사건들이 벌어진 상황에서 새해를 맞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2016년에는 무엇이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월간 <참여사회>는 2016년 우리를 찾아올 중요한 사건들을 전망해 보았습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공급 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내년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내년 초반에 일시적인 내수 정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총선 일정으로 기업 투자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하지만 불과 나흘 전인 지난해 12월 10일, 최경환 부총리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이 위기에 선방하고 있다, 대내외 여건을 다 짚어 봐도 (IMF 사태와 같은 위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니, 어떻게 대통령과 경제수장이 정반대의 진단을 하고 있는 걸까?

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8일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과의 오찬에서 한 얘기는 전후 사정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준다.

"세계 경제의 회복 지연으로 내년 경제 여건도 쉽지 않다.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서 내년의 각종 악재들을 이겨내기 위한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요즘은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은 'IMF식 구조조정'

세계 경제가 어려워 위기의 조짐이 있지만 이미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서비스시장 규제완화와 기업인수 합병을 간편화하기 위한 경제활성화 2법, 그리고 일반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확대를 목표로 하는 노동개혁 5법 통과)만 제대로 실행되면 각종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해서 3권 분립을 무시하고 정무수석을 보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하라고 을러대기까지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16일에 관계부처 합동 이름으로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의 부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성과 구체화'다. 이 정부의 경제혁신은 '구조개혁' 또는 '구조조정'에 다름 아니다. IMF가 구제금융의 대가로 요구했던 대내외 평가절하가 바로 그것이다. 자국 통화의 절하(외부 평가절하), 그리고 임금인하, 기업 구조조정, 긴축정책을 통한 내부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1999년에 두 자릿수 수출 증가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메커니즘에 의한 경제회복이 이번에도 가능할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한다는 건 0%의 확률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6일에 정책 방향과 함께 공개된 '2016년 경제전망'은 내년 수출 증가율을 최대한 높여 2.1%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 11개월 동안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였고, 특히 최근 3개월의 평균은 마이너스 두 자릿수였는데 갑자기 2% 이상 수출이 증가할 거라는 전망은 희망을 넘어 조작에 가깝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제성장률(한국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이 극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없고, 미국이나 EU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경제성장률
 2016년 한국경제성장률
ⓒ 참여사회

관련사진보기


또 정부는 소비에 대한 낙관과, 건설 및 설비투자에 대한 정책적 의지까지 보태서 2016년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2015년 투자와 소비 증가에 정부의 정책이 한몫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화자찬했듯이 부동산 경기 부양과 세금 인하 등 소비활성화 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가계부채의 급증이다. 1200조 원에 달하는 빚에 눌려 있는 가계가 집을 더 사고, 소비를 늘린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따라서 2016년도 수출이 2015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7%대를 기록하고, 소비와 투자는 정체하거나 지난해보다 떨어질 테고,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껏해야 1% 중후반대를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라고 해도 '경제위기'라고 할 수는 없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내수확대형 대타협'이 필요하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곧 그만둘 최경환 부총리다. 만일 국회가 7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1%대 성장을 거둘 테지만, 국회가(정확히 말하면 국회의장이) 청와대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그들의 말대로 '선제적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나 삼성의 예에서 보듯이 대기업들은 지금 7법 없이도 대량해고에 나선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건, 그로 인해 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때뿐이다.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대량해고와 임금삭감이 이뤄진다면 내수마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당연히 투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다.

결국 이 두 사람 때문에 2016년에 경제위기가 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수확대형 사회적 대타협'이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다. 2014년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부동산 경기부양도 올해에는 오직 건설부문의 과잉투자만 불러올 것이다. 만일 2016년 총선과 대선마저 이들이 다시 승리한다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침체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을 쓴 정태인님은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입니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 2016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쓴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경제, #경제위기
댓글3

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