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태안군의회의 상임위원회 폐지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이 지난 10월 29일부로 종료가 된 가운데 청구가능선인 1785명을 넘어 4886명의 서명지를 전달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태안군민회.
▲ 태안군의회 상임위 폐지 촉구 태안군의회의 상임위원회 폐지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이 지난 10월 29일부로 종료가 된 가운데 청구가능선인 1785명을 넘어 4886명의 서명지를 전달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태안군민회.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태안군의회 의원 출신을 비롯해 전직 군수, 도의원 등으로 구성된 태안군의정회를 비롯해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교육계, 종교계 등 다양한 계층으로 조직된 '태안군의회 불합리조례 폐지촉구 군민회'(이하 '군민회')가 5일 청구가능선인 1785명을 훨씬 웃도는 4886명의 태안군민들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 직접 쓴 서명지를 태안군에 제출했다.

군민회 측은 이날 "민의를 끝까지 외면하고 불합리한 상임위를 계속 고집할 경우 이를 주권자인 태안군민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2년 남짓 남은 다음 선거까지 법이 허용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주권자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전체 유권자의 10%에 육박하는 태안군민을 성난 민심으로 만들었을까.

사건은 지난 6대 군의회 시절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러간다. 태안군의회는 지난해 6월 4일에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슬그머니 '태안군의회 상임위원회 설치'를 위한 수순을 밟는다.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 채 군의원들끼리 모여 간담회를 통해 논의됐고, 상임위 운영을 위한 조례개정은 물론 상임위원회별 회의실 2개소와 위원장실 2개소 등에 대한 리모델링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시민단체의 귀에 흘러들어갔고, 시민단체인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비밀리에 추진 중이던 태안군의회의 상임위원회 설치에 제동을 걸었다.

시민연대는 당시 예산과 군정 규모를 고려할 때 군의회의 조직을 분할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상임위원 3~4명으로는 전문성과 의정능력 부족으로 집행부에 휘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 그리고 예산 낭비 초래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특히, 시민연대는 주민들의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 채 졸속 추진된 상임위 설치를 추진한데 대해 정상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주민들의 상임위 설치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지자 태안군의회는 또다시 슬그머니 상임위 설치 추진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8명 중 5명이나 새로운 얼굴로 교체된 제7대 군의회가 시작되자 군의회는 또다시 상임위원회 설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것도 5명이 초선의원인데, 3명의 상임위원장을 초선의원들로 포진시킨 것.

특히, 태안군의회는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슬그머니 상임위 조례안을 입법예고했고, 시민단체와 태안군의정회, 태안읍이장단 등에서 반대의견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조례특위를 통해 시나리오대로 졸속으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반대의견이 제시됐음에도 조례특위가 기자들의 출입까지 막은 채 조례안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뒤 두달여만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며 상임위원회를 출범시키자 반대의견을 제시했던 태안군의정회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태안군의회 불합리조례 폐지촉구 군민회'가 출범되기에 이른다.

성난 태안민심, 군민들은 왜 상임위 반대에 나서고 있나

태안군민회는 지난 10월 8일 태안읍 태안새마을금고 3층 강당에서 50여명의 수임인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태안군의회 불합리조례 폐지촉구 군민회 서명 수임인 출정식’을 갖기도 했다. 500여명의 수임은 20여일간 태안군 전체 유권자의 10%에 육박하는 4886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태안군민회는 지난 10월 8일 태안읍 태안새마을금고 3층 강당에서 50여명의 수임인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태안군의회 불합리조례 폐지촉구 군민회 서명 수임인 출정식’을 갖기도 했다. 500여명의 수임은 20여일간 태안군 전체 유권자의 10%에 육박하는 4886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상임위원회는 국회를 비롯해 전국의 170여개 지방자체단체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왜 태안군민들은 태안군의회의 상임위원회 운영에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군민회가 태안군의회 상임위 운영에 반기를 든 이유는 군의회부의장이 의회운영위, 총무위 등 2개 위원회에 소속되는 등 의원수 부족으로 부의장을 포함한 겹치기 운영의 모순을 들었다. 또한 ▲유례없이 상임위원장 3명 모두 초선으로 경험이 부족한 점 ▲64만원 업무추진비 및 상임위 운영 위한 출장비, 운영비 등 예산낭비 ▲같은 내용 두 번 준비해야 하는 군청 직원들의 행정낭비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상임위에는 들어갈 수 없는데도 위원수가 부족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모순 ▲상임위당 3~4명의 위원들이기에 훨씬 접근하기 쉬운 대외 로비와 이권 개입 ▲한명의 위원만 빠져도 정족수가 모자라 상임위를 열 수 없는 모순 등을 상임위 폐지 이유로 들었다.

군민회가 지적한 내용은 이미 지난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244개 지자체의 각종 위원회 운영현황을 점검했는데, 상임위원회 소속 지방의원의 93.1%가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직접 관련된 사항의 심의‧의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국민권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의원들이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원회 직무와 직접 관련된 집행기관 위원회에 참여해 단순 조언 등을 넘어 심의·의결까지 행함으로써, 지방의회가 지자체 집행기관과 유착하여 견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고, 집행기관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지방의원들은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 등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이권개입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패의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지방의원이 집행기관의 위원회에 참여하여 해당 상임위원회 직무와 직접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7조 '직무와 관련된 위원회 활동의 제한' 규정에 위반된다.

국민권익위는 왜 상임위 설치 권고안을 지자체에 하달했나

2013년 이같은 점검결과에도 불구하고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8월 13일 상임위원회 운영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전국 243개 지방의회와 지자체에 시달한 바 있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행정자치부 등 관련부처와 전국 243개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 등에 지방자치법 제35조 (겸직 등 금지) 6항 '지방의회의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하며, 그 범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와 관련된 법조항의 적용을 위한 세부 조치사항을 시달했다.

기자가 입수한 국민권익위원회가 권고대상기관에 시달한 권고안에 따르면 ▲겸직신고 강화 ▲영리거래 금지 및 영리행위 제한을 통한 투명성 제고 ▲겸직 등 금지규정 관리 및 통제체계 구축 등의 조례를 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중 영리거래 금지 및 영리행위 제한과 관련해 조례에 상임위 설치 의무화를 규정화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조례에 영리행위 제한 범위 강화, 이해충돌 방지 장치 확충 등의 조항도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이같은 규정에 대해 국민권익위는 2016년 6월까지 조치하도록 권고하는 안을 시달하면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같은 내용이 군민회에 알려지자 군민회측은 지난 8월 27일 세종시의 국민권익위원회를 방문해 기초의회 상임위 의무 설치와 관련해 의견수렴에 들어간 주무부서인 경제제도개선과 정재일 과장과 김동현 행정사무관을 만나 태안군의회의 상임위 설치·운영의 비효율성을 어필하면서 상임위 의무 설치안에 대해 재검토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강희권 군민회 사무국장은 "상임위의 본래 목적이 겸직금지, 영리행위 제한 등인데 권익위에서 내려 보낸 공문의 목적과 상임위 설치 목적이 맞지 않는다"며 "사업체도 군의원 본인 이름으로만 되어 있지 않지 명의를 배우자나 장인으로 옮기는 등 오히려 영리행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사무국장은 또 "권익위에서는 의견수렴을 위해 공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의견수렴서를 보낸 것은 마지막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권익위에서는 권고 성격이라 거부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시 감사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당연히 시행해야 하는 강제사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권익위의 처방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군민회의 주장에 대해 국민권익위 경제제도개선과 정재일 과장은 "현재는 의견수렴 과정으로 의견이 많이 접수되지 않아 독려하고 있고 일부 의견에 따라서 제도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정재일 과장은 군민회가 주장하고 있는 상임위원회의 폐단에 대해 "지금까지 들은 적 없는 얘기"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뒤 "국민권익위에서 제도개선을 하더라도 기관들의 의견을 조율하는데 구두로 할 수는 없어 제도안을 만들어서 의견수렴을 하기 위해 8월 13일 지자체에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의견을 들어야 검토를 해서 다시 안을 만들어서 위원회에 올리는데, 지금이 이러한 절차를 밟아가는 처음 단계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데 다하는데", 타 지자체와 비교해 상임위 당위성 피력하는 태안군의회

군민회측은 태안읍내를 비롯해 8개 읍면을 순회하며 태안군의회 상임위 폐지를 위한 당위성을 알리는 한편 군의회 앞 주차장에도 상임위 폐지 현수막을 내걸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군민회측은 태안읍내를 비롯해 8개 읍면을 순회하며 태안군의회 상임위 폐지를 위한 당위성을 알리는 한편 군의회 앞 주차장에도 상임위 폐지 현수막을 내걸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5천여명에 이르는 태안군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상임위원회 운영을 고집하고 있는 태안군의회의 입장은 어떨까.

8명의 태안군의원 중 상임위 운영 찬성 5명 대 반대 3명의 입장으로 갈린 태안군의회는 다수인 찬성측 의원들을 주축으로 군민회에 대항해 상임위 운영 입장을 고수하며 유권자인 군민들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자신들을 선택해 준 유권자들의 의사에 반해 말도 안되는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태안군의회는 그러나 찬성 측에서도 K의원만이 유독 돌출행동으로 언론사에 기고문을 배포하는 등 유독 상임위 운영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K의원은 최근 언론사에 배포한 기고문을 통해 "가칭 군민회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각종 선거에서 깊숙이 개입이 되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단체행동은 더욱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치부하며 "군민회는 상임위원회라는 제도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비방을 통해 태안군의회를 비롯해 상임위원회를 채택하고 있는 전국 170여개의 지방의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군민회를 비난했다.

K의원은 또 "태안군의회는 남들이 다 한다고 상임위원회를 따라한 것이 아니라 1명의 의원이 소관해야 하는 부서가 사실상 감당하기 힘든 29개 부서(약 650여명의 공직자)의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소관부서를 절반으로 나누어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차원"이라며 "지금 당장 폐지를 하여도 지방자치의 흐름상 언젠가는 다시 재추진해야 할 상황이 매우 높다."고 상임위 운영의 당위성을 피력하며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는 군민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지방의회의 상임위원회 구성은 지난 1994년 7월 6일 지방자치법시행령 개정에 따라 의원정수가 15인에서 13인으로 기준이 완화되었다가 2006년 4월 지방자치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13인 기준이 아예 철폐돼 현재는 인원수와 관계없이 지방자치법 제56조와 지방의회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위원회를 둘 수 있다.


태그:#태안군의회, #상임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태안군민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