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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전통공예관에서 바라 본 구마모토성
 구마모토 전통공예관에서 바라 본 구마모토성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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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야 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연구회로부터 우리 예성문화연구회로 연락이 왔다. 금년 한일 민간단체의 역사문화 교류를 11월에 했으면 좋겠다고. 예년 같으면 5월 정도에 연락이 왔는데, 올해는 상당히 늦은 편이다. 편지 내용을 보니, 예산이 부족해 심포지엄 대신 연구발표회를 했으면 좋겠단다. 지금까지 심포지엄은 참가자가 백명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양 단체 핵심 관계자 이삼십 명이 참가하는 학술발표회를 갖자는 것이었다.

우리 예성문화연구회 측에서는 항공 일정을 고려해 11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구마모토를 방문하겠다고 통보했다. 그것은 구마모토행 비행기가 일주일에 세 번 월, 목, 토요일에 운행하는데, 토요일 아침에 출발해 월요일 저녁에 오는 스케줄이 가장 실속 있기 때문이다. 이 스케줄은 토요일 아침 9시 30분에 인천 공항을 출발하고, 월요일 저녁 6시 30분에 구마모토 공항을 출발한다.

구마모토 전통공예관에 전시된 도자기
 구마모토 전통공예관에 전시된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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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발표회의 주제는 '한국과 일본의 전통공예'로 하자고 한다. 일한문화교류연구회 회장인 사카모토 나오후미(坂本尙文)가 구마모토 전통공예관 과장이어서 주제를 전통공예로 선택한 것 같다. 그리고 일본 측에서 2명, 한국 측에서 2명이 발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 왔다. 우리 회원 중에도 소목과 대목 분야 전문가가 있지만, 전통공예라는 주제에 한정시킨다면 소목장 정도가 합당할 것 같아 1명만 발표하는 것으로 통보를 했다.

그렇게 해서 일본 측에서 3명, 한국 측에서 1명이 발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사카모토 회장이 '구마모토 전통공예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보고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연구발표는 이시하라 히로시(石原 浩)가 '도자기와 다도'를, 박근영(朴根永)이 '충주 소반'을, 하야세 테루미(早瀨輝美)가 '일본 전통종이 와시(和紙)'를 하기로 했다. 연구발표는 통역을 포함해 40분이고, 발표 후 10분간 질의응답을 하기로 했다.

자연 속에서 히고고류(肥後古流)라는 다도를 보여주인 다인
 자연 속에서 히고고류(肥後古流)라는 다도를 보여주인 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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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한일 양국에서 원고를 한국어와 일본어 두 가지로 제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원고와 함께 PPT를 만들어 발표는 PPT 중심으로 하기로 했다. 그것은 도자기와 다도, 소반, 전통종이 등이 말과 글로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이시하라는 구마모토 지역 다인들을 초빙해 다도체험을 시켜줬다. 그리고 한국의 박근영도 자신이 직접 만든 소반을 가지고 가 발표에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학술발표회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오히려 알차고 실속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실생활과 관련이 있는 주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의 다도에 대해 한 수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일본 전통종이인 와시 역시 우리 한지(韓紙)와 같이 쇠퇴하고 있지만, 보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야스시로 신사의 묘켄궁(妙見宮)

우리를 안내한 일한문화교류연구회원들: 왼쪽부터 사카모토 회장, 이시하라, 나가니시, 시마즈 선생
 우리를 안내한 일한문화교류연구회원들: 왼쪽부터 사카모토 회장, 이시하라, 나가니시, 시마즈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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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0시 50분에 구마모토 공항에 도착한다. 인천에서는 비가 왔는데, 구마모토는 날씨가 좋은 편이다. 그런데 구마모토 공항의 규모가 작아 수속에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그놈의 지문채취와 사진촬영 때문이다. 외국인을 못 믿겠다는 건지, 아니면 테러나 밀입국 등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건지...

11시 30분쯤 밖으로 나가니 자주 만난 회원들이 나와 있다. 사카모토 회장, 시마즈 선생, 이시하라 사무국장, 나가니시 선생이다. 그 중 시마즈 선생과 이시하라 사무국장은 매년 만나는 사이다. 그것은 양국의 교류시 매번 참석하는 멤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시하라 사무국장과 나는 한일 양국의 학술교류를 조율하는 카운터파트로, 항상 연락을 취하고 있다.

묘켄궁
 묘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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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대의 차에 분승해 구마모토 남쪽 야스시로(八代)로 향한다. 중간에 미야하라(宮原)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다. 일본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작지만 사람이 많은 편이다. 특이한 것은 그곳에서 그 지방의 특산물을 판다는 점이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바로 야스시로 신사로 향한다. 야스시로는 구마모토현 남쪽에서는 가장 큰 해안도시다.

그러나 우리는 해안이 아닌 구마가와(球磨川) 근처에 있는 야스시로 신사 묘켄궁(妙見宮)을 보고, 미야지(宮地) 수제(手漉き) 와시 공방을 방문할 것이다. 야스시로 신사에 도착하니 야스시로 박물관 학예연구사인 하야세 테루미가 나와 우릴 맞이한다. 그것은 하야세가 이번 학술발표회에서 일본 전통종이인 와시에 대해 발표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우릴 구마모토의 대표적인 와시 생산지 미야지 공방으로 안내하러 나왔다.

묘켄궁 본전
 묘켄궁 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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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야스시로 묘켄사이(妙見祭)를 알려주기 위해 자료를 가지고 나왔다. 우리는 먼저 묘켄궁을 구경한다. 묘켄궁은 묘켄신을 모신 궁이다. 묘켄은 북극성 또는 북두칠성을 말한다. 전설에 의하면 천년도 넘는 오랜 옛날에 묘켄신이 거북을 타고 바다를 건너 야스시로에 왔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은 한국의 왕자가 바다를 건너 야스시로에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묘켄신은 도래신(渡來神)이 된다. 바다를 건너온, 이 단어는 구마모토현에서 선진문물을 받아들인 개념으로 즐겨 사용되고 있다.
  
묘켄궁은 흰벽에 빨간 기둥, 황동 기와로 만들어진 현대적인 신사의 본전이다. 처음에는 상궁 중궁 하궁의 삼궁으로 이루어졌으나, 현재는 하궁만 남아있다고 한다. 하궁의 본전 내부에는 진국(鎭國)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그리고 건물 내부에 용 장식이 있다. 건물 외부에는 학, 사자, 코끼리 부조가 붙어 있다. 이러한 동물들은 불교적인 유산으로 보인다.

육지장당
 육지장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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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메이지시대 신사와 불교가 분리되면서, 신사 중심의 신도가 번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에도 본지당(本地堂), 다보탑(多寶塔), 인왕상(仁王像) 등 불교유산이 있었으나, 지금은 1672년에 세운 육지장당(六地藏幢) 정도만 남아있다. 우리를 안내하는 이시하라가 본전에서 신사 참배 예절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본전 주변에는 사자 두 마리가 건물을 호위하고 있다. 불교라면 금강역사와 4대천왕이 절을 지킬 텐데 말이다.

묘켄사이(妙見祭)는 야스시로 대표 축제다

본전을 보고난 우리는 이제 수세사(水洗舍)로 간다. 그곳에 야스시로 대표축제인 묘켄사이에 사용되는 신물(神物)들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묘켄사이는 매년 11월 23일 시오야(塩屋) 하치만구(八幡宮)에서 출발한 신가마(神輿)와 신주(神主)가 야스시로 신사 묘켄궁까지 이운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축제다. 이때 사람들의 행렬과 함께 시시(獅子), 장식용 수레인 가사보코(笠鉾), 장식말인 가자리우마(飾馬), 나무로 만든 긴마(木馬), 거북이 몸에 뱀의 머리를 한 기다(龜蛇), 물과 불 그리고 바람을 상징하는 덴구(天狗)가 호위하거나 따라간다.

암수 두 마리 사자
 암수 두 마리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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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로 불리는 사자는 행렬을 호위하면서 삿된 기운을 제거한다. 이때 암수 두 마리가 사자춤을 추는데, 이것은 서역에서 중국을 거쳐 전해온 것이다. 암사자는 뿔이 한 개이며, 몸체와 꼬리를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장식했다. 숫사자는 뿔이 두 개고, 몸체와 고리가 붉은색과 흰색이다. 이들 두 마리 사자는 옥을 가진 어린이와 놀면서 나팔, 태평소,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장식용 수레인 가사보코는 모두 9기가 있으며, 17세기 후반부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가사보코의 윗부분에는 각각 다른 장식을 하는데, 인물과 동식물이 표현된다. 가자리우마는 말 머리에 장식을 하고 사람이 끌고 간다. 이 말은 움직이는 동물이어서 생동감이 있다. 종이와 나무로 만든 가짜말인 긴마에는 어린이가 들어가 걸어간다. 이것은 1737년 야스시로 성주 마쓰이 히사유키(松井壽之)의 70회 생일을 축하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기다(龜蛇)로 불리는 현무
 기다(龜蛇)로 불리는 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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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켄의 전설과 관련이 있는 가장 중요한 동물은 기다로 불리는 현무(玄武)다. 현무는 거북이 몸에 뱀 머리를 한 가상의 동물로 북방을 지키는 신이다. 일반적으로 거북이를 가메로 부르는데, 뱀의 머리를 하고 있어 기다로 불린다. 기다는 행렬 속에서 난폭하게 군다. 그래선지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다. 기다는 병을 물리치고 재물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덴구는 녹색, 붉은색, 검은색 세 마리인데, 이들 색깔은 수왕(水王), 화왕(火王), 풍왕(風王)을 상징한다. 수왕은 비가 많이 오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화왕은 맑은 날이 많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풍왕은 바람도 적당히 불어줄 것을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들 외에 가신과 무사로 이루어진 야코(奴)가 주인의 짐을 들고 놀이를 하며 행진한다.

긴마로 불리는 장식말
 긴마로 불리는 장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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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들 신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건물 안에 큐슈 3대 축제 야스시로 묘켄사이라는 족자가 걸려 있다. 그리고 앞쪽에 기다, 긴마, 시시가 자리하고 있다. 안쪽으로 장식말이 있고, 측면에 흑, 적, 녹의 하늘나라 개가 보인다. 야스시로 시립박물관에는 200년 전 에도시대 묘켄사이를 그린 40m짜리 두루마리 채색회도가 있다고 한다. 

이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다른 신을 모신 신사도 살펴본다. 오미야신사(大宮社), 이나바신사(稻荷社)가 있는데, 이곳에 모신 신이 천황신과 음식의 신이다. 전자는 야마토 다케루(日本武尊)로 <일본서기>에 나오는 천황이다. 후자는 우케모치노가미(保食神)로 불리는 신으로, 우리에게 곡식과 육류 그리고 어류를 제공한다. 이들을 보고 나면 길은 자연스럽게 묘켄마치(妙見町) 2156번지에 있는 미야지 수제 와시 공방으로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 [한ㆍ일 민간단체의 역사문화 교류 2015]는 한일 양국 민간단체 교류를 기록한 세 번째 연재다. 이번 연재는 ‘일본과 한국의 전통공예’라는 주제의 학술발표와 관련 문화유산 답사를 중심으로 10회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연재와 맥을 같이하는 연재가 이미 2회 있었다. 2009년에는 학술대회가 다마나(玉名)에서 열렸고, 주제는 ‘구마모토현 북부의 고대문화와 한반도’였다. 이때의 교류기는 2009년 11월 5일부터 9회 연재했다. 그리고 2013년 아마쿠사(天草)에서 열린 학술대회의 주제는 ‘일본과 한국의 천주교 수용’이었다. 그때의 교류기는 2013년 12월 1일부터 11회 연재한 바 있다.



태그:#한ㆍ일 민간단체 교류, #구마모토, #전통공예, #야스시로, #묘켄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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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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