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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영원한 인간 展>이 12월 11일, 예술의 전당에서 막을 열었다. 대영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브랜든 무어는 이번 전시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영원한 인간> 전은 조각, 회화, 판화, 드로잉, 메달, 도자기 등 170여 점의 미술품을 선보이는 대형 전시다. 대영박물관의 전 부분을 망라해 공간적으로는 지구촌 구석구석의 다양한 국가와 민족, 부족, 마을공동체의 사람들과 여러 문화권, 시간적으로는 1만 년의 세월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도록 15p)

전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기획은 최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의 말이 가감 없는 사실이라면, 이번 전시에 큰 기대를 해도 좋을 법하다.

전시회의 주제 - 영원한 인간

전시회장 연표 일부
 전시회장 연표 일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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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展>의 부제인 '영원한 인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작품들은 주로 인물의 조각과 초상화 등 '인간'에 대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구성이 생각보다 단순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그 생각은 전시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지리적으로는 유라시아 전역을 가로지르는 수평적인 구성, 고대 이집트 여인의 관에서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까지 이르는 수직적 시간구조는 만국박람회를 연상케 한다. 다양한 지역과 제작 시기를 갖는 작품들을 '아름다움', '개인', '신', '권력' 등의 테마로 엮은 것은 전시회의 구성에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모든 테마에서 공간의 수평적 구조, 시간의 수직적 구조는 반복된다. '권력' 테마에서는 아우구스투스의 주화에서 오바마 캠페인의 배지에 이르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신' 테마에서는 여러 지역과 연대의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방과 서방의 초상화들이 한 장소에 배치된 '개인' 테마의 전시회 내부 풍경은 기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서유럽의 정체성을 넘어서

서구 세계만이 문화의 중심이며, 모든 면에서 따라가야 할 선도 주자라는 주장은 1900년대까지 그 명맥을 이어왔다. 이러한 관념은 결국 왜곡된 '사회진화론'을 낳고 인종 간의 우열, 홀로코스트의 참극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러나 잘못된 대중의 관념은 때로는 문화와 예술에 의해 제 방향을 찾기도 한다. 당시 프란츠 보아스가 집필했던 <원시인의 마음>은 당시 서구 세계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의 저서 덕분에 인류는 단선적 인종이론에서 벗어나 세계의 문화사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

국내 전시에서 아프리카, 아랍권, 라틴아메리카, 적도 인근의 섬 문명을 접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러한 작품들이 유럽 세계의 예술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과, 대중에게 보여질 기회가 적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피카소가 아프리카 조각상의 강렬함과 선에 '한 방' 얻어맞아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제작한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제3 세계의 문화 또한 서방세계와 동등한 미학적 가치를 가진다.

이번 전시에는 좀처럼 모습을 찾기 힘들었던 적도 인근 섬들의 부족 조각상들과 콩고, 나이지리아의 20세기 작품들이 상당히 포진해 있다. 대영박물관전의 이국적 작품들은 제 3세계의 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준다.

프란츠 보아스의 <원시인의 마음>이 대중에게 그랬듯, <대영박물관 展>을 통해 관객들은 다시금 순수 관념의 영역에서 상대주의를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교훈적 전시 구성

176점의 많은 작품만큼이나, 그 스펙트럼은 인류사를 통째로 꿰뚫을 만한 수준이다. 이는 전시회의 '신' 테마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고대 그리스의 익숙한 신들의 이름에서부터 신성이 부여된 아랍 글자를 지나, 인도의 힌두교와 중국의 불교를 관통한 후 적도의 섬과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에서 그 대장정이 마무리된다. 모든 작품에는 짤막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기에, 관객들은 종교문화의 거대한 통시적 흐름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익숙한 천재들의 이름만을 찾는다면 실망할 것이다. 이는 <대영박물관 展>의 기획 의도와는 맞지 않아 보인다. 물론 전시회의 구성에 렘브란트, 라파엘로, 마티스, 뒤러 등의 작품이 곳곳에 있긴 하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시회 테마의 한 흐름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이번 전시는 몇몇 천재적 인물이 성취한 위업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인류라는 하나의 종이 지금껏 이루어낸 다양한 문화의 차원을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전시 정보]
대영박물관 展 - 영원한 인간

기간 : 2015.12.11(금) - 2016.03.20(일)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시간 : 11:00-19:00 (3월은 11:00-20:00) /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연령 : 전연령 관람가능
티켓 : 성인 13,000원 / 청소년 10,000원 / 어린이 8,000원 / 유아 6,000원
문의 : 02-580-1300



태그:#대영박물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대영박물관전, #영원한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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