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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난간에서 한껏 햇빛을 죄며 맛나게 익어가고 있는 메주
 절집 난간에서 한껏 햇빛을 죄며 맛나게 익어가고 있는 메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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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사찰 음식을 발굴하기 위해 이 절 저 절을 찾아다니며 겪었을 저자의 애로가 번하게 그려집니다. 모든 스님이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님들 중에는 유달리 괴팍한 스님도 없지 않습니다. 하기야 그 정도는 괴팍했으니 출가 수행자의 삶을 살고, 그 절만의 음식을 고집처럼 전승하고 계실 거라 생각됩니다.

어느 스님으로부터 "괴팍한 인간이 스님 되고, 스님 중에서 괴팍한 스님이 큰 스님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절집 음식이 오롯이 지켜지고 있는 절집에 괴팍한 스님이 계시다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라져 가는 절집 음식을 찾아 차린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글·사진 이경애 /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 / 2015년 9월 18일 / 값 13,800원>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글·사진 이경애 /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 / 2015년 9월 18일 / 값 13,800원>
ⓒ (주)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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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이경애, 조계종출판사)은 서울 북촌생활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절집을 두루 찾아다니며 두 발로 체험하며 두 눈으로 쓰고, 마음으로 우려내며 가슴으로 저려 쓴 사찰음식 이야기입니다.  

오라는 사람 없고 반기는 사람 없는 절집, 그 절집엘 가야만 찾을 수 있는 사찰음식을 찾아다니는 저자의 발걸음은 또 다른 모습의 출가이며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방랑 식객의 자화상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몇 번이나 꿀꺽거리며 침을 삼켰습니다. 눈물이야 억지로라도 짜낼 수 있지만, 침샘에 고이는 침은 온전히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장아찌 이야기를 읽을 땐 짭쪼름한 맛에 입맛 다시고, 고구마줄기 김치 이야기를 읽을 땐 아삭거리는 식감에 침이 고였습니다.

책에서 차리고 있는 내용은 제주도 보덕사 메밀빙떡부터 강원도 영월 금봉암 감자보리밥과 우거지빡빡된장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는 절집, 그 절집엘 가야만 맛볼 수 있는 24가지 사찰음식과 음식이 품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편 레시피입니다.

글과 사진으로 기억과 구전의 한계 극복하는 기록 

기억과 구전은 변할 수도 있고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왜곡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과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은 변하지도 않고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왜곡되지도 않습니다.

이 책이 가치 있는 건 이절 저 절에서 기억과 구전으로만 이어지는 사찰음식들을 세세한 글과 또렷한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감칠맛처럼 배어있는 사연 같은 이야기까지 양념을 버무리듯 듬뿍 버무리고 있어 가치를 더해줍니다.

근 열 달 동안 삭혔는데도 참취 잎 한 장이 어른 손바닥보다 크고 향도 생생하게 풍긴다. 국물을 짜내고 흐르는 감로수로 서너 번 헹군 다음 씹어 보니 질기고, 쓰고, 짜고, 향은 너무 강하다. 겉보기에는 장아찌 그대로 먹어도 될 성 싶었는데 그 맛이 영 아니다.

옛사람들의 지혜가 괜히 귀한 게 아니라며 보살님은 씻은 참취장아찌에 물을 흥건하게 붓고 한참을 삶더니 다시 서너 번 헹궈내고 빨래를 짜듯 물을 꼭 짜낸 다음 맛을 보란다. 입안에 아가의 맛이 남아 있어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이번에는 입에 딱 맞는 간이다. 풍부한 섬유소가 부드럽게 씹히는 맛도 좋고 향도 초봄에 먹는 햇 참취나물 못지않게 그윽하니 살아 있다.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168쪽-

절밥을 맛나게 먹고 있는 사람들
 절밥을 맛나게 먹고 있는 사람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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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책으로 차려낸 사찰 밥상엔 기억과 구전을 대신할 기록만 담겨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당장 우리 주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까지도 담겼습니다.

철지나 센 나물은 뻣뻣하고, 질기고, 딱딱해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금산 효심사에 비법처럼 전해지고 있는 방법은 쇤 참취나물도 햇 참취나물처럼 맛나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지혜입니다. 

글로 읽고, 사진으로 보고, 상상으로 그려보는 24가지 사찰음식은 참기름 듬뿍 넣고 썩썩 비빈 산나물 비빔밥만큼이나 푸짐하게 고소합니다. 읽는 재미는 아삭거리는 식감만큼이나 싱싱하고, 연상하며 우러나는 맛은 진수성찬으로 차린 산해진미만큼이나 맛날 거라고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이경애 /(주)조계종출판사 / 2015.09 / 1만 3800원>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 24가지 사찰음식 이야기와 간편 레시피

이경애 글.사진, 아름다운인연(2015)


태그:#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이경애, #(주)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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