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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창간되는 주간지 <춘천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창간준비호 중 3호.
 11월 4일 창간되는 주간지 <춘천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창간준비호 중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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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에서 시민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종이신문이 창간된다. 창간 주체는 춘천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이다. 제호는 <춘천사람들>로 정해졌다. 춘천에 사는 사람들이 중심이 돼서 춘천사람들의 삶과 고민을 담아내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강원도에서 협동조합 신문이 창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춘천사람들>이 창간된다는 소식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춘천이라는 도시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는 신문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춘천사람들>의 창간을 반기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대다수 언론 매체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판에 새로운 신문이 지금과 같은 어려운 환경에 얼마나 잘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온라인 신문이 판치는 세상에 '종이신문'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나선 것도 우려를 낳는 요소 중에 하나다. 하지만 신문 제작에 참여한 춘천 사람들은 그같은 우려와 상관없이, 앞으로 '좋은 신문'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각오다. 경영난을 극복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노력 여하에 달렸고, 종이신문을 선택한 것은 춘천 지역의 언론 환경을 감안한 결과다.

<춘천사람들>은 오는 11월 4일 창간돼, 매주 수요일마다 발간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창간준비호로 3호까지 제작해 배포했다. 신문 창간 준비 소식을 전하는 '창간준비1호'에서, 유진규 마임이스트는 "모든 춘천사람들이 좋아하는 신문을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춘천사람이면 누구나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공터가 있는 신문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바람처럼 <춘천사람들>은 '사람이 중심인 신문'을 지향한다.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은 지난 7월 7일 창립취지문을 발표하면서, "관료와 토호세력이 지역사회를 좌지우지 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저마다의 삶터에서 웃음 대신 한숨으로 하루하루 고된 일상을 넘기고 있다"며 "주민들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문 창간에 앞서, 지난 26일 <춘천사람들>의 전흥우 상임이사를 만나 신문을 제작하게 된 배경과 신문 제작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춘천시 퇴계동에 있는 신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전 이사는 1년 전, 새로운 신문을 창간하는 일에 참여했고 그 후로 신문 제작에 관한 전반적인 일을 떠맡아 왔다. 다음은 전 이사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시민들이 신문 제작에 참여하는 신문 고민

<춘천사람들> 창간을 하는데 실제적인 업무를 떠맡아 온 전흥우 상임이사.
 <춘천사람들> 창간을 하는데 실제적인 업무를 떠맡아 온 전흥우 상임이사.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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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일 창간을 앞두고 있다. 신문 창간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하고 '제작 시스템'인데, 두 가지 다 어렵다. 200명 넘는 조합원 출자금이 다 납부가 되지 않아 자금이 35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 이미 상당 부분을 경비로 사용했다. 그렇다고 계속 출자금을 쓸 수는 없는 거고.

경비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구독자'하고 '광고'다. 이것이 일정 정도 발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창간준비호로 사전 구독 예약을 받고 있다. 신문을 창간하게 되면, 좀더 독자 모집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신문 창간 후 어느 시점에서 기본적인 운영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거기에 따라서 운영이 어렵고 덜 어렵고 하는 부분이 판가름 날 것이다."

- 신문을 창간하는 주체로 '협동조합'을 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주민들과 밀착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분들의 이야기를 신문에 싣고, 그걸 통해서 서로 공감을 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그런 신문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시민들이 시민기자로 참여해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실어낼 수 있는 그런 신문을 고민하다 보니, 그러면 협동조합이라는 방식이 그런 것들을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마침 전국에 대여섯 개의 협동조합 신문이 있었다. 우리가 신문 창간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몇 개가 더 늘어났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협동조합 신문이 한 십여 개가 이미 창간을 했거나 창간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 말고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강원도에서 협동조합 신문은 처음이다. 모델로 삼은 매체가 있다면?
"지난 2013년에 창간해 우리나라 최초의 협동조합 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 순천의 <광장신문>, 그리고 부천의 <콩나물신문>, 파주에서 지금 1주년 행사를 하고 있는 <파주에서>라고 하는 신문을 주로 눈여겨봤다. 이들 세 지역의 신문을 받아보고,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준비 과정이라든가 여러 에피소드 등을 참고했다. 특히 <파주에서>와 같은 경우는 우리 이사 중에 한 분이 '파주에서 신문협동조합' 이사장과도 잘 아는 관계여서 여러 가지로 많은 협조를 받았다."

조합원이 편집위원이면서 시민기자로 활동


<춘천사람들> 창간준비호 1,2호.
 <춘천사람들> 창간준비호 1,2호.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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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나?
"주로 춘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또는 다른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에 관계하시는 분들이 많다. 직업은 다양하다. 시민단체 활동가, 교사, 교수, 회사원, 자영업자, 농민, 주부, 종교인 등이 있다. 임원으로 이사 아홉 분에 감사 두 분이 있는데, 이사장이 교수다. 자문위원, 고문 이런 분들은 모두 다 지역 원로들이다. 조합원 중에 화가, 시인 등 문화예술인들이 특히 많다. 직업이 다양하다 보니 목소리도 다양하다. 그 목소리들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 조합원들이 신문 제작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창간을 준비하면서 조합원들과 주로 SNS를 통해서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각자가 하는 일이 있다 보니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참여도에도 편차가 크다. 열성적이고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참여하는 분들은 역시 소수일 수밖에 없다. 편집위원회의 자체가 전부 조합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편집위원회의를 매주 월요일 밤 9시에 하고 있다. 그런데 이분들이 모두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편집위원회의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조합원 중에는 또 시민기자로 참여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시민기자는 20명 정도다."

- 시민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누가 참여하고 있나? 
"시민기자단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정형화된 틀을 갖추지는 않았다. 대체로 조합원들 중에서 기사를 써보겠다고 하는 분들, 그리고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기고를 하거나 또는 제보를 하거나 하는 이런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도 우리는 (신문에) 내보낼 때는 시민기자라고 한다. 시민기자단 중에 직업 기자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거의 없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던 분이 시민기자로 참여하고 있다. 예전에 지역 잡지에 관여한 경험을 가진 분도 있다. 그렇지만 일간지나 주간지 형태의 기자 경력을 가지고 있는 분은 없다."

창간 후, 지속적으로 시민기자 교육 진행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춘천사람들'. 전흥우 상임이사.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춘천사람들'. 전흥우 상임이사.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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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기자단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인가?
"시민기자들이 각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파트가 있다. 교육, 환경, 문화예술 이런 것들. 시민기자들은 자기가 선호하는 파트에 소속이 돼서 활동하게 된다. 파트는 또 지면 섹션과 연동돼 있다. 아직은 초기라서 체계가 완전히 잡히지는 않았는데 장기적으로는 지면 섹션과 시민기자를 팀 체제로 묶을 계획이다. 시민기자 팀은 그 지면을 책임진다. 그래서 시민기자들이 기획하고 취재하고 기사 쓰고, 그런 형태로 발전 시켜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지면별로, 시민기자 중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분이 바로 편집위원 역할을 맡게 된다. 시민기자들이 취재와 편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 그러면 시민기자들을 교육하는 일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
"어려움은 있다. 시민기자 중에 SNS를 활발히 한다고 하는 분들도 정작 기사 형태로 글을 써보라고 하면 부담을 느낀다. SNS에 쓰는 글을 조금 형식만 갖춰 쓰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기사를 쓰라고 하면 굉장히 두려워한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훈련이 필요하긴 하다. 9월 16일 시민기자 워크숍을 한 이후에, 시민기자 학교라는 형태로 다소 급하게 9월 23일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 교육을 진행했다. 창간을 하고 나서는 다시 제대로 교육 과정을 편성해서 지속적으로 시민기자 교육를 진행해나갈 생각이다."

- 창간준비호를 3호까지 발행했다. 무슨 내용을 담았나?
"1, 2호는 말 그대로 소식지였다. 조합을 설립해서 창간되는 신문의 내용이나 준비하는 과정 등을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그런 차원에서 소식지 역할을 했던 거고, 4면으로 발행했다. 마지막 3호는 창간호의 축소판으로서 앞으로 이런 형식과 이런 내용으로 신문을 만들려고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지역 현안을 다뤘고, 또 우리가 구상한 몇 가지 섹션을 맛보기 식으로 보여줬다. 지역 이슈와 관련해서는 1면에서 레고랜드 문제를 다뤘다. 섹션에서는 앞으로 환경 문제나 지역 내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3호에서는 특히 베트남댁 이야기를 실었다. 그리고 조합 활동 소식 등을 포함해 8면으로 발행했다. 창간호부터는 16면으로 발행된다."

지역 현안과 이슈를 제대로 알려주는 신문

- <춘천사람들>이 지역에서 어떤 신문으로 자리 잡기를 원하나?
"춘천 지역 언론하면, 춘천시청에서 발행하는 시보인 <봄내>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봄내>는 시에서 시 행정을 홍보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드는 잡지다. 시민을 위한 매체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얘기는 지역의 여러 가지 현안이나 이슈를 지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신문이 되겠다는 것이다. 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

우리가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존의 다른 매체들에서는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 지역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 주민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신문을 표방한다. 정말 평범하고, 또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래서 기성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 그런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신문으로서 또 그 사람들이 읽어줄 수 있는 그런 신문을 만들려고 한다. 그랬을 때, 시민들이 '아 이것이 바로 우리 신문이구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신문을 지향한다."

<춘천사람들>을 만나는 방법 3가지
1.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방법 : 조합원에 가입하려면 1구좌(5만 원) 이상을 출자하고, 월 1만 원(학생이나 저소득자는 50% 감면) 이상의 조합비를 납부해야 한다. 그 대신 조합원은 구독료 없이 신문을 받아볼 수 있다.

2.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방법 :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은 '시민이 기자다!'라는 슬로건으로 '모든 시민의 기자화'를 꿈꾼다. 기자로서 특별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남녀노소 누구나 시민기자로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3. 정기구독 독자로 가입하는 방법 : 조합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정기구독 독자로 가입해 신문을 구독할 수 있다. 구독료는 월 5천 원이다. 매달 커피 한두 잔 값으로, 꾸준히 <춘천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구독 문의 : 033-262-6217) 

- 미래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신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젊은 세대들은 당연히 온라인 매체에 익숙하고, 기성세대들은 기성세대들대로 고정 관념이 있다. 요즘 '누가 신문을 보겠느냐' 그런 이야기들을 주변에서 많이 한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종이신문을 선택한 것에 굉장히 우려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종이신문이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더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릴 수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 신문을 통해서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신문이구나'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내용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형식적인 면에서도 일단은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기꺼이 사서 봐줄 수 있는 신문을 만들겠다. 구독료도 매우 싸다. 한 달에 오천 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또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카페나 약국, 미용실, 서점 등 다중이 이용하는 곳에 시민판매대를 설치해 판매할 계획이다. 한 부에 천 원씩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춘천사람들>이 점차 더 많은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치와 체계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춘천사람들, #협동조합, #전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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