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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대기업이 여기(노사정 합의 중 일반해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매년 90만 명이 대기업을 그만둡니다. 이중 상당수에는 기업이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 퇴직 대가로) 돈을 줘야 해요. KT는 8000명 퇴직시키는데 1조 300억 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반해고가 가능해지면 해고에 돈이 안 들어요."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왜 (재벌·대기업의) 손을 들어준 거냐"고 따져 물었다. 오전 내내 야당 의원들과 상대방의 말을 끊어가며 길게 설전을 벌이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손을 들어준 일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지난 13일 도출해낸 합의안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노사정 합의안을 '대타협'이라면서 치하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헌법 취지를 무시한 노사정 합의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 "김대환 위원장 사의 표명하고 사례금 챙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인영, 심상정, 장하나, 우원식 의원이 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보며 의논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인영, 심상정, 장하나, 우원식 의원이 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보며 의논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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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노위 국정감사는 시작 전부터 '난타전'이 예상됐다. 피감기관인 노사정위가 노동시장 개혁 관련 노사정 합의안을 끌어낸 기구기 때문이다. 지난 13월 도출된 노사정위 합의안에는 '쉬운 해고', '사용자 임의의 취업규칙 변경' 등 노동자 권익을 약화시킬 수 있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이에 여당은 빠른 법제화를, 야당은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 저지를 이미 공언한 상태다.  

야당 의원들은 감사 시작과 동시에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에게 포문을 집중시켰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부터 8월 초까지 노사정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해놓고도 2300만 원 정도의 업무조력자 사례비를 챙겼으며 법인카드와 관용차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질의 첫 순서인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업무조력자 사례금은 왜 수령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지난 4월 9일 사의 표명 후 120일간 사실상 업무를 안 했는데도 급여성 대가인 업무조력자 사례비를 왜 받았냐는 것이다.

이 시기 김대환 위원장은 노사정위 명의의 카드로 총 24차례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또 공식 복귀 이전에는 받지 않던 업무조력자 사례비를 복귀 후 소급해서 지급받았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은 "업무추진비와 판공비 카드 사용 내역들을 즉각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지자 즉각 반박하며 격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해명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질의를 끊기도 했다. 그는 "규정상 지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서 받은 것"이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즉각 반납하겠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은 '감싸기'에 나섰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노사정위원장은 공무원 신분도 아니고 비상임"이라면서 "무급으로 일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보니 국가에서 국가업무조력자 사례금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의를 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비공식적으로 전혀 업무를 이행 안 했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들, 더 적은 돈으로 고분고분하게 장시간 일하게 될 것"

안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이날 국감이 열린 국회 본관 6층 환노위 밖은 여유 있는 분위기였다. 현장에 나온 일부 피감기관 직원들은 질의에 나선 야당 의원들이 업무조력자 사례비를 계속해서 문제 삼자 이따금 실소를 보이기도 했다.

웃음기가 사라진 것은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 순서였다. 은 의원은 국감장에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우고 노사정위가 도출해낸 노동시장 개혁안이 재벌·대기업을 위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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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기업은 피치 못할 사정에 놓였을 때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긴급히 인력을 줄여야 할 때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며 퇴직자에게 몇 년 연봉에 해당하는 급여를 일시불로 지급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노사정위 합의안에 들어있는 일반해고 도입 방침이 그대로 법제화되면 기업은 인사고과가 낮은 직원들을 추가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들도 지금까지처럼 거금을 들여 명예퇴직, 희망퇴직을 시행하지 않고도 대규모 인력 감축이 가능해진다. 은 의원은 "(노사정위 합의안은) 돈 드는 해고를 돈 안 드는 해고로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지적이 현실화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제시했다. 은 의원은 "노사정위에 기업 대표로 들어가는 경총이 올해 3월에 만든 지침을 보면 매월, 매 분기 노동자들을 정량평가해서 9개월만 D등급을 받으면 해고가 가능하도록 해 놨다"고 설명했다.

김대환 위원장은 이에 대해 본인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노사정위원회는 말 그대로 정부와 기업, 노동자가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곳이라는 얘기다. 그는 "(기업) 손을 들어준 일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 의원의 전망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에둘러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은수미 의원이) 저보다 세상을 덜 살아서 재벌과 사용자(기업)들을 더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문제 삼았다. 합의안을 보면 정부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행정지침)을 마련하도록 협의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이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헌법에 근로조건을 법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면서 "법에 규정되어 있는 노동권을 행정지침으로 부정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성과자들이 손쉽게 해고되고 노동자들은 더 낮아진 임금으로 더 고분고분하게 장시간 일하게 되는 게 박근혜 노동개혁의 실제 모습"이라면서 "이번 노사정 합의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태그:#은수미, #환노위, #심상정, #노사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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