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보수는 개인의 행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한다. 국가의 이익은 최고의 가치이며, 애국심은 국민이 가져야 할 절대 개념이다. 때로는 극심한 국수주의로 나타나기도 하고, 파시즘의 단초가 되기도 하지만 보수 이념 자체가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진보와 양립된 보수는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음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이 '애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진보 세력을 종북이라는 굴레를 씌워 공격하는 것, 이해되지도 인정할 수도 없지만 보수 세력들은 애국행위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또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도 국가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배격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보수는 애국'이라는 관념은 그들의 자부심이자 존재 이유였다.

국익과 애국을 입버릇처럼 하는 보수 세력, 왜 침묵하나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정책결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기술이전 무산과 관련해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 기술이전 무산 관련, 집중포화 맞은 김관진 실장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정책결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기술이전 무산과 관련해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최근 미국과 일본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일명 '보수 '의 반응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한국형 전투기(KF-X)에서 기술 이전을 거부한 미국, 자위대의 북한 상륙은 남한의 실효 지배 영역 밖의 일이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일본. 두 사건은 국익을 크게 훼손하는 일임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반도 전체가 전쟁의 화마에 휩쓸릴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그래서 가타부타 없는 침묵은 이해되지 않는다.

전투기 구매 계약을 허술하게 해 수조 원의 혈세를 낭비하게 만든 정권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의 영토와 주권을 부정하는 일본 문부상의 발언을 감추기에 급급한 정부의 속내도 밝혀져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정부의 책임을 추궁해야 하고 미국, 일본의 행태에 분노하고 규탄해야 한다. 세대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있을 수 없다. 더구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수 세력이라면 누구보다도 먼저 진상 규명과 대열에 서야 했다. 국익에 반하고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다. 한국형 전투기(KF-X)사업은 18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미국에서 F-35 40대 구매의 대가로 기술 이전을 받는다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사업이다. 기술 이전을 약속한 바 없다는 미국. F-35 구매 시 기술 이전을 받았다는 국방부. 둘 중 하나는 거짓이다. 18조 원은 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퍼다 주었다고 주장하는 돈 1조 6천억 원의 11배가 넘는 규모다. 우방 미국이라고 해서,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가 하는 일이라 해서 책임을 덮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의 자위대 파병 논란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장 실효적 지배가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수교 관계에 있다면 상대방의 헌법에 규정된 영토와 주권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실효적 지배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북한에 자위대 파병을 거론한 건 명백한 주권 침략 행위다.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북한 파병은 남북한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면전이 될 수밖에 없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는 남북한의 몫이다.

전시작전권조차 이양을 미룬 박근혜 정부. 일본 자위대의 북한 상륙 궤변은 숨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황교안 국무총리가 자위대 한반도 파병을 필요 시 허용한다는 답변으로 논란을 키운 마당에 일본 방위상의 발언을 숨기는 것 자체가 크게 오해받을 일이 분명하다.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자위대 파병을 둘러싼 일본 문부상의 주권 침략 발언. 이를 숨기기에 급급한 박근혜 정부. 정상회담 회의록의 NLL 발언을 문제 삼아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무수히 부관참시했던 보수 진영의 행동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침묵은 이해 불가다. 그 이유를 듣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보수'라는 개념에는 항상 '친일' '친미'라는 수식어가 함께 했다. 보수세력은 초강대국이면서도 우방인 미국의 번성이 곧 우리에게는 국익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흔드는 보수 집회를 보라. 미국의 이익은 우리의 국익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주한미군 주둔비를 둘러싼 갈등. 미군 범죄와 불공정한 주둔군 지위 협정. 미국의 요구는 우리의 국익과 충돌했다. 이때만큼은 보수 세력은 국익보다 우방과 은혜를 앞세웠다. '친미 보수'라고 불리는 건 이런 연유다.

식민지 지배가 우리의 근대화를 앞당겼다고 주장하고, 쌀의 반출은 수탈이 아니라 수출이라는 강변. 우리나라 보수 세력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운 궤변이다. 국익과 애국을 입버릇처럼 하는 보수가 일제 식민지를 미화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업에 홍위병처럼 행세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애국이 아니라 친일이다. 국익을 앞세우지만 정작 어느 나라를 위한 국익인지 판단되지 않는다.

애국이 아니라 친일친미 꼬리표 단 보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고엽제전우회, 애국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고엽제전우회, 애국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미국의 보수 세력이 우리나라가 혈맹이라고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지는 않는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는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1조 원의 미군주둔비용조차도 푼돈이라며 대통령이 된다면 방위분담금을 더 요구할 태세다. 일본 보수 세력도 마찬가지다. 독도 영유권 주장, 식민지 지배에 있어서 우방에 대한 고려나 과거에 대한 사과는 없다. 친일, 친미가 국익을 밀어낸 모습은 대한민국 보수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진보세력에게 부당하게 '종북'의 꼬리표를 붙인 보수 세력들은, 정작 자신들은 '애국'을 밀어내고 친일, 친미를 달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KF-X)에서 기술 이전을 거부한 미국, 자위대의 북한 상륙은 남한의 권한 밖이라는 일본. 그 가운데 국가에 수조 원의 손해를 입히고, 한반도 전체를 전쟁터로 몰아넣으려는 위험한 음모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보수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역사를 거스르려는 '반동'일 뿐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만 해도 그렇다. 국정화를 주장하는 학자들이나 정부의 의도는 친일을 미화하려는 의도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야당에게 삿대질할 게 아니라 정부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친일을 애국과 혼동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18조 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차세대 전투기 사업. 영토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의 야욕. 보수 진영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에게 강요했던 잣대대로라면 말이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보수 세력
댓글2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