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침에 두통약을 먹고 잠시 누웠는데 한동안 오지 않던 시연이가 찾아왔다. 외갓집식구들이 다들 모여 노래방에 가서는 우리 시연이 신나서 노래를 하고는 내 옆으로 왔다. 그러고는 한창 들떠 '엄마 다음에는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공연 보러갈 거야. 친구들이 완전 재밌데' 아이들이 있는 그곳에서도 공연을 잘 보고 있는가 보다.  - 시연엄마 페이스북 포스팅 중에서

성빈이와 아빠 카톡 내용 캡처.
 성빈이와 아빠 카톡 내용 캡처.
ⓒ 윤솔지

관련사진보기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2학년 3반 김시연양 엄마의 포스팅이 많은 사람들을 잔잔하게 울렸다. 많은 시민들은 '다 보고 느끼고 있을 시연이... 통통~~ 거리며 버킷리스트 공연을 누비고 있겠다며 가족분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자주 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위로의 댓글들을 남겼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꿈을 이야기 하는 공연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가 9번째 무대를 (11월 29일 일요일 4시 16분 홍대롤링홀)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단원고 1개반씩 매달 진행하고 있는 이 공연은 이제 단원고 1반, 2반 두 개 반을 남겨놓고 12월에 종료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2학년 1반 소녀들의 이야기를 조동희, 하현곤팩토리, 헬로스트레인저, 소울트레인, 해리빅버튼 그리고 이디오테잎 등 뮤지션이 함께 한다. 1반에서는 18명이 희생되었으며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인 중 하나인 조은화양도 있다.

수능 날, 시연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시연이 모습
 시연이 모습
ⓒ 윤솔지

관련사진보기


"수능 보는 날이라 시연이 보러 갔다 왔어요. 꽃 사가지고... 빼빼로 데이라고 빼빼로 그것도 수능 보는 아이들 전용 빼빼로 가서 붙여주고. 고 2 올라가면서 3월에 시연이가 그랬었거든요. '엄마엄마 우리 수능 이제  600 몇 일 남은 거 알아? 대박이야!' 그때부터 날짜를 계산하고 있었던 거 잖아요. 두려웠겠지만 실감나고 기대됐을 텐데...  수능 전날이라고 시연이의 다른 친구들은 풍선에 이름 써서 들고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사진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그 안에 시연이가 없다는 게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2학년 1반 성빈이 아빠의 마음도 시연이 엄마와 같은지 평소 모습과 다르게 별 말씀이 없다.

"착잡하지. 성빈이가 공부를 잘했어. 공부를 잘했지. 법대를 가겠다고 했는데. 괴로워. 우리 딸 지나가던 곳을 항상 다니는데. 가슴이 턱턱 막혀."

성빈이는 단원고에서 전교 순위권을 다퉜다. 장학금도 자주 타서 엄마 몸 안 좋을 때 홍삼도 해드리고 집안 목욕탕에 욕조도 리모델링할 정도로 집안에 예쁜 작은 딸이었다. 하지만 시연엄마 말대로 아이들이 두근대면서도 기다렸을 수능 날의 설렘과 긴장이 그들에겐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째 겨울이 찾아오는 지금. 그들의 아이들이 경험했어야 할 수능에 대한 걱정은 '간절하게 하고 싶은' 하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스무살, 대학 졸업, 취업 등의 시간을 보낼 때 영원히 고등학생 2학년 엄마 아빠로 살아가야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 윤솔지

관련사진보기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세월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