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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노인들의 고독사와 자살 소식이 자주 보도되고 있어 씁쓸하고 안타깝다. 며칠 전에도 보도됐다. 뉴스에 의하면(12월 11일) '지난 한 해 전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인은 3500명이며, 지난 5년간 자살한 노인은 2만 명에 이른단다. 하루 11명꼴. 방치돼 숨지는 노인도 상당수'라고 한다. 

지난 가을 79세로 삶을 마감하신 시아버님 장례를 치르며 "100세 시대에 좀 일찍 가셨다"와 같은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분들의 안타까움처럼 아버님이 정말 너무나 일찍 가신 것일까? 그리고 100세 시대가 과연 축복이기만 한 걸까?

솔직히 이런 뉴스들을 접하노라면, 그리고 병으로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몇 년을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닌 불행'이라는 생각만 들곤 한다. 그와 함께 나도 언젠가는 결국 맞이할 수밖에 없는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도 어찌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해서, 요즘 세상에 노년기를 자식네서 함께 보낸다는 건 힘들다. 어려운 건 아들네고 딸네고 가릴 것 없이 다 어렵다. 유대인 지혜서를 보면 악처와 살아온 남편네는 절대 지옥에 안 간단다. 어려운 결혼 생활을 견딘 사람들은 요다음 지옥에서 겪을 고통을 미리 치르는 격이라서 죽을 무렵에는 얼추 죗값이 치러진다니, 이 또한 참을 만하지 않은가. 근데, 글쎄, 불행한 결혼생활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자식들과 함께 살이'를 애써 해봐야 무슨 혜택이 있을까? 없다. 혜택은커녕, 같이 살면서 자식들한테 모할 노릇깨나 시켰구나 하는 눈총이나 받기 십상이다.(…) 그럼 늙어서는 누구랑 살까. 그래서 '홀로서기'가 진정으로 필요한 시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년기다. 내 몸, 내 육신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노부부끼리 아니면 혼자 홀로서기 할 각오를, 나는 '노후 준비 1호'로 꼽는다. 늙어서 '품격 있는 고독' 속에 살 것인가. 아니면 이 고독이 겁나서 아들 손자 며느리 속에서 또 다른 '하위 고독' 속에 살 것인가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에서.

'꽃띠' 70대 할머니의 노후 이야기

<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바다출판사 펴냄), 이 책은 안정되고 멋있는 노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는 자칭 '꽃띠 70대 할머니(그런데 낼 모레 80세란다). 방문을 열고 보는 것으로 그 방의 사정을 알 수 없다. 앉아도 보고 누워도 봐야 그 방이 어떤 방인지 그나마 좀 알 수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 노인만 알 수 있을 노인들의 형편이나 현실, 나이 들어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멋진 노년을 위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버리거나 준비해야 하는 것 등, 노인에 대한 참 많은 것들을 소소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노인이라 노년에 관한 그 어떤 책보다 현실적으로, 그리고 솔직하게 참 잘 담았겠다 싶은 생각이 자주 들곤 했다.

<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책표지.
 <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책표지.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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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자 마음먹은 뚜렷한 이유가 있다. 당신 하고 싶은 것들, 즉 누리고 싶은 것들은 매우 현대적인 것들인데, 자식들은 '아들손자며느리 다 모여서 살던 그 시절'의 도리로 해주길 바라는 시어머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시어머니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10년 전까지 "어른 생일을 저녁에 먹는 것이 어딨냐?"며 "예의와 범절" 운운, 아침 생일상 받는 것을 고집하곤 했다. 그냥 식구들 모여 밥 먹는 정도가 아니라 이웃들이며 시이모님들까지 이른 아침에 아들들이 모셔와 함께 먹길 원하니 해마다 즐거워야할 생일날이면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아들 며느리는 그렇다 치고, 집에서보다 훨씬 이른 새벽에 눈 비비며 밥을 먹고 어제와는 다른 길로 학교에 가야하니 손자들도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렇건만 십년 가까이 되풀이해 고집했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었건만 그걸 인정 못하면서 당신 스스로 '세련됐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그 대답을 원하는 질문을 걸핏하면 하곤 했다.

사정이 이러니 아버님이 결국 회복 못하시고 몸져누우시며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런 어머니를 이해하고 싶었다. 지난 세월 어머니 때문에 쌓인 것들을, 결국은 홧병으로 밖에 남지 못할 것들을 내 스스로를 위해 좀 털어내고 싶었다. 나아가 나처럼 노인들의 사정이나 입장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면, 도움이 많을 것이다 싶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노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을 그런 책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이 많이 알려져 명절이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명절 증후군이 옅어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을 향해 쓸데없는 권위를 세우거나, 말로는 "자식들에게 바라지 않는다. 저희들만 잘 살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등 남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바라는 부모들도 좀 줄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훨씬 많은 세월을 살아낸지라 쉽게 바뀌지 못하는 노인들을 이해하고 관계를 현명하게 조율하고자 노력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적, 오늘이 내일보다 적응이 잘 되는 지금, '경제 자립'은 기본이고 '생활 자립'을 익혀야 한다. 내 친구 모양, 혼자서는 지하철 노선도 모르면 어쩔거나. 평생 맛있는 세 끼 따뜻한 밥을 대령하면서도 홀로 끼니도 해 먹을 줄 알게 가르쳐 놓는 게 정작 남편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노부부의 진정한 사랑법'에서)

-옛날에 다 배운 거라고, 옛날에 다 경험한 거라고 배움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은 장수를 누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는 젊어서 많이 배우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노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옛날에 배웠던 것들은 옆으로 치워 두고 새로 배우지 않고는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길고도 길어진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떠날 때까지 차곡차곡, 차근차근' 에서)

-자기 몸과 정신의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지, 천하 없는 효자나 배우자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허버트 스펜서라는 영국 학자는 일찍이 "건강유지는 하나의 의무"라고 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 몸에도 육체상의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건강을 곁들인 장수를 하는 데 공짜는 없다.('건강한 장수는 자기 하기 나름'에서)

여하간 책을 읽는 도중 아직은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듣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적극 권했다.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본인의 노후를 위해, 이왕이면 평안하고 멋진 노후를 위해 지금부터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을 알려줄 그런 책'이란 짧은 소개 함께. 

이에 "우리 나이가 몇인데 벌써부터 노후 걱정을 하냐?" 반문하는 친구도 있었다. 특히 그런 그들에게 저자의 이야기들이 꼭 닿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통계청의 '2015년 고령자통계' 발표에 의하면 '2026년에는 서울인구 5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건강하고 멋진 노년은 1~2년 사이에 만들어지지 않을 것.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멋진 노후를 위해 이미 젊을 때부터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도 참 많기 때문이다.

"노후준비(대비)에 막연하고 불안하기만 하던 나, 한 살이라도 젊은 지금 이 책을 만나 다행이다"란 말을 권함의 글로 덧붙이며.

덧붙이는 글 | <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고광애) | 바다출판사 | 2015-05-01 | 13,800원



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 70대 꽃할매가 일러주는 웰 에이징 노하우

고광애 지음, 바다출판사(2015)


태그:#노후준비, #노년(황혼), #에세이, #고광애, #효자(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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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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