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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돌보기는 즐거움이다. 단풍도 보고 놀이시설에서 운동도 한다. 오늘따라 무척 즐거운가 보다.
▲ 가을 단풍 아이 돌보기는 즐거움이다. 단풍도 보고 놀이시설에서 운동도 한다. 오늘따라 무척 즐거운가 보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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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뭐 해?"
"......"


손녀 콩콩이가 뜬금없이 하는 말이다. 아이들 말이나 행동은 그 주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부부는 '여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아내를 부를 때 아들 이름을 부른다. 쑥스러워 부르지 못하고 젊어서부터 습관이 되다 보니 호칭이 굳어졌다. 아내와 아들이 함께 있을 때 아내를 찾으면 아들이 대답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손녀가 포즈를 취해주었다. 제법이다. 손가락으로 v 표시도 해준다.
▲ 가을 단풍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손녀가 포즈를 취해주었다. 제법이다. 손가락으로 v 표시도 해준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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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가 할아버지에게 하는 '여보'라는 말에 당황스러운 이유다. 혹시, 유치원에서 하는 부부놀이에서 언니가 쓰는 말이 아닐까. '오빠', '자기야' 등 요즈음 젊은이들이 쓰는 남편의 호칭은 정감 있게 들린다. 친구들 간에도 가까운 경우에는 '자기야'라는 호칭을 쓴다. 상대를 자기로 불러주니 일체감이 느껴질 법도 하다. 요즈음 아이들은 부부놀이를 하며 논다.

"할아버지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갑자기 말이 트이기 시작했다. 트였다고 해야 맞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한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겠지만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단순하고 쉬운 말들이다. 아이들이 하는 말은 모두가 '동시'가 될 수 있다는 도서관 선생님의 말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별 생각없이 한 말이겠지만, 내가 죽었으면 한다는 뜻의 "할아버지가 돌아갔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전혀 싫지가 않고 웃음이 난다.

가을이 깊어 간다. 조석으로 일교차가 매우 심하다. 차라리 추운 겨울보다 견디기 어렵다. 따뜻한 기온에 길들여진 내 몸이 아직 적응을 못한 탓이다. 바람에 낙엽이 날린다. 할 일을 다 한 듯 제 한 몸을 불태워 에너지를 뿌리로 내려보내고 허공에 송두리째 몸을 던진다.

얼굴에 상처가 아물 날이 없던 언니의 얼굴도 깨끗해졌다. 둘이 싸우기만 하더니 적응이 된 듯하다. 종일 유치원에 간 언니를 기다린다. 이를 악물고 언니에게 달려들던 때와는 달라졌다. 아이들도 말을 배우기 전에 질투라는 감정을 먼저 느끼는가 보다.

기분이 최고다.  붉게 물든 단풍을  시기라도 하는 듯 비가 내렸다. 시내 도로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느라 바쁘신 분들이 있다. 그냥 두면 사각사각 밟는 즐거움이 있을 텐데...
▲ 가을 단풍 기분이 최고다. 붉게 물든 단풍을 시기라도 하는 듯 비가 내렸다. 시내 도로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느라 바쁘신 분들이 있다. 그냥 두면 사각사각 밟는 즐거움이 있을 텐데...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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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와 도서관 북 스타트 교육 프로그램에 열심히 다니다 보니 가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세월이 참 빨리 지나간다. 손녀가 성장해가는 속도와 할아버지인 내 생의 잔여기간이 반비례한다. 티 없이 맑은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회의가 앞선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어떻게 살라고 해야 하나.

지난 10일 도서관에서의 일이다. 손녀 콩콩이가 친구로부터 손찌검을 당했다. 눈물 범벅이 된 아이를 보니 마음이 언짢아졌다. 철없는 아이의 돌발적인 행동이지만 마음이 아프다. 겨우 3살, 우리 아이가 헤쳐나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아이들도 눈빛만 보면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알아본다고 하는데.


태그:#콩콩이,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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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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