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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겨울에 프랑스를 여행하게 된다면 누구나 꼭 가보아야 한다고 하는 곳이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콜마르(Colmar)와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이다.

파리에서 출발하는 기준으로 보면 콜마르는 스트라스부르를 거쳐야만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스트라스부르를 가면서 콜마르를 같이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파리에서 아침 일찍 떼제베를 타고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한 이후 열차 티켓 예매와 아침 식사를 한 후 다시 콜마르로 향했다.  

오리들과 함께 콜마르의 수로를 장식하고 있는 산타클로스.
▲ 수로의 산타클로스. 오리들과 함께 콜마르의 수로를 장식하고 있는 산타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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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 사이에는 일반 기차인 테르(TER)가 30분, 1시간 간격으로 있어서 콜마르를 다녀오는 교통은 편한 편이다. 지방 열차라서 좌석도 넉넉한 편이라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 편하게 철길을 이용할 수 있다. 콜마르로 가는 길은 독일 국경을 동쪽으로 두고 남으로 계속 내려가는 길이다.

차창 밖은 겨울이지만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푸른 프랑스의 평원과 작은 마을들이 지나가고 철길에서 먼 낮은 산에는 중세의 성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열차는 지방 일반기차지만 속도는 상당히 빨라서 푸른 평원을 거침없이 달린다. 깔끔한 옛 마을들과 첨단 열차의 어울림, 그리고 여유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마음이 평온한 여행을 계속한다.

잠시 평온을 즐기는 시간도 끝나고 30분 만에 기차는 콜마르 기차역에 도착했다. 콜마르 기차역은 역사 건물도 다른 도시의 역과는 다르게 동화 속 마을의 역 같이 운치있게 생겼다.

그림 속의 중세 마을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

콜마르 목조 가옥의 창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 산타클로스. 콜마르 목조 가옥의 창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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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 시간의 공기는 해가 뜨기 전의 공기가 떠다니는 듯이 신선하면서도 약간 차갑다. 안개는 없지만 마치 안개 속을 걸어가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구시가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해서 거리 구경을 하며 역으로 걸어 돌아올까도 생각했는데 택시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지도를 확인한 후 구시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15분 정도 걸어 구시가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그림 속의 중세 마을로 들어온 것 같은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이 작은 도시에는 성벽 같은 경계가 없지만 어느 순간 다른 시공간으로 내던져진 것만 같았다. 나는 이곳에서 유럽의 중세를 흉내내는 테마파크 건물들의 살아 있는 원형을 보았다.

게다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으니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목조 건물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한껏 치장을 하고 있다. 벽에 박힌 오래된 목조 골조가 아름다운 이 목조 건물들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떤 산타클로스는 줄을 타고 내려와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어떤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가게 앞에서 색소폰을 불고 있다. 

색소폰을 불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 가게 앞의 산타클로스. 색소폰을 불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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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먼저 만난 콜마르의 크리스마스 마켓(Marché de Noël)은 앙시앵 두안느 광장(Place de l'Ancienne Douane)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다. 이곳에서부터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북적북적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난생 처음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났다. 2평 정도 되는 작은 가게들이 앙시앵 두안느 광장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콜마르가 위치한 프랑스 알자스(Alsace) 지역은 프랑스 내에서도 빵과 치즈가 맛이 좋기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크리스마스답게 예쁜 그림이 그려진 크리스마스 쿠키 렙쿠흔(Lebkuchen)과 진저 브레드 쿠키를 파는 가게들이 여행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트 모양으로 생긴 독일빵 브레첼(Pretzel)도 많이 눈에 띄는데 한때 콜마르 지역도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다양한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 앙시앵 두안느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의 다양한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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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지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달콤한 알자스 특산 빵이다.
▲ 구겔호프. 알자스 지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달콤한 알자스 특산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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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의 명물 빵인 구겔호프(kougelhopf, Kugelhop)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둥근 케이크 모양이 색색으로 장식되어 길거리 가게들에 가득하다. 알자스 이외의 프랑스에서는 보기 힘든 빵이기 때문에 작은 구겔호프 한 개를 사서 맛을 보았다. 버터 맛이 나는 빵 안에 건포도와 체리 등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이 외에도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알자스 지방 인형과 같은 기념품, 산타클로스 인형,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 형형색색의 양초, 유기농 비누와 오일, 농가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와 치즈, 과일차, 입체 모양의 종이 엽서 등을 팔고 있다. 나는 유럽에서 이처럼 많은 가게들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처음 보게 되었다. 유럽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역시 여행지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야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는 코이퓌스 건물

프랑스인들은 연말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알뜰하게 쇼핑을 한다.
▲ 크리스마스 마켓. 프랑스인들은 연말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알뜰하게 쇼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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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시앵 두안느 광장과 코이퓌스 크리스마스 마켓을 연결하는 통로이다.
▲ 크리스마스 마켓. 앙시앵 두안느 광장과 코이퓌스 크리스마스 마켓을 연결하는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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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의 또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은 중세시대에 콜마르에서 가장 번화했던 대로인 그랑 뤼(Grand Rue)와 뤼 드 마샹(Rue des Marchands) 거리가 만나는 위치에 자리한 코이퓌스(Koifhus) 건물에 있다. 이 건물은 1층의 아치형 문을 통해 앙시앵 두안느 광장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이 아치형 문을 통과하는 순간 이 건물의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을 하게 된다. 1480년에 완공된 건물답게 고색창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용케 살아남은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은 새로 지은 건축물들의 모습과 비할 바가 아니다.

지붕에는 아마도 작은 방들과 연결될 작은 창문들이 아래를 굽어보고 있고, 격자형으로 덮은 지붕의 타일은 갈색과 푸른색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미술의 나라답게 지붕의 색상도 하나의 작품이다. 코이퓌스 앞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나무색이 아니라 흰색인데 눈이 덮힌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니 참으로 미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콜마르의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과 달리 실내에 자리하고 있다. 코이퓌스는 중세시대에 콜마르의 세관사무소와 창고, 극장, 은행, 상공회의소 등으로 사용될 정도로 콜마르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건물의 'ㄱ'자로 꺾인 부분은 중세시대에 세관의 창고로 사용되었기에 다른 건물들에 비해 층고가 아주 높은 것이 인상적이다. 과거의 세관 건물은 평소에는 공공활동에 이용되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화려하게 변모하는 것이다. 

과거 세관이었던 이 건물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이용된다.
▲ 코이퓌스 건물. 과거 세관이었던 이 건물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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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장인들의 예술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 코이퓌스 건물 내부. 내부의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장인들의 예술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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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이퓌스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줄이 줄을 선 계단 위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건물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데 'ㄱ'자 모양으로 꺾여 있는 게 여간 운치 있는 게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계단이 끝나고 2층으로 연결되는 부분에 지붕이 있는데, 문 위의 지붕은 마치 이 문만 장식하는 지붕처럼 예쁘게 별도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건물을 설계한 이들의 탁월한 미적 센스가 강하게 와 닿는 지붕이다.

코이퓌스 안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었다. 코이퓌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역사적 건물의 실내에 자리한 마켓답게 광장에 자리한 크리스마스 가게들에 비해 조금 더 고급스러운 물건들을 팔고 있다. 콜마르 장인들의 정성이 들어간 고가의 수공예품과 함께 과자로 만든 집들의 수준이 예술품의 경지에 있는 작품들이다.

코이퓌스에서 내려다 본 이 거리는 한동안 걸음을 멈추게 한다.
▲ 뤼 드 마샹 거리. 코이퓌스에서 내려다 본 이 거리는 한동안 걸음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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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코이퓌스 건물을 나오면서 한동안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코이퓌스의 2층 계단에서 뤼 드 마샹 거리를 내려다보는 정경이 그동안 유럽에서 보아왔던 정경 중에서 랭킹 안에 든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중세 건축물들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건축물들을 장식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며 크리스마스에 대한 즐거운 기억들이 마음 속에서 살아났다. 그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들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거리를 본 적이 없다. 5백년이 넘은 중세의 건축물들과 어우러진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나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중세 건축물과 크리스마스 장식 위로 아침의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저 중세의 거리로 더 들어갈 것인지 이곳에서 뤼 드 마샹 거리를 더 감상할지 갈등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올해 12월 6일~12월 12일의 프랑스 여행기입니다.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00 편이 있습니다.



태그:#프랑스, #프랑스 여행, #콜마르,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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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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