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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대형아파트 중 하나인 동구 서부1차아파트의 관리소장이 관리비 6300만 원을 3년 전 인출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기사와 관련해, 인출된 돈이 지난 17일 관리비 통장에 입금됐다(관련 기사 : 관리비 6천만원 인출한 관리소장, 3년만에 덜미).

그러나 돈을 입금한 사람은 관리소장 구아무개씨가 아닌 전임 아파트 입주민대표자회의 회장 정아무개씨였다. 정씨는 '6300만 원을 자신이 사용했다'며 관리소 통장에 입금하고 17일 아파트에 사과문도 게재했다. 또한 통장 금액 인출자로 지목된 관리소장 구아무개씨는 "나는 6300만 원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라고 밝혔다.

현임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돈을 출금하려면 입주자대표 회장과 관리소장의 도장이 모두 있어야 한다"라면서 "당일 6300만원 지출결의서에 관리소장 도장이 찍혀 있다"라고 반박했다. 현임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17일 변호사를 선임했고 곧 관리소장과 전임 회장을 경찰에 횡령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전임 회장이 한 일... 관리소장은 모르는 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전임회장이 17일 아파트 내에 게재한 사과문.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잇다며 주민들의 이핼르 구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전임회장이 17일 아파트 내에 게재한 사과문.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잇다며 주민들의 이핼르 구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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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회장 정아무개씨는 17일 사과문을 통해 "본인의 불찰로 인해 문제를 발생시킨 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면서 "특히 대표회의 통장을 관리사무소에서 달라고 요구했으나 묵살하고 개인적 금전 유혹으로 사용한 돈으로 뒤늦게 통장에 입금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을 통감하며 주민여러분의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이번 과실을 거울삼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18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관리소장은 돈과 무관하다, 모두 내가 인출해 사용한 것이며 통장도 내가 가지고 있다"라면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장을 누구에게 전해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구아무개 관리소장은 "내가 인출하고 쓴 돈이 아니라 전임 회장이 가져간 것"이라면서 "나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통장은 관리사무소에서 전임 회장과 나, 경리가 있는 곳에서 내가 경리에게 받아 전임 회장에게 준 것이며 이후로는 아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현임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소장·회장 도장 모두 있어야 인출 가능"

이에 대한 현임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입장은 다르다. 현임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관리소장과 함께 전임 회장도 횡령 혐의로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손삼호 입주민대표자회의 회장은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면 관리소장과 회장의 도장 두 개가 필요한데, 책임을 져야 하는 관리소장이 어떻게 관련이 없을 수가 있겠느냐"라면서 "돈을 인출한 당일 관리소장의 도장이 찍힌 지출결의서가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외부 회계법인에 아파트 관비리와 관련한 회계감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2011년 9월 감사보고에서는 "유선비 등 잡비가 4300여만 원 잉여돼 있으니 이를 관리비와 함께 관리할 것"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적은 개선되지 않고 이후에도 그대로 유선비 잉여금 통장으로 관리되면서 그새 잉여금이 6300여만 원으로 불어났다.

이어 당시 입주자대표회의는 2012년 2월 9일 잉여금 통장을 해지하고 돈을 관리비 통장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2012년 9월 18일 관리소장과 회장의 도장이 있어야 해지가 가능한 관리비 통장에서 6300만 원이 인출됐다. 같은 날 회장 도장만 있으면 되는 별도 통장이 만들어졌고, 그 통장으로 돈이 옮겨진 뒤 출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손삼호 회장은 "확인 결과 6300만 원이 인출되면서 어떤 목적에 그 돈이 쓰였는지에 대한 전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전임 회장과 관리소장 그리고 현임 입주민대표자 회의의 주장이 각기 다른 만큼 경찰 수사에 의해 관리비 인출 경위와 사용처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결국 두 사람은 통장의 돈을 전임회장이 인출했고, 관리소장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앞서 관리소장은 지난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파트에서 동 대표와 회장이 실력자들이며 15년간 관리소장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통장 출금 부분은 억울한 점이 많지만 말을 하기가 그렇다"라면서 즉답을 피했었다. 그는 18일 그 이유에 대해 "당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태그:#울산 아파트 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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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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