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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정의당 천안시 지역위원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이 '진짜 안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10일 정의당 천안시 지역위원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이 '진짜 안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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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이건 가짜 안보다. 사람이 중심에 있고, 인간의 생명가치가 중시되고 존중되는 안보가 진짜 안보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이 천안 강연에서 언급한 핵심 내용이다. 김 단장은 10일(수) 정의당 천안시 지역위원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인간 중심인 군대가 생명가치가 저평가된 군대보다 더 잘 싸울 수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김 단장이 전한 병영문화의 실태는 생각했던 수준 이상으로 심각했다. 김 단장은 특히 이 시대의 청년문화에 주목했다. 김 단장의 강연 내용이다.

"청년 세대를 나쁘게 말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청년 공동체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과거에 입대 동기가 군생활 할 때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고문관'일 경우, 하급자가 무시하면 고문관 편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다. 후임에게 조직 부적응자를 처벌하라고 알려준다. 해병대의 기수 열외가 바로 이런 것이다.

군대폭력의 본질 자체가 달라졌다. 사실 이 대목이 가장 충격적이다. 과거엔 고참이 후임 여럿을 세워 놓고 차례로 때렸다. 그렇게 해서 고참의 위신을 세웠다. 지금은 고참 여럿이 후임 한 명을 때린다. 때리는 행위에서 선임자로서의 권위는 관심 없고 가장 약한 고리에 대한 집단의 처벌이 집중된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윤아무개 일병 사건이 그렇다. 사망한 윤 일병은 자대배치 37일 가운데 35일을 맞으면서 보냈다. 고참 여섯이 윤 일병 폭행에 가담했다."

10일 정의당 천안시 지역위원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이 '진짜 안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10일 정의당 천안시 지역위원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이 '진짜 안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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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구성원들을 수시로 분류하고 감시하는 일은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탁월한 방식이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구성원들의 자기 계발이 조직의 궁극적인 발전을 가져온다"며 통제의 비합리성을 꼬집었다. 김 단장의 말이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자기 계발이다. 구성원의 성장과 발전이 있어야 조직도 좋아진다. 미국의 경우, 병사들 가운데 문맹자가 많다. 그러나 미군은 이들을 개발을 통해 수준 높게 활용한다. 그러나 한국군 병사들은 대부분 대학 재학생들이다. 아마 한국군 병사들의 학력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수준 높은 자원을 데려와서 수준 낮게 활용한다."

보수정권, 안보 정략적으로 이용

김 단장은 군의 열악한 환경을 꼬집으면서 보수 정권에게 날선 문제를 제기한다. 

"보수정권에 묻고 싶다. 이런 군대를 갖고 안전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가? 전쟁이 나면 잘 싸울 수 있는가? 군대 문제를 방치하고 안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이용했다. 원래 안보는 전략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보수정권은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안보의 본질은 시민이 자원을 전략적으로 투입해 전쟁 발발 시 잘 싸우고 이길 수 있는 좋은 군대를 양성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이 정략적으로 이용됐다. 정치와 모종의 깊은 관계로 얽혀졌다는 말이다. 나는 보수정권이 안보를 상업적으로 우려먹어 도리어 안보를 망친 역설적인 상황에 분개한다. 그나마 이 나라 안보가 유지된 건 이름 없이 헌신한 일선의 전투원들 덕분이다."

보수정권의 안보팔이에도 일반 국민들의 의식엔 안보는 보수라는 등식이 각인돼 있다. 이에 김 단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진보가 구호 보다는 사람의 문제에 더 집중해줄 것을 주문했다.

10일 정의당 천안시 지역위원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이 '진짜 안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10일 정의당 천안시 지역위원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이 '진짜 안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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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전체가 조직 내 저성과자를 참지 못한다. 그래서 이물질 같은 구성원을 조직에서 쫓아낸다. 집단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분리수거하는 셈이다. 노동개혁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이 나라 전체가 인간을 분리수거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분리수거가 전체 집단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정서가 더한 폭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차별행위 자체가 정당하고 믿고 따르는 사고가 이데올로기로 정착됐다. 진보는 구호만으로 이룰 수 없다. 진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사람이다. 사람이 이데올로기 속에서 어떻게 아픔을 당했고 죽어갔는지 매우 진정성 있고 감성적이고 설득력 있게 드러내 주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진보의 과제일 것이다. 사람이 중심에 있는가? 타인을 배려하는 도덕적 관심을 하나둘 놓치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에서 진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김 단장은 대통령 비서실 국방보좌관실 행정관(2003년 4월~2005년 1월), 국무총리실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2005년 1월~2007년 1월), 국방장관 정책보좌관(2007년 2월~2007년 4월), 군사·안보 전문잡지 <디펜스21> 편집장 등 안보 전문가로 활동해오다 지난 8월 정의당에 입당했다. 


태그:#김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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