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남 여수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4선의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1월 30일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할 것을 선언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첫 번째 불출마 선언이다.
▲ 김성곤, 새정치연합서 첫 번째 불출마 선언 전남 여수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4선의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1월 30일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할 것을 선언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첫 번째 불출마 선언이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이 4번이나 당선된 전남 여수에서 불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새정치연합 현역의원 가운데 처음이다.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임시지도체제' 제안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거부 그리고 '혁신 전대' 역제안으로 당이 혼란 상태인 중에 나온 선언이다. 이 호남 4선 의원의 지역 불출마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제 당의 통합과 승리에 조그만 거름이라도 되고자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를 내려놓는다"라며 "당이 침몰의 위기에 빠져 있는데 호남 최다선 의원이 지역구에서 표 몇 장 더 얻으려고 바삐 뛰는 모습이 미안하고 한심하게 여겨졌다"라고 말했다. 더는 지역구에 연연하지 않고 당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에 '올인'하겠다는 의미다.

김 의원의 불출마는 문 대표와 그에 반목해 왔던 비주류 측 모두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는 불출마 선언 이후 문 대표의 '명예로운 사퇴'와 당 지도부의 과도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그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지역구 불출마 선언은 소위 '물갈이론'에 대상이 된 다른 호남 의원들에게 '불출마 압박'이라는 불편한 가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나는 불출마하지만, 물갈이론은 신중해야"

- 불출마 동기는 여러 차례 밝혔다. 당에서 호남 4선 의원이 지역에 불출마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호남이 우리 당의 텃밭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어서 호남에서 공천을 받고 당선이 된다고 하면 기득권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매번 '호남 물갈이론'이 나온다. '편하게 국회의원 했으니까 그만하라'는 얘기다. 지역에서도 세대교체 요구가 있고, 다선 의원이 그렇게 올라오는 후배들과 공천을 놓고 싸우는 모습 자체가 안 좋다.

후진에게 길을 터주고 나를 도와준 당을 돕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당이 아주 혼란스럽기 때문에 이럴 때 중진이 뒷짐 지지 않고 나서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출마를 생각하면 지역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풀타임'으로 당에 봉사할 생각이다. 그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초선 시절인 지난 2000년에 이어 두 번째 지역 불출마 선언이다.
"그때도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여수와 여천이 갈라져 있었는데, '도농통합' 정책으로 1999년에 통합이 됐다. 또 당시 IMF 때문에 의원정수가 줄었다. 지역구 인구 상한선이 올라가면서 선배 의원과 경쟁하게 됐다. 선배와 대립하는 것보다는 후배로서 물러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나를 보고 '선배, 후배에게 물려주다 이제 마누라도 물려줄 거냐'라는 농담을 한다."

- 하지만 그렇게 불출마를 한다고 해서 꼭 당이 화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불출마가 답은 아니다. 내 불출마 선언이 호남의 다른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를 유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판단의 기준은 항상 '선당후사'다. 자기 계파나 지역구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당 전체가 어떻게 하면 살아날 수 있는가 생각하면 된다."

전남 여수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4선의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1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20대 총선에서 불출마할 것을 선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총선 불출마 선언한 김성곤 의원 전남 여수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4선의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1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20대 총선에서 불출마할 것을 선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호남 중진 의원들에게 압박되는 건 사실 같다. '물갈이론'이 나오는 건 단순히 호남 의원이라서가 아니라 의정활동 평가도 있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 국회의원 재당선률이 선진국보다 떨어진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도 있었다. 절반 가까이가 교체된다. 그럼 그렇게 교체를 해서 국회가 좋아지는가?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국민이나 언론에서 쉽게 '물갈이론'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나는 스스로 그만뒀지만, 너무 쉽게 물갈이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지역구 불출마를 결심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내가 그만둔다니까 초등학생인 막내가 '머릿속이 하얘진다'라고 하더라. 어떻게 먹고사느냐고웃음) 농담이지만, 나는 다른 재산이 없어서 생계형 국회의원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지역구에 대한 책임이었다. 지역에서는 그래도 초선 의원보다는 다선 의원이 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여론이 있다. 나 역시 그걸 논리로 선거운동을 해왔다. 그러니까 지역구에서 지지자들은 '책임을 피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분들이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당을 살리는 게 정말 큰 일이다. 야당이 살아야 민주주의도, 국가도, 남북관계도 살릴 수 있다. 사실 지역의 일은 신진 인사가 와도 나와 큰 차이가 없을 거다."

- 불출마 선언 이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많은 분이 용단을 내렸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호남에 다른 다선 의원들은 속으로 불편해하는 것 같다. 의총에서 말했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불출마하는 것이 다른 호남 의원들도 용퇴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해 없기 바란다."

"혁신안에 따른 평가, 없던 일로 할 수 없다"

- '문-안-박 지도체제'안이 사실상 무산되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 전대' 제안으로 당이 다시 혼란 상황이다. 불출마 선언 이후에 '과도체제'를 중제안으로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쉽게 보면 비대위 체제다. 문재인 대표가 계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내 다수가 '현 체제로는 어렵다'라고 말한다. 문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도 이 상태로 더 있으면 문 대표가 상처받는다고 걱정한다.

딜레마가 있다. 비주류에서는 호남 민심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문 대표에게 비켜달라고 한다. 하지만 문 대표가 사퇴하면 더 많은 개혁적 시민들의 지지가 떨어져 나간다. 문 대표의 위상을 유지하고, 여태까지 나온 혁신안의 실행을 전제로 문 대표가 물러나게 해야 한다. 문 대표가 밀려나는 식으로 물러나면 그것에 대한 반발로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문 대표의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

그렇게 문 대표가 물러나면서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과도체제, 비대위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 과도체제로 총선까지 치를지, 아니면 내년 1월 전당대회까지만 임시체제로 해야 할지는 조금 더 의견을 모아봐야 할 것 같다."

- 문 대표의 명예로운 사퇴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결국, 계파 세력 간의 공천 나눠 먹기로 보일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다시 말하지만 문 대표의 혁신 작업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장돼야 한다. 혁신안으로 개정된 당헌과 당규는 그대로 가져간다. 그것까지 훼손시킬 수는 없을 거다. 안 전 대표의 제안도 더욱 근본적인 혁신을 하자는 거지 문 대표의 혁신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혁신안에 따른 (선출직공직자) 평가를 없던 일로 한다거나,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누가 과도체제의 지도부가 되더라도 공천 나눠 먹기를 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에든 당선 가능성을 보고 공천을 할 것이다.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된다."

- 과도체제로 가다가 전당대회를 여는 방식에는 어떤 고민이 있나?
"안 전 공동대표의 생각은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보다 당이 침체해 있으니까 분위기 쇄신을 해보자는 쪽이다. 총선 전에 멋진 이벤트를 열어보자는 거다. 그 발상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전당대회기 때문에 '누굴 찍어야 내 공천에 유리할 것인가'로 판단하게 된다. 과거에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공천을 앞둔 전당대회라 이전투구가 아닌 멋진 이벤트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그래서 지도부를 합의추대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당규에 따르면 중앙위원회에서 뽑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건 비주류 쪽에서 거부감이 크다."

- 과거 여러 번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지냈고, 문 대표가 당선된 2.8전당 대회 때도 맡았었다. 당시도 '총선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라고 해서 '룰 변경 논란' 등 많은 갈등이 있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이번에 전당대회를 하게 된다면 시간이 없다. 룰까지 새로 검토하면서는 못한다. 현행 당헌과 당규를 가지고 그대로 가야 한다. 전당대회를 하려면 최소한 한두 달이 필요하다. 늦어도 이달 안에 결론이 나와야 한다."

- 과도체제안에 다른 의원들의 의견은 어떤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소수는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로 가자고 한다. 문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하자는 거다. 이건 소수의 안이고 비주류 쪽에서는 부정적이다. 어쨌든 문 대표가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거다.

다수는 비대위로 가는 것을 지지한다. 그 안에서 총선까지 비대위로 치르자는 의견과 전당대회를 열자는 의견으로 다시 나뉜다. 지금은 전당대회를 열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다."

"야당, 싸우다가도 상대 나타나면 잘 뭉친다"

- 그런 과도체제가 되면 떠난 호남 민심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
"향후 지도부가 어떤 모습을 갖추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지금처럼 계속 혼란이 생기면 안 된다. 호남에서도 인정하는 지도부가 세워지면 민심은 수습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당 밖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호남발 신당들이다. 그걸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이 과제가 남아 있다."

- 새정치연합이 내부 갈등으로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도 많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그런 부분까지 충족시킬 수 있을까?
"야당이 싸우지만 않고 단합만 해도 지지율이 10%는 오를 것이다. '제대로 못 싸운다', '대안이 없다'는 비난이 있다. 그 부분도 보완해야 하지만, 당내 구성원 간의 합의를 보지 못하고 계속 싸우는 모습이 당 지지율을 깎아내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단합하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 당의 미래를 낙관하나?
"비관하지는 않는다. 그동안에도 총선 전에 새로운 당명과 새로운 당이 출연했었다. 야당이 싸우다가도 상대가 나타나면 잘 뭉친다. 모든 창조는 혼돈을 거쳐야 한다. 새로운 창조를 낳기 위한 산통이라고 보고 질서를 잡아 나가야 한다. 그 질서를 잡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선당후사'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김성곤, #불출마, #문재인, #안철수, #새정치연합
댓글2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