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천항 물동량 창출과 대외 무역수지 개선에 효자 노릇을 해온 국내 중고자동차 수출산업이 존폐기로에 섰다.

국내 중고차 수출물량은 2012년 37만 3472대(=약 2조 2390억 원)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 있다. 2013년 30만 7540대(=약 1조 6417억 원)로 떨어진 뒤 지난해 24만 4860대(=1조 3071억원)로 더 떨어졌다. 업계에선 올해 수출물량이 20만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물량이 감소하면서 수출물량의 80%를 처리하는 인천항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심지어 인천항에서 중고차 수출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선박이 기항하지 않아, 화물차로 인천에서 평택항으로 실어 나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평택항에는 현대, 기아차부두와 자동차전용부두가 있어 배가 늘 입항하기 때문이다. 물류 왜곡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중고차 수출물량은 2012년 100만대에서 지난해 128만대로 증가했다. 인천항발전협의회는 일본의 올해 상반기 수출실적을 보면, 올해 말까지 약 125만대 가량을 수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물량 감소는 수입국 사정보다는 국내 중고차산업 인프라 부족과 해외 바이어 이탈에 기인한다. 이는 일본 중고차 수입국을, 국내 중고차 수입국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일본 중고차는 우(右)핸들 차량이고, 한국 중고차는 좌(左)핸들 차량이다. 한국의 수출국 상위 10개국은 모두 좌핸들 차량 국가다. 이 상위 10개국 중 일본의 수출국과 중복되는 나라는 7개다. 일본은 이 7개국에 우(右)핸들 차량을 우리보다 더 많이 수출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과 중복되는 좌핸들 차량 국가 7개에 수출한 물량은 2012년 10만 1363대에서 2014년 5만 4079대로 반 토막 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물량은 48만 4702대에서 58만 5970대로 10만대 이상 늘었다.

중고차 수출 3년 만에 17만대 감소
    
 RORO 선박이 수출용 중고차를 선적하기 위해 인천항 내항 선석에 접안 중이다.
 RORO 선박이 수출용 중고차를 선적하기 위해 인천항 내항 선석에 접안 중이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국내 중고차 수출은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인항 경인아라오토단지, 인천 북항 인근 율도단지와 엠파크, 남항 배후 송도유원지와 대우로지스틱스단지 등에 있던 수출업체는 800여 개였다. 그러나 올해 10월 현재 약 300개로 줄었다.

현재 송도유원지 일대를 제외한 나머지 중고차수출단지는 모두 사라진 상태다. 대우로지스틱스단지와 북항 주변 단지는 완전 철수했고, 경인아라오토단지도 5개 업체만 남고 모두 철수했다.

해외 바이어들이 일본으로 이탈하고 수출업체가 감소해 올해는 20만대조차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2년보다 약 17만대 정도 줄어드는 것이다.

17만대 물량이면 2000대 선적 기준 선박이 인천항에 85번 드나들어야 하는 물량이고, 2013년 수출단가를 적용하면 약 9000억 원에 해당한다.

인천 내항에서 물량 17만대가 감소하면 물동량 195만 5000만CBM(=172만 5050RT)이 감소한 것과 같다. D하역업체가 내항 8부두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처리한 물량이 약 151만RT이다. 즉, 자동차 17만대면 이 물량을 뛰어넘을 만큼 많은 것이다. 이 물동량이 인천항에서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인천항에서 한국지엠의 유럽 수출 물량이 감소하면서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수출물량이 없으니 자동차전용 선박이 인천항에 기항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남미로 수출하는 물량은 화물차로 평택항으로 나르고 있다.

중고차 수출산업 '인천항 경쟁력' 점점 사라져

경기평택항만공사는 평택항 배후부지 143만㎡ 중 57만㎡(=약 17만 2400평)를 수입차 피디아이(PDI: pre-delivery inspection,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되기 전 수행하는 검사) 전용단지로 조성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PDI 전용단지를 조성하면서 자동차 전용부두를 제공하고 저렴한 임차료(㎡당 월 500~700원)를 제시해 인천의 PDI 업체들을 모두 끌어들였다. 인천에 있던 폭스바겐·아우디·BMW 등, 수입차 PDI 업체들이 모두 사라졌다.

평택항은 PDI센터를 앞세워 중고차수출산업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평택항에는 선석 길이가 290m에 달하는 자동차 전용 선석이 네 개나 있으며, 한 개 선석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배후단지를 제외한 이곳 면적만 69만 2000㎡(약 21만 평)에 달한다.

해운사의 경우 PDI센터가 있는 평택항에 수입차를 하역한 뒤, 바로 그 부두에서 중고차 또는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의 수출자동차를 선적하면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평택항에는 PDI 단지 이외에 23만 2000㎡에 달하는 자동차전용 부두까지 마련돼있다. 게다가 자유무역지대에 추가로 중고차수출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중고차 수출업체가 인천항에 있을 이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수출 합법 단지 포기는 곧 수출산업 포기

평택항에는 자동차전용 선석(290m)이 네 개 있다. 배후단지를 제외한 이곳 면적은 69만 2000㎡다.
 평택항에는 자동차전용 선석(290m)이 네 개 있다. 배후단지를 제외한 이곳 면적은 69만 2000㎡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평택항에는 자동차전용 선석(290m)이 네 개 있다. 배후단지를 제외한 이곳 면적은 69만 2000㎡다. 국내 중고차수출산업을 견인한 인천의 중고차수출산업은 합법 단지를 찾지 못하면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등이 수년째 합법 단지를 조성하지 못하면서 영세수출업체는 도산하고, 해외 바이어는 일본으로 이탈하고 있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버티고 있는 송도유원지 내 중고차수출업체도 곧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올해 6월 연수구가 대법원에서 승소함에 따라, 입주업체들은 11월 24일까지 이곳을 떠나야한다.

연수구는 최근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겠다는 계고장을 중고차수출업체들에 보냈다. 연수구의 입장은 강경하다. 연수구는 "지난 2013년부터 온갖 불법이 판치고 주민들이 접근조차 꺼리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변모했다. 불법을 바로잡고 주민들의 환경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강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중고차수출산업 활성화를 위해 3년 전부터 인천항 인근에 합법 수출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천항만산업의 의제로 부각했으나 여전히 답보상태다.

최근 인천항 인근에 대체부지가 거론됐으나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대책 마련에 실패했다. 시와 공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에 수출물량은 3년 만에 17만대 감소할 전망이고, 해외 바이어와 수출업체는 일본과 평택항으로 각각 이전하고 있다.

중고차수출업계 관계자는 "2년 전에도 불법 가설물을 단속하고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벌금을 부과받은 해외 바이어는 비자 발급이 안 돼 입국이 안 된다. 이 바이어들이 일본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바이어들이 아예 인천을 기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대책 마련을 미루는 것은 중고차수출산업을 접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합법 단지 조성으로 업체 법인화와 산업화 유도

인천 중고차수출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우선 합법적인 대체단지를 조성할 때까지 행정대집행을 유예해달라는 것이다. 그 뒤 합법 단지를 조성해 현재 개인사업자로 돼 있는 업체를 법인사업체로 바꾸자는 것이다.

인천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인천항 인근에 합법 단지를 조성해 법인사업자를 입주시키고, 시장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수출단지에 건물을 더 짓고, 그 다음으로 일본처럼 옥션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영세업체들이 부지 임차료 정도는 낼 수 있지만 당장 건물을 지을 여력이 없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하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일본 중고차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항만 바로 옆 옥션'이다. 일본의 중고차는 일단 검사를 거쳐 경매장으로 간다. 경매장이 항만에 인접해있어 수출용 차량은 바로 부두로 보내지고, 내수용은 외부 매장으로 이송된다.

경매장에서 중고차를 낙찰받은 수출업체가 해외바 이어와 수출계약을 맺고, 해당 차량이 부두에 들어서면 부두 운영사는 선적부터 운송·보관·통관에 이르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천항만업계와 중고차수출업계는 일본과 같은 단계로 가려면 인천항 인근에 합법 단지를 조성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합법 단지를 조성하고 입주자격을 법인사업자로 제시하면 개인사업자 합병은 물론 화주·선사·하역업체가 참여하는 법인사업체가 등장하고, 이에 따라 중고차 매집부터 수출까지 전체 과정이 투명해진다는 것이다.

인천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법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는 다르다. 법인은 매입과 매출기록이 잡힌다. 중고차 매집부터 수출까지 과정이 투명해진다. 또 수출 법인은 해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차량검사를 강화할 것이라, 한국 중고차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고 한 뒤 "중고차 수출업체 법인화가 됐을 때 2014년 기준 국내 수출물량 25만대와 일본이 좌핸들 국가로 수출한 58만대를 합한 83만대를 한국이 수출하면 법인세와 소득세가 약 1400억원, 지방세가 약 229억원 발생한다. 합법 단지 조성을 더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고차 수출, #인천항, #일본 중고차, #중고차 수출단지, #인천항만공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