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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숙제 챙기고, 필통과 공책을 넣고는 종이 딱지와 플라스틱 딱지를 집어넣는다. 가방 지퍼가 뜯어질 것 같다.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집어 넣고 만다.
▲ 방학 숙제 챙기는 첫째, '서동이' 방학 숙제 챙기고, 필통과 공책을 넣고는 종이 딱지와 플라스틱 딱지를 집어넣는다. 가방 지퍼가 뜯어질 것 같다.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집어 넣고 만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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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아, 가방 터지겠다. 그만 좀 쑤셔 넣어."
"에이 가방 안 터져요. 다 들어가요."

여름방학이 끝나는 개학 전날, 그동안 숙제한 거랑 교과서며 필통이며 이것저것 챙기고 있는 서동이에게 엄마가 한마디 던집니다. 서동이는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딱지와 종이 딱지를 쑤셔 넣고 있습니다.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데, 억지로 넣느라 가방 지퍼가 아슬아슬합니다. 엄마의 타박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열심히 딱지를 집어넣고 있습니다. 엄마가 다시 한 번 뭐라고 하네요.

"어이구 그놈의 딱지 때문에 엄마 속이 터지겠다고~."

그러자 우리 아들놈! 엄마는 쳐다보지도 않고 능글맞게 한 마디 던집니다.

"터지는 건 엄마 속이지 내 속은 아니잖아요."

참 내, 이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걸까요? 아내와 저는 아들의 이 한마디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단원평가 70점을 넘은 첫째 아들

2학기 들어 국어와 수학 단원평가에서 70점을 넘었다. 우리 아이가 집에서 들들 볶지 않아도 이 점수가 나오다니! 물론 받아쓰기는 '0'점을 맞았지만...
▲ 첫째 아들 수학 시험지 2학기 들어 국어와 수학 단원평가에서 70점을 넘었다. 우리 아이가 집에서 들들 볶지 않아도 이 점수가 나오다니! 물론 받아쓰기는 '0'점을 맞았지만...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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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여름방학이 끝나고 처음 단원평가를 치른 날, 서동이(2학년)가 근무 중인 아내에게 전화했답니다.

"엄마!"
"응, 우리 아들."
"엄마, 엄마, 저 수학시험 73점 맞았어요!"
"뭐? 73점? 어쩐 일이야? 어제는 국어 시험을 70점 맞더니~."
"뭐 보통이죠."
"아는 게 많이 나왔어?"
"예, 그리고요. 저 주관식도 2개나 맞았어요. 잘했죠?"
"그래 잘했다. 어이구, 우리 서동이 또 맛난 거 사줘야겠네!"
"네, 기대할게요. 맛난 거 사 주세요."

시크하게 대답하고 바로 전화를 끊습니다. 남들은 90점, 100점을 맞아야 좋다고 하는데, 우리는 70점이 넘으면 집안이 축제 분위기입니다. 다른 가족들에게 자랑도 하고요. 평소 국어나 수학 단원평가는 보통 20점에서 30점을 맞아오거든요. 그런데 어제랑 오늘은 모두 70점을 넘었습니다. '웬일일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조금씩 단어와 문장의 이해도가 올라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공부방에서 잘 가르치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문제 푸는 방법만 배워 답을 찾는 것일까요?

우리는 아직도 국어 받아쓰기 연습을 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하루에 책 두 권씩 읽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수학과 국어 시험을 앞두고도 단원 과정에 맞추어 공부시키기보다, 쉬운 문제 위주로 간단히 풀고 학교에 보냅니다. 공부에 짓눌려 학교생활에 부적응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 주려고 합니다.

우리 부부의 교육방침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험 결과로 아이가 심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받아쓰기에서 '0'점을 맞아도 점수보다는 기본 단어의 받침과 발음에 더 신경을 써 줍니다. 수학, 국어 시험에서 최하위 점수를 맞아도 잔소리하지 않습니다. 한술 더 떠서 공부 못한다고 절대 기죽지 말라고 일러줍니다. 대신 아들의 학업 수준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1학년 때보다 수리력과 언어능력, 학습 이해도가 많이 향상했고 또래에 비해서도 많이 수준이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부모 마음은 과거 평균 30점이었던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 평균 70으로 주~욱 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네 동생 내가 가져간다?" vs. "그래 가져가라!" 

말 잘듣는 둘째 아들이라 자랑스레 여기는 효동이. 고집도 세지만 애교도 많고 가끔 어른같은 말투에 놀랄때가 있습니다. 첫째는 단순하고 좀 이기적이지만 항상 웃는 표정이라 정말 예쁩니다.
▲ 왼쪽 7살 효동이, 오른쪽 9살 서동이 말 잘듣는 둘째 아들이라 자랑스레 여기는 효동이. 고집도 세지만 애교도 많고 가끔 어른같은 말투에 놀랄때가 있습니다. 첫째는 단순하고 좀 이기적이지만 항상 웃는 표정이라 정말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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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서동이(9살)와 둘째 효동이(7살)가 엄마랑 함께 시장을 걷고 있습니다. 서동이는 열심히 닌텐도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우연히 서동이 친구가 지나가며 말을 겁니다.

"서동아, 나 닌텐도 좀 빌려줘."
"싫어."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럼 네 동생 내가 가져간다?"

서동이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내뱉습니다.

"가져가라."

헉~. 동생을 가져가라네요. 그 말을 들은 둘째 효동이는 얼굴이 사색이 된 채 걸음이 빨라집니다.

"형아, 안 돼."
"왜 안 돼. 안 그러면 내가 닌텐도 줘야 하잖아."

서동이 친구가 효동이를 손으로 잡아끕니다. 정말로 데리고 가려나 봅니다. 너무 당황한 동생!

"효동아, 가자. 네 형이 너 가져가라고 했어."
"안 돼~ 형아, 나 좀 데리고 가."
"서동아, 나 진짜로 네 동생 데려간다."
"응, 데리고 가."

강제로 잡아끌면서 효동이를 데려갑니다. 그러자 효동이가 울기 시작합니다. 형이 자기를 버린다고 생각하니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나 봅니다.

"으앙, 형아, 안 돼! 나 좀 데리고 가."

그러고는 서동이 형을 막 쫓아옵니다. 그제야 서동이 친구는 우리 효동이 손을 놔줬습니다. 나중에 효동이가 서동이 에게 아주 심각하게 물어봅니다.

"형아, 진짜 나 버리려고 했어?"
"에이, 너 그걸 진짜 믿었느냐?"
"형아, 나 무서웠단 말이야."

트램펄린에 푹 빠진 아이 "엄마 아빠, 살 빠져요"

큰 맘 먹고 사준 트램플린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우리 아들! 엄마 아빠 손을 이끌고 하루에 5분씩만 뛰라고 합니다. 살 빼야 한다고...
▲ 트램플린과 아들 큰 맘 먹고 사준 트램플린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우리 아들! 엄마 아빠 손을 이끌고 하루에 5분씩만 뛰라고 합니다. 살 빼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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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트램펄린(일명 '방방')을 사줬습니다. 원으로 된 트램펄린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아이가 둘이라 같이 뛰라고 타원으로 된 2인용을 사줬죠. 주문을 했던 9월 2일 아침부터 난리입니다. 언제 오느냐는 거지요.

퇴근 후에 택배로 받은 트램펄린을 펴고 조립을 하는데 첫째가 와서 이것저것 참견을 합니다. 나사도 집어주고 너트와 볼트도 자기가 직접 조입니다. 얼마나 뛰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싶습니다.

동생이랑 열심히 뜁니다. 누가 높이 뛰나 내기도 하고, 천장까지 머리가 닿는지 힘껏 뛰어올라 봅니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다시 트램펄린으로 올라갑니다. 숨을 헉헉거리며 저와 아내에게 큰소리로 외칩니다.

"아빠, 얼른 와요. 아빠도 5분씩 100번 뛰어요. 그래야 뱃살이 빠져요."
"엄마, 엄마도 빨리 와요, 엄마는 50번씩만 해요. 그러면 날씬해질 거예요."

신나게 트램펄린을 타던 아이는 우리가 가만히 있자 내려와서는 끌고 올라갑니다. 살을 꼭 빼야 한답니다. 그래야 몸매가 예쁘다고요. 아들 손에 이끌려 사오십 번 뛰어봤습니다. 꽤 운동은 되는 것 같습니다. 트램펄린에서 뛰면 정말 살이 빠질까요? 초등생용이라 크기가 작고 탄성도 좀 떨어지는데 어른들이 하기엔 좀 무리입니다.

반창고, 우리 아이들의 만병통치약

어디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반창고'를 붙입니다. 만병통치약입니다.
▲ 우리집 만병통치약 '반창고' 어디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반창고'를 붙입니다. 만병통치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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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는 만병통치약이 있습니다. 바로 반창고입니다. 제조사 별로 크기별로 각종 반창고가 서랍에 가득합니다. 왜냐고요? 반창고가 없으면 우리 아이들은 불안해합니다.
모기에 물려도 반창고, 벌레에 물려도 반창고, 땅바닥에 긁혀도 반창고, 동생 하고 몸싸움하다 부딪혀도 반창고, 두통이 있어도 반창고….

플라세보 효과일까요? 몸의 어딘가가 따갑고, 아프고, 쑤실 때 반창고를 붙이면 하나도 안 아프답니다. 심지어는 두통이 있어도 반창고를 붙입니다. 이마에다가 '딱' 하고….

올 여름밤마다 모기에게 헌혈했던 우리 아이들의 팔과 다리는 반창고로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어떨 때 보면 마치 미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기에 물려서 빨갛게 부었어도 반창고만 붙이면 내일 아침 말끔하게 나을 거로 생각하는 아이들. 세상이 그렇게 참 단순하고 순수하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엄마, 원래 이런 건 첫째 형이 하는 것 아닌가요?"

식당에서 아이들과 식사 도중, 둘째 아들 효동 이에게 물 좀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효동아, 아빠 물 좀 가져다줄래?"
"예."

하더니 컵을 들고 식당 한구석에 있는 정수기에 가서 물을 떠 옵니다.

"고마워, 효동아."
"네."

이번엔 아내가 저보고 물 좀 떠 달라 합니다. 전 다시 효동이에게 부탁했습니다.

"효동아, 이번엔 엄마가 물 마시고 싶대. 물 좀 떠다 줄래?"
"네, 알았어요."

다시 정수기에 가서 물을 떠 옵니다. 아내는 왜 아이를 시키느냐며 눈을 흘깁니다.

"효동아, 고마워."
"뭘요."
"엄마, 근데 이런 건 원래 첫째 아들이 하는 거 아니에요? 전 둘째 아들이잖아요"
"응, 원래 첫째 아들이 해줘야지. 그런데 효동이가 해주니까 더 고맙다."
"네, 괜찮아요. 말 잘 듣는 둘째 아들이니까요."

1980년대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말을 하는 효동이. 말투도 사용하는 단어도 어린이 같지 않아 종종 놀라곤 합니다.

한 배에서 나왔지만, 너무 다른 두 아들!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새삼 깨닫곤 합니다. 단순하고 욕심도 많지만, 공부엔 취미가 없고 성적이 엉망이어도 너무 당당한 첫째 아들. 고집 세고 공부에 관심이 많지만, 여자아이 못지않은 애교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둘째.

정말 극과 극입니다. 이 아이들의 아빠로서 책임감과 의무감이 더욱 강해지는 요즘, 가을을 타서 그런지 이런저런 생각이 더 많아집니다.


태그:#받아쓰기, #수학시험, #국어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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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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