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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파면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 현수막
▲ 촛불문화제 경찰청장 파면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 현수막
ⓒ 김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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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도 행진도 평화적이었다. 그리고 경찰은 시위대를 보호했다.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칠순에 가까운 노구를 이끌고 전남 보성에서 천리 길을 달려와 죽어가는 농촌을 살려달라고 외치던 농민에게 박근혜 정권은 물대포 직사로 응답했다.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은 이미 전 국민에게 알려졌고 최루탄이 물대포로 바뀐 현실에 국민들은 불안과 분노에 직면했다.

이미 모든 게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사회지만 경찰의 무차별 진압에 희생자들이 속출해도
경찰의 태도는 안하무인, 인면수심이었다. 사과는커녕 집회 자체를 폭도들의 난동으로 매도하는 발언이 정부, 여당 쪽에서 줄을 잇고 있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까.

수없이 많은 역사가 반복돼도 권력에 취한 무리들은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가 힘든가 보다. 그 끝은 바로 민심의 폭발이다. 집에서, 직장에서 침묵하고 마음으로만 분노하던 사람들이 양심의 울림에 따라 거리로 나설 때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이길 권력은 만고역사에 없다.

상주시민들이 경찰청장 파면과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촛불 집회 상주시민들이 경찰청장 파면과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상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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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이 사경에 빠진 지 8일째 되는 11월 22일 경북 상주에서 살인경찰을 규탄하고 경찰청장의 파면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비는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원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건이 터지고 많은 집회가 열렸지만 이번 집회는 참여 열기부터 남달랐다. 참가 숫자도 평소의 두 배가 넘은 2백 명 정도가 모였고 집회는 자연스레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와 경찰청장 파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책임을 묻는 구호로 이어졌다. 민심의 분노가 일정 수위를 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상주시민들이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가두시위에 나선 시민들 상주시민들이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이종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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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이라 많은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참석을 했고, 거리 행진할 때 경찰청장 파면과 박근혜 사과를 촉구하는 구호에 상가의 시민들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가두 행진을 지켜보았다.

집회와 행진은 아주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서울까지 가서 백남기 농민을 위문하고 온 전성도(50세, 전농 전 사무총장)씨의 경과보고와 노동개악, 국정화에 대한 시민들의 발언에 이어 농민가수 농밴의 쾌유 기원 노래곡과 구호가 집회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상주경찰서를 향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 거리로 나선 시민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상주경찰서를 향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 김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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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민들이 상주경찰서 앞에서 경찰청장 파면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비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상주경찰서 앞 항의 집회 상주시민들이 상주경찰서 앞에서 경찰청장 파면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비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김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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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늘상 보았던 집회의 원천봉쇄, 차벽설치, 저항과 진압, 몸싸움이 아니라 상주시민들은 선두에 선 경찰의 보호 하에 원하는 구호를 맘껏 외치며 시위를 전개했다.

새누리당의 아성이라 하는 경북 상주 시내의 밤하늘에 반정부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번
집회의 절정은 경찰청장 파면을 촉구하는 상주시민들의 항의문을 상주경찰서에 전달하면서 마무리되었다. 시내를 거쳐 상주경찰서 앞에 도착한 시위대는 마중(?)나 온 경찰과 마주했고, 당직자에게 서한을 전달했다. 이후 시위대는 다시 차도 행진을 계속하여 인근 성 당 앞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과는 너무 대조적으로 평화적으로 시위가 마무리 되는
것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만족과 안도감을 나타내면서도, 아직은 경찰이 시위대의 규모와 파급력을 가볍게 여겨셔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도 이렇게만 집회와 시위가 보장되고 마무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은 아직은 순진한 것 일까. 시위의 경중은 차치하고 민주국가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권리, 이를 보호하는 경찰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답고 흐뭇한,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상주의 자랑스런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상주의 소리에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집회, #백남기, #물대포, #상주,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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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을 존경하고 깨어있는 농부가 되려고 노력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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