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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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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서 인천 연수구에 출마하려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출사표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했던 내용과 민 전 대변인의 '출사표' 일부 내용이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단락은 "나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라고 자문하는 부분부터다. 이에 대해 민 전 대변인은 "저는 삶의 무게에 신음하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도전을 하고 싶다"라며 "제가 새누리당에 입당하여 출마를 하는 것은 제가 꿈꾸는 건강한 삶을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제가 꿈꾸는 건강한 삶이란,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면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단락은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 4월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합시다"란 제목으로 발표한 교섭단체 연설문 일부 단락과 거의 유사하다.

당시 유 전 원내대표는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고 자문한 뒤,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15년 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한 자문자답 형식부터, 이후 이어지는 문장 구조가 똑같은 셈이다. 오히려 일부 단어만 바뀐 채 그대로 유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을 차용했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다. '용감한 개혁'이 '용감한 도전'으로 바뀌었고, '보수'가 '건강한 삶'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글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동일한 부분은 볼드 표시)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의 20대 총선 출마선언문 중
'나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명제에 대한 증명 없이는 어떤 해답도 줄 수 없습니다. 증명없이 보여주는 해답은 겉치레에 불과하며, 깊이 파고들수록 더 많은 의문들이 쏟아져 나올 뿐 알맹이는 없기 마련입니다. 알맹이 없는 출마는 결국 기성 정치인들과 별다를 것 없는, 권력쟁취를 위한 하나의 요식행위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연수구민 여러분! 저는 삶의 무게에 신음하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새누리당에 입당하여 출마를 하는 것은 제가 꿈꾸는 건강한 삶을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건강한 삶이란,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면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세상입니다. - 2015.12.15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 중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 15년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 2015.4.8


결국, 청와대 출신으로 '진박(眞朴)'으로 꼽히는 민 전 대변인이 국회법 개정안 사태로 원내대표 자리에서 밀려난 '비박(비박근혜)' 유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을 베낀 꼴이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해명을 듣기 위해 민 전 대변인에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앞서 민 전 대변인은 <뉴스1>과 한 전화통화에선 "그럴 리가 있는가"라면서 "보좌진이 출마 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번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다.


태그:#민경욱, #박근혜,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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