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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PLS(답엘에스)는 방글라데시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했던 두 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으로, 일방적인 후원이나 기부가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기 부여를 할 수 있고 용기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구호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양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방글라데시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글라데시 다르게 보기 프로젝트와 예술교육으로 아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방글라데시 예술가들과 함께 2012년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과 2015년 국제아트비엔날레 콕스바잘 등을 문화예술 교류협력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방글라데시 최남단 콕스바잘에서 열리는 국제아트비엔날레 콕스바잘 2015에 참석하기 위해 8월 말부터 한 달간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습니다. - 기자 말

경유지인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경유지인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부터 익숙한 벵골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한국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경유지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여인은 출장을 간 남편을 따라 한국에 갔다가 다시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한국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고 정직하다며 한국 사랑을 마음껏 표현했다. 대화하다 이번이 세 번째 방글라데시 여행이라고 하자, 대뜸 '왜 다시 방글라데시로 가느냐'고 물었다. '방글라데시가 좋아서'라고 답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국은 정말 좋은 나라라는 말을 덧붙였다.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비행기 안, 인상 좋게 생긴 방글라데시 아저씨가 옆에 앉았다. 세 번째 방글라데시 여행이라고 하자, 공항에서 만났던 여인과 같은 질문을 했다. 아까보다는 시간이 충분해 2년간 방글라데시에서 봉사활동을 했었고, 2012년에 이어 방글라데시 예술가들과 함께 콕스바잘에서 예술행사를 준비했는데 긴 기다림 끝에 이번 여행이 결정됐다는 얘기를 전했다. 방글라데시에 꼭 필요한 일이라며, 고맙다는 인사와 더불어 도울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명함을 건넸다.

두 사람과의 짧은 대화 끝에 많은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다시금 생각이 많아졌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비행기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공항에 도착했다.

가장 큰 캐리어의 손잡이와 자물쇠가 무참히 박살이 나긴 했지만, 다행히 잃어버리거나 파손된 물건은 없어 보였다. 공항을 나가자 피부를 감싸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확 밀려왔다. 온몸으로 방글라데시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공항에는 지인이 차를 보내줘 인상 좋은 운전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흥도 잠시, 차에 타자 곧 어지러워졌다. 차를 타고 도로로 나가자 끊임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 일단 차량의 머리를 들이밀며 차량 틈바구니로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들, 아슬아슬 곡예를 하듯 길을 건너는 사람들은 2년 넘게 이곳에서 생활했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됐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숙소를 따로 구하지 않았다. 예전 KOICA 봉사단원으로 같이 활동했던 지인들이 수도에서 일하고 있어 신세를 지기로 했다.

숙소뿐 아니라, 우리가 방글라데시에 머무는 내내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며 든든한 보호자이자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수도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우리는 그 흔한 물갈이 한 번 없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둘만의 힘으로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내민 도움의 손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일처럼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냈고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자폐인의 다양한 재능을 발굴해 사회ㆍ경제적 독립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오티스타에서도 아트페스티벌의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줄 물건을 후원해주셨다.
▲ 선물꾸러미 자폐인의 다양한 재능을 발굴해 사회ㆍ경제적 독립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오티스타에서도 아트페스티벌의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줄 물건을 후원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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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네민박>언니들과 제주해녀캐릭터 아트숍인 <숨비아일랜드>에서 다양한 제품을 통크게 후원해주셨다.
▲ 선물꾸러미 <달리네민박>언니들과 제주해녀캐릭터 아트숍인 <숨비아일랜드>에서 다양한 제품을 통크게 후원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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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할 수 있지만 포기는 하지 말라던 DAPLS의 키다리 아저씨가 정성으로 꾹꾹 눌러적어 보내준 응원의 편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 마라톤을 완주하는 법 실패는 할 수 있지만 포기는 하지 말라던 DAPLS의 키다리 아저씨가 정성으로 꾹꾹 눌러적어 보내준 응원의 편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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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을 등에 업고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화이팅이다!

'실패 하는 것은 괜찮아, 하지만 포기는 하지마'

콕스바잘에서는 수도에서 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근처 모스크에서 울리는 엄청난 아잔 소리(이슬람 사원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개 짖는 소리가 이른 아침잠을 깨웠기 때문이었다. 한참 동안 개 짖는 소리가 이어지다가 조용해졌다. 곧이어 낯설지 않은 아침밥 냄새가 났다. 오랜 여행 끝에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이른 아침잠을 깨운 불청객들이 밉지가 않았다.

콕스바잘에서는 긴 하루가 이어졌다. 방글라데시로 이동 중 행사 공식명칭이 변경했다는 소식에 이어 방글라데시에 도착해서야 새로운 프로그램이 추가되고 변경된 프로그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 종이접기 워크숍 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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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로 변경되면서 프로그램에도 변동사항이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종이접기 워크숍이었다. 워크숍 일정이 9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행사 전, 프리 프로그램(Pre-program)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일정이 변경되었다. 원래 하루 일정으로 준비했던 워크숍이 4일로 늘어난 것이다.

워크숍을 단순히 일회성 체험프로그램으로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작품으로 비엔날레 동안 종이접기 갤러리를 열기로 했다. 워크숍을 통해 처음 미술을 접한 아이들도 비엔날레의 참여 작가의 한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리게 하자는 배려였다. 종이접기에 참여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형극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도 워크숍 기간 동안 자신이 만든 인형을 가지고 비엔날레 기간에 공연을 올리게 된다.

종이접기 워크숍은 사전에 준비했던 'yes'라는 주제에 콕스바잘 아이들이 접하기 쉬운 주제인 '바다 꾸미기, 정원 꾸미기, 모빌 만들기' 등을 추가해 총 4번의 워크숍 일정을 만들었다. 각 주제에 맞는 종이접기를 배우고 완성된 작품을 활용하여 조별로 공동 작품을 완성해가는 형식으로 진행해 갤러리를 열기로 했다.

워크숍은 비엔날레가 열리는 공립도서관이 아닌 근처에 있는 콕스바잘 중학교에서 학교수업이 모두 끝난 5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이 됐다. 9월 6일 워크숍 첫날, 인형극팀이 수도에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우리는 인형극 워크숍을 신청했던 학생 30명까지 포함하여 총 60명이 넘는 학생들을 데리고 첫날 워크숍을 진행해야 했다.

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 종이접기 워크숍 단체사진 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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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 종이접기 워크숍 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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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교실에 6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여 빽빽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콩나물시루를 연상시켰다. 설명은 몇 번을 반복해야 모두에게 전달됐다. 아이들의 열기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아이들의 열기로 교실은 금세 용강로처럼 뜨거워졌지만, 종이가 바람에 날려서 선풍기를 틀 수도 없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더워서 불평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다행히 미술을 공부하는 2명의 학생이 자원봉사자가 붙어 시간이 지날수록 손발이 맞으면서 수월해졌다. 예상했던 인원보다 두 배가 늘어난 학생들을 데리고 '잘 진행할 수 있을까'라는 우리의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너무도 잘 따라왔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자, 조별로 완성된 종이접기 작품을 이용해 바다를 꾸미도록 했다.

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 종이접기 워크숍 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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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 종이접기 워크숍 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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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 종이접기 워크숍 콕스바잘 비엔날레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종이접기 워크숍
ⓒ Orchid Cha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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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색연필과 풀, 여분의 색종이를 조별로 나눠줬다. 예상 인원보다 학생들이 많아, 이리저리 색연필과 풀이 날아다녀 정신없었다. 완성된 작품은 기대 이상이었다. 똑같은 색종이로 만든 것이 맞느냐는 의심이 생길 정도로 다양한 작품이 나왔다.

완성된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감동해 우는 표정을 짓자, 아이들은 까르르 웃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뿌듯해 했다. 서로에게 자신들의 작품을 자랑했다. 벌써 내일 수업 기대된다며 빨리 내일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을 보내고 마무리하니 시간은 저녁 8시. 우리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종이접기 워크숍 받고 집에서 연습을 했다며 가지고 온 작품
▲ 종이접기 워크숍 종이접기 워크숍 받고 집에서 연습을 했다며 가지고 온 작품
ⓒ DAP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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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포스팅은 DAPLS 브런치에도 중복게재했습니다



태그:#방글라데시, #콕스바잘 비엔날레, #DAPLS, #오티스타, #숨비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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