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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 약 100여 명의 시민들과 교사, 청년들이 국정화 반대 피켓을 들었다.
 10월 1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 약 100여 명의 시민들과 교사, 청년들이 국정화 반대 피켓을 들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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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경북 지역 사학과 교수들이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대학생들도 대자보와 1인시위를 벌이는 등 지역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전원과 대구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전원을 포함한 대구경북 지역 9개 대학교 역사학 전공 교수들은 지난 19일 박근혜 정권의 국정화 강행에 반발하며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이번 집필 거부 서명에는 경북대 17명을 비롯해 안동대 6명, 영남대 4명, 대구대 4명, 계명대 4명, 대구한의대 2명, 대구가톨릭대, 동국대 경주캠퍼스, 대구교대 각 1명(명예교수 4명 포함)씩 40명이 참여했다.

대학교수들의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서명은 지난달 24일 역사학 전공 교사와 교수 등 모두 197명의 국정화 반대 서명에 이은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자 새누리당의 본거지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사학과가 있는 대학들이 모두 참여해 더욱 의미가 깊다.

대구경북지역 역사학 전공 교수들이 발표한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 거부 선언문 일부.
 대구경북지역 역사학 전공 교수들이 발표한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 거부 선언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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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정권은 21세기 민주사회에 역행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획책하고 있다"며 "이것이 정권 안보를 위한 정치적 의도로 기획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국정교과서 체제의 망령을 되살리는 역사 왜곡의 터널로 또다시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고 되물었다.

교수들은 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역사를 하나로 가르쳐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하기는커녕 국정화 논의 자체로 이미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정권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제작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사회는 교과서 개정을 둘러싼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과거의 의미를 해석하고 비판하며 미래의 교훈을 찾아가는 역사교육을 무력화시키고 다원적 가치와 창조성, 상상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은 민주시민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구경북 지역 역사학 전공 교수 일동은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국정교과서 집필에 일절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교육대학교 게시판에 게재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대자보.
 대구교육대학교 게시판에 게재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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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복지관에 붙어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대자보. 교육부는 민주와 자유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북대 복지관에 붙어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대자보. 교육부는 민주와 자유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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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에 이어 대학교에는 대자보가 붙고 학생들의 1인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국정화를 발표한 이후 경북대와 영남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구교대 등의 게시판과 학교외벽 등에 대자보가 붙었다.

경북대 복지관을 비롯한 사회대 게시판 등에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쿠데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유신반동 민주퇴행, 국정교과서 반대한다' 등의 대자보가 곳곳에 붙어 있다.

대구교대 홍진희(22, 특수통합 3년)씨도 지난 12일 학교 게시판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이마저 밀리면 우리의 교육은 멸망이다'며 대자보를 붙였다. 홍씨는 대자보에서 "그들이 말하는 좌편향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며 "목숨 바쳐 싸웠던 독립운동가들도 해방 후에는 좌파와 빨갱이로 매도되었고 민주주의를 외치던 민중들도 좌파, 빨갱이로 잡혀들어갔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어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기존의 낡은 체제에 맞서 싸우며 온 몸을 던진 사람들은 모두 좌파였으며 방해되는 존재였다"며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좌편향, 종북 프레임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대자보에서 "우리는 더 이상 기득권의 횡포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우리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양심을 부여잡고 일어서 우리의 교육을 멸망으로부터 구출해내자"고 학생들에게 호소했다.

대구대학교 김아름씨가 학교 안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대구대학교 김아름씨가 학교 안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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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대구대학교 학생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시위를 진행하자 많은 학생들이 음료수와 빵 등을 건네주었다.
 김아름 대구대학교 학생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시위를 진행하자 많은 학생들이 음료수와 빵 등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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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학생모임인 '희망나비' 회원들은 영남대학교와 대구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등에서 대자보를 붙이고 1인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영남대학교 정문 앞에서는 지난 12일 학교 정문 앞에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1인시위가 벌어졌고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는 매일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동춘 대구가톨릭대 경영학과 학생은 '친일독재 미화하는 국정교과서 규탄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20일부터 22일까지 중앙도서관 앞 광장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씨는 대자보를 통해 "역사를 배우는 목표 중 하나는 역사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기르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정 교과서는 친일세력이 그들의 만행을 축소하고 미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인 대구대학교 김아름(22. 특수교육학과)씨는 실명으로 대자보를 붙인 이유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려하지만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학생들이 동조하고 익명으로라도 따라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과거 편향적인 교과서를 만들었던 뉴라이트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하는 것 자체가 편향적"이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수많은 분들과 군사독재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한 것 등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1인시위를 진행하자 음료수나 빵 등을 건네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과 대자보를 보고 힘내라며 전화를 걸어온 학생들도 있었다며 많은 학생들이 반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국정화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지난 16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국정화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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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피켓과 촛불을 들고 않아 있다.
 지난 16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피켓과 촛불을 들고 않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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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촛불문화제와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역사모임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 100여 명은 지난 16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가 정부의 입맛대로 국정화되면 친일파가 독립군이 됩니다' 등의 손피켓을 들고 한일극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국정화 반대 홍보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 이곳에서 촛불문화제를 이어가고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1인시위를 벌여나갈 예정이다.



태그:#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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