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천 풀뿌리토론 참석자들과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부천 풀뿌리토론 참석자들과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 4.16연대

관련사진보기


지난 16일 금요일 저녁, 부천역 근처에 자리 잡은 '부천연대' 사무실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풀뿌리토론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운동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의 가치와 권리를 밝히고, 그 과정에서 아래로부터의 행동과 권리선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370여 명의 인권선언 추진단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7월 11일 전체 회의 이후 전국 각지에서 풀뿌리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풀뿌리토론은 세월호 부천대책위와 전교조 부천 중등지회 공동주최로 열렸다. 토론에는 25명의 부천지역 시민들이 참여했고, 유가족인 성호 엄마 정혜숙씨도 함께했다. 정혜숙씨는 풀뿌리토론에 함께한 이들에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저들이 너무 강하다고 우리가 포기하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끝까지 불씨를 지켜주셔야 세월호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며 세월호 투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을 강조했다.

풀뿌리토론, 시민과 학생은 잊지 않는다

최근 쟁점이 되는 단원고 교실 문제와 관련해서도 관심을 촉구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내년 1월 말에 아이들을 명예졸업 시키고 교실을 빼려고 한다. 교육감이 무력으로 교실을 빼지는 않겠다고 하면서도 지금이 벌써 10월인데 교실을 빼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오히려 재학생 부모들과 유가족들의 싸움으로 맞불을 붙이면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이렇듯 교육청의 교육적이지 못한 모습에 화가 난다."

풀뿌리토론은 4개 조로 나누어 진행됐다. 특히 이날 부천지역 풀뿌리토론에는 교복을 입고 참석한 10대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다. 첫 번째 질문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자신의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붙임쪽지에 '어이없음', '걱정스러움', '이상해', '분노', '무기력함' 등의 단어를 썼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용석씨는 참사 이후 두 달간 동료 교사들과 아무 말도 못 하고 술만 마셨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학생들이 저렇게 많이 죽어갔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너무나 혼란스러웠고, 수업할 때 내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세월호 같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한지수씨는 "사고 당시 음악 수업 중이었는데 선생님이 사고 관련 기사를 띄워줬다. 구조됐다고 해서 수업 듣던 친구들과 다 같이 '우와' 이랬다. 근데 그 뒤에 애들이 '거짓말이래', '에어포켓이 있어야 한대' 이런 얘기들을 했고 또래 친구들이 거기 있다고 하니까 걱정스러웠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 참석자는 "사고 소식을 학교에서 들었고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언론이 했던 말들이 거짓말이었고 화가 났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그건 나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천 풀뿌리토론 참석자들과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부천 풀뿌리토론 참석자들과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 4.16연대

관련사진보기


이어진 두 번째 질문에서는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이 가장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나누었다. 참가자들의 붙임쪽지에는 '자유롭지 못한 추모', '그만 좀 해라', '언론', '국가가 국민을 무시' 등 다양한 단어가 적혔다. 청소년 기자단 활동을 하고 있다는 한 고등학생은 '학교생활'이라고 썼다.

"세월호 촛불집회에 참가하며 앞으로 뭔가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학교에 가면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한다. 아무도 그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고 나조차 세월호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다. 집회에 다시 가려고 하면 시험도 겹치고 활동이 어려워졌다. 학생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어서 많은 희생자가 생기는데 학교에서는 정작 참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1주기에도 교육청에서 추모 시간을 주라고 공문이 왔다는데 우리 학교는 그런 것도 없었다. 학교생활과 세월호 참사가 분리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선생님들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만 좀 해라'고 쓴 참석자는 "진실 밝혀달라는 거 말고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만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입을 열었다. "지역에서 목요일마다 촛불을 밝히는데 지나가던 시민 중 일부는 그만 좀 하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 반응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자유롭지 못한 추모'라고 쓴 고등학생은 '친오빠가 유가족들을 가리켜 '왜 지금까지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그는 "노란 리본을 달고 다녀서 중학교 친구들이 내가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친구들이 나에게 언제까지 달고 다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이야기 나누고, '읽기 운동'하고...

지난 16일에 진행된 부천지역 4.16 인권선언 풀뿌리토론에서 유가족 정혜숙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6일에 진행된 부천지역 4.16 인권선언 풀뿌리토론에서 유가족 정혜숙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4.16연대

관련사진보기


마지막 세 번째 질문에서는 이러한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금도 바닷속에 있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우리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 목록을 직접 써보는 시간이었다. '표현의 자유와 감시로부터의 해방', '진실을 알 권리', 따르지 않아도 될 권리', '말할 수 있는 권리', '국민 재판과 소환의 권리', '피해자가 존중받을 권리' 등 참석자 수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내 권리를 청구할 수 있는 청구권'을 쓴 고등학생은 "사회시간에 헌법을 배웠다, 이게 내 권리를 청구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진짜 평범할 사람들이 정치할 권리'를 쓴 참석자는 "한 명이 아니라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 같다, 지금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려면 어렵다, 선거 나가려면 돈도 몇 억씩 내야 한다고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당당한 권리'라고 쓴 참석자는 "밴드에서 동창들과 얘기하는데 세월호 집회 나간다고 하니까 분위기가 싸하더라, 사람들 사는 게 너무 힘들다,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내가 힘든데 남의 힘든 것까지 짊어질 여유가 없는 거다, 그래도 당당하게 연대하자"고 했다.

토론에 함께한 전교조 부천 중등지회 지회장 이용석씨는 "청소년들도 세월호 관련해서 무언가를 계속하고 싶어 한다, 1주기 즈음에 집회 등 있을 때는 학교에 못 있겠다고 답답해하는 친구들도 많았다"라며, "4.16 인권선언 선언문이 나오면 학생들과 '읽기 운동'을 해보려고 한다, 선언문을 중학생용·고등학생용으로 만들어서 같이 읽는 것"이라고 앞으로 이어질 4.16 인권선언 운동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이날 부천지역에서 열린 풀뿌리토론은 참석자들이 직접 접은 종이배에 권리 목록을 쓰고, 네 모둠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마무리되었다.


태그:#세월호, #인권선언
댓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s://416act.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