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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른 손놀림이나 여러 가지 장치, 속임수 따위를 써서 불가사의한 일을 하여 보임. 또는 그런 술법이나 구경거리' 국립국어원에서 정의한 '마술'이란 단어의 뜻풀이다.

마술을 부리는 마술사. 단어만으로도 신비로운 기운이 감돈다. 그래서인지 오창현(31) 마술사를 만나러 가는 길이 어느 인터뷰보다 기대됐다. 그러나 연수구 연수동,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성우' 사무실로 찾아가 그를 만나보니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청년의 느낌이었다. 밝은 웃음이 신비로움보다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인터뷰는 흥미롭고 재밌었다.

전학 온 친구가 보여준 게 계기 돼

오창현 마술사
 오창현 마술사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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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되고 싶어 인천생활과학고등학교 조리과를 다녔어요. 1학년이 끝나갈 무렵 한 친구가 전학을 왔는데 저랑 친해지고 싶다고 마술을 배워와 보여주더라고요. 동전이 내 한 손을 통과해 다른 손으로 나오는 게 신기해서 가르쳐달라고 했죠. 그 때부터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요리를 하면서 손님들한테 마술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배웠다. 그러다보니 마술이 요리보다 더 좋아졌다. 2학년 말, 요리를 하지 않고 마술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때부터 마술을 부리기 시작해 올해가 13년째다.

오씨는 마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다른 사람들한테 전수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혼자서 익히는 게 가능할까?

"그때가 마술사 이은결·최현우씨가 엄청 인기가 있던 때였어요. 학원은 제가 마술을 시작한 지 2년 후에 생겼죠. 저는 마술사가 하는 걸 인터넷으로 봤어요. 어디서 뭐가 나오는지 의심스런 눈으로 마술공연을 계속 봤죠. 보니까 보이더라고요. 어디서 어떻게 나오고, 어디서 어떤 기술을 쓰는지,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보이고 저도 따라서 계속 연습하니까 되더라고요. 누구나 마술사가 될 수 있어요. 저도 보통사람이에요. 계속 보니까 보이더라고요. 누구나 좋아하는 일에 빠지면 충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마술과 연극이 만나 이야기를 만들다

오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려고 할 무렵, 극단 '보물상자'의 안병수 기획팀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마술을 접목한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만남이 인연이 돼, 안 팀장은 지금 극단 '성우'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당시 '보물상자'에서 이은결 기획콘서트를 했나 봐요. 당시 극단 대표가 그 콘서트를 보고 마술과 연극을 연결하면 재밌는 작품이 나오겠다 싶어 인천에서 활동하는 마술사를 찾았대요."

오씨는 고교 시절에 학교에서 마술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도 마술동아리를 만들어 연합활동을 했다.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기도 해 당시 인천에서 매우 유명한 마술사였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극단 '보물상자'에 선발된 오씨는 단원들과 '매지컬'인 '매직버스'를 처음 시도했다. 매지컬? 생소한 단어다.

"뮤지컬이 연극과 노래를 섞은 거잖아요. 거기에 마술을 또 섞은 거죠. 요즘 매지컬을 하는 곳들은 공연 중간에 마술사가 나와 행사나 이벤트 형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극의 내용에 마술을 자연스럽고 신기하게 넣어보자고 했어요.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마술을 하거나, 마술을 기교만이 아닌 이야기까지 접목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거죠."

오씨는 극단에 들어가서 처음에는 배우가 갖춰야할 연습을 많이 했다. 또한 기존 배우들은 마술을 배웠다. 5~6년간 '보물상자'에서 활동하다 군 입대로 계약을 종료했고, 제대 후 2012년에 안 팀장과 극단 '성우'를 만들었다.

서로 속이고 속는데 기분이 좋은 게 마술
   
 오창현 마술사가 손으로 종이꽃가루를 만들어내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오창현 마술사가 손으로 종이꽃가루를 만들어내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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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속이는 거예요. 눈속임이죠. 사람들은 기분 좋게 당하는 거잖아요. 보는 사람들이 '속았다'는 생각보다는 '신기하다, 재밌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마술사는 기분 좋게 속이면서 보람을 느껴요. 완벽하게 속였을 때 가장 희열을 느끼죠. 관객들의 반응이 좋을 때, '내가 사람을 기분 좋게 했구나. 서로 속이고 속는 건데 기분을 좋게 만드니 나도 기분이 좋다'라고 생각합니다."

오씨는 시종일관 이야기가 있는 작품을 강조했다. 그래서 공연을 보고 관객들이 신기해하기보다 공감해주길 바란다. 마술을 영화의 CG(컴퓨터그래픽)처럼 효과를 배가하는 데 활용하고 싶다는 오씨는 감동을 전달하는 작품을 하고 싶어 한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일까?

"대단한 게 아니라 소소한 것들이에요. 예를 들면, '부모님한테 자주 전화하자'라는 것이죠. 별 생각 없이 지나치고 나서 한번 '이렇게 해볼 걸' 하는 생각을 하는 것들이요. 저는 콘서트를 할 때 직접 겪었던 것을 대본으로 써요. 작가한테 맡기고 싶을 때도 있는데 마술을 몰라 어떤 기술을 넣어야할지 잘 모르니까 직접 합니다."

2012년 극단을 창단하고 처음 한 공연이 '전우치'였다. 최동훈 감독이 만든 영화 '전우치'를 접목한 작품이다. 그러나 처음 기획했을 때보다 아이템이나 마술 기술들을 많이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전력 질주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을 발판으로 활동하고 싶다

오씨는 13년째 활동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특히 좋은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어도 설 무대가 없어 외롭기도 하다.

"저희 단체가 있는 연수구나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극단을 운영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인천에서 활동하다 버티기 힘들어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배우가 많아요. 인천에는 배우들이 없으니 오히려 서울에서 활동하는 친구들한테 작품을 같이 하자고 제안해요. 작품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도 배우들이 계속 교체되니까 할 때마다 작품이 업그레이드되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계속 새로운 작품이 되죠."

연수구에서 운영하는 '금요수요무대'라는 문화행사가 있는데 오히려 연수구에서 활동하는 단체한테는 기회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오씨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비싼 비용으로 섭외하는데, 우리 작품보다 부족한 것이 많다"며 섭섭한 마음도 표현했다.

오씨와 극단 '성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연수구와 인천에서 활동하는 게 힘들어 서울로 갈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고향인 연수구에서 기반을 다져 전국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문화예술 분야에 책정된 예산이 공정하게 분배됐으면 하는 겁니다. 소수의 단체가 독식하고 있고 실력 있는 신생 극단들의 활로가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차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씨는 공연이 있는 날엔 저녁 공연 일정이어도 하루 종일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정신이 흐트러지면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 전후에 대기실에 혼자 있는 게 익숙하다는 오씨는 오늘도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요즘 요리 프로가 대세니까 요리에 마술을 접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다른 마술사보다 연기와 춤, 노래도 좀 되니까 인천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저는 더 멋진 마술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오창현, #마술사, #극단 성우, #전우치, #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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