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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사진은 최 회장이 최근 세계일보에 보낸 편지 전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사진은 최 회장이 최근 세계일보에 보낸 편지 전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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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언론을 통해 이혼 의사를 공개 표명한 뒤 후폭풍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혼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힌 한편, 이와 관련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SK그룹 전체가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최 회장이 공금 횡령을 통해 내연녀로 알려진 김아무개씨(42, 미국명 클OO)에게 9억에 가까운 재산상 이득을 안겨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SK그룹은 앞서도 최 회장의 수감 이력으로 인해 진통을 겪었다.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회삿돈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갇힌 후, 2년 7개월만인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노력했지만..." 이혼 의사 공개 후 SK계열사 주가 급락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다.

"노소영 관장과 십 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고 노력도 많이 해봤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며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도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는 내용이었다(관련 기사: 최태원 회장, 노소영 관장과 이혼 의사 밝혀).

이는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 회장이 편지를 공개한 다음 날인 29일,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주가는 전날보다 1.6% 하락했고, 다음 날이자 작년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0일에도 주가가 3.99% 하락했다. 이틀 새 SK㈜ 주가만 5% 가까이 급락하면서 30일에는 24만 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요 계열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SK텔레콤은 기존 23만 원이던 주가에서 편지 공개 후 1일 만에 1만 5000원(6.5%)이 떨어져 21만5000원에 장을 마쳤고, SK이노베이션도 전일보다 2.26%(3000원) 하락해 30일 13만 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등도 각각 전일보다 1.44%, 4.69% 하락해 결국 사흘간 시총 2조 3000억 원이 증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이 공론화되면서 이후 재산 분할로 인해 지배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지분 24.4%를 보유한 최태원 회장이 SK㈜의 최대 주주이나, 이혼이 법정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그룹 성장 과정과 이혼 귀책사유 등을 볼 때 최 회장의 경영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 현재 SK㈜ 지분은 0.01%에 불과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이  그간 SK그룹 성장에 미친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관장 측은 절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지만  노 관장이 위자료 조로 최 회장에게 SK텔레콤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 내연녀 위해 회사 공급으로 아파트 매입" 횡령 의혹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공금을 횡령해 내연녀 김씨에게 수억 원의 이익을 챙겨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는 본인 블로그(링크)에 '최 회장은 SK 공금으로 김씨 아파트 매입'이라는 글을 통해, 최 회장이 SK 정식계열사인 '버가야인터내셔널유한회사' 법인회사를 통해 김 씨에게 8억 4500여만 원의 이익을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김씨의 신상을 밝히는 한편, "이 아파트는 김씨가 2008년 1월 SK건설로부터 15억 5500만 원에 산 아파트로, 최 회장이 내연녀를 위해 SK 해외계열사를 통해 회사공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줌으로써 공금 횡령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썼다.

이에 대해 SK 측은 "2008년 금융위기가 끝나고 2010년에는 부동산시장 활황이 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 시세대로 산 것"이라며 "버가야 측(아파트)은 한국 숙소로 쓰려고 제 값을 주고 산 것"이라고 공금횡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기업 총수인 최 회장의 가정불화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도 커지는 추세다. 최 회장과 노 관장 부부 사이에 장성한 1남 2녀 자녀가 있으나, 최 회장이 내연녀 김씨와의 사이에서도 6세 여아를 둔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한편에서는 최 회장이 이런 민감한 내용을 왜 전격 공개했는지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언론 <피치원>은 31일 "결정적 계기는 국내 주요 언론이 이를(혼외자설) 근거로 수차례 광고협찬을 요구해온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최 회장이 본인 사생활로 인해 회사에 누를 끼치길 꺼리는 상황에서, 마침 취재를 시작한 <세계일보>에 편지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이 왜 이 시점에 스스로 '불륜 사실과 혼외자'라는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런 사실을 털어놓았을까 하는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어수선한 연말이라는 점과 한일위안부 굴욕협상으로 민심이 동요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시선 분산효과'를 노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이번 사안을 자신이 설정한 프레임으로 대중에게 알리고, 이로써 비판 여론 등 본인으로 인한 '오너리스크'를 피하고자 이런 공개편지 형식을 택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혼설이 보도되면서, SK그룹 전체의 주가 하락과 이미지 추락 등 유무형의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 회장의 불륜 고백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도 온통 비판일색이다.

누리꾼 'wkdt****'는 "국민은 경제가 어려워 전전긍긍인데… 사면해 줬더니 돈이 권력이라고 외도에, 이혼 요구에 아주 국가 윤리 근간을 뒤흔드네"라며 최 회장이 사면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물의를 일으킨 것을 지탄했다.

누리꾼 'word****'은 "최태원 회장 발표 보고 도덕성은 둘째 치고 재벌 총수라는 사람의 지능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됐다, 자기 이미지와 기업 이미지는 어찌할 건가? 미리 부인과 협상하고 줄건 주고 발표하든지, 그냥 장인 덕에 큰 텔레콤을 노소영 씨에게 넘겨주고 이혼하는 게 어떨까? 경영도 노소영 씨가 더 잘할 것 같은데"라고 평가했다.

세계일보가 공개한 최태원 회장 편지 전문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습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 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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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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