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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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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난데없이 '마약'과 '사위'가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둘째 사위 A씨가 마약 범죄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실로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김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요새 세상에 정치인 가족이라고 하면 더 중형을 때리지 봐주는 판사를 본 적이 있느냐"라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야당은 "유전무죄 유권무죄의 전형"(1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 서면브리핑)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인이 여당 실세라는 점 때문에 검찰이나 법원이 A씨에게 봐주기 판결을 한 것이 아니냐며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다 ▲ A씨의 변호인이 재판장과 고교·대학 동문이라는 점 ▲ 재판부가 양형 기준을 밑도는 형을 선고한 점 ▲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점 등의 정황이 더해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인이라고 하여 친인척의 범죄 사실 자체만으로 비난받을 일은 결코 아니다. 일단 섣부른 예단은 내려놓자. 근거 없는 의심만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A씨가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이것도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유력한 방법은 하나다. A씨의 범죄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비슷한 수위의 마약 범죄를 저지른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A씨의 공범 B씨의 사건과 견줘보고 최근 몇 년간 법원이 선고한 마약사범 판결 중에서 비교적 A씨와 유사한 사례를 조사해봤다. 더불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의혹을 풀 만한 실마리를 제공해볼까 한다.
 
과연 A씨는 과연 다른 마약사범처럼 받을 만한 형을 받았을까, 법원의 형량은 적절했을까. 편견 없이 접근하고자 한다. 판단은 이 글을 읽은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의문①] 양형기준 벗어날 특정한 사정 있었나?

지난 2월 5일 서울 논현동 서울세관에서 열린 '2014년도 마약류 밀수동향 브리핑' 현장. 관세청 국제조사팀 장광현 사무관이 적발된 마약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지난 2월 5일 서울 논현동 서울세관에서 열린 '2014년도 마약류 밀수동향 브리핑' 현장. 관세청 국제조사팀 장광현 사무관이 적발된 마약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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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A씨와 공범 B씨의 마약범죄 내용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A씨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비교적 장기간 마약을 복용했다.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코카인 5회, 필로폰 5회, 엑스터시 3회 투약했으며 대마와 신종 마약인 '스파이스'까지 흡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 아니다. 필로폰 매수(약 2g, 20회분)와 엑스터시 2정 수수 혐의도 인정됐다. 또한 B씨를 통해서 두 차례 코카인 약 2g(20회분)과 필로폰 약 1g(20회분)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매매했다. 종합하면 A씨는 다섯 종의 마약을 최소 15차례 이상 복용하였으며 필로폰·엑스터시·코카인 등을 사들이거나 무상으로 받았다.

A씨의 형량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에 따르면 A씨의 죄 중 가장 형벌이 무거운 것은 코카인매수죄다. 법정형은 무기 또는 징역 5년~징역 30년이다. 징역형이 선택된 A씨는 경합범 처벌례에 따라 코카인매수죄의 장기에 1/2(징역 5년~징역 45년)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A씨는 정상참작 사유가 인정돼 형이 절반으로 깎이면서 징역 2년 6개월~ 징역 22년 6개월로 범위가 확정됐다. 판사는 이 범위 안에서만 선고형을 정할 수 있는데 이것을 처단형이라고 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른 A씨의 권고형량은 징역 4년~징역 9년 6월이었다.     

실제 A씨의 선고형은 어땠을까.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2월 6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60시간, 약물치료 수강 40시간을 부과했다. 처단형의 하한에 근접하고 양형기준은 밑도는 수치다. 

물론 판사가 반드시 양형기준을 따를 필요는 없다. 서울동부지법도 보도자료를 통해 "형량 범위는 권고기준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양형기준을 벗어나서 중형을 선고하거나 선처를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법원조직법(제81조의7)은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재판부는 "A씨의 죄책이 가볍다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참작 사유를 거론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 및 동종 전과가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환경, 범행의 동기,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양형 조건들을 함께 고려해 볼 때, 이번에 한해 피고인에게 개전(改悛)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므로, 양형기준의 하한을 이탈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재판부가 고려한 '제반 양형 조건'은 어떤 걸까. A씨가 반성하고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 말고도 양형 기준을 벗어날 만한 특별한 사유가 더 있었는지 궁금하다. 

[의문②] '집행유예' 공범과 비슷한 형량 받을 만했나?

서울동부지법은 "함께 투약한 공범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면서 형평성도 강조했다. 검찰도 두 사람 모두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비슷한 형량을 받을 만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A씨와 공범 B씨의 범죄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다(아래 [표1] 참조).

 [표1] 김무성 대표 사위 A씨와 공범 B씨의 재판 결과(2015. 2. 6.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 김용국

하지만 마약 투약 횟수나 매수 규모에서 두 사람은 차이를 보였다. 15차례 이상 마약을 복용한 A씨와 달리 B씨는 두 차례에 투약에 그쳤다. 또한 A씨와 함께 저지른 코카인·필로폰 매매에 대해 B씨는 수사기관에 자수·자백하기까지 했다. 추징금(마약 매매, 사용, 투약 등에 사용된 돈을 합하여 국가가 징수하는 금액)도 A씨는 605만 원, B씨는 260만 원임을 감안할 때 A씨의 죄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명백한 감경사유인 자수까지 했던 B씨의 선고형은 양형기준(징역 2년 6월~7년 2월)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따라서 두 사람에게 비슷한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을 두고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B씨보다 A씨가 더 선처를 받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의문③] 마약사범, 초범이면 집행유예가 일반적?

A씨는 단순한 마약투약자가 아니었다. 마약 매매, 수수 등 거래까지 했다.
 A씨는 단순한 마약투약자가 아니었다. 마약 매매, 수수 등 거래까지 했다.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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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대표적인 사유는 '동종전과가 없다'는 점이다. 일부 법조인들도 마약사범의 초범은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봐주기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판에 넘겨진 전체 마약사범(향정, 대마 포함) 중에서 집행유예 비율은 2012년 34.7%, 2013년 36.9%, 2014년 35.9%였다(대검찰청 발간 <2014 마약류 범죄백서> 참조). 이 비율은 초범과 재범을 합한 수치이므로 초범만 따진다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초범도 초범 나름이다. A씨는 단순한 마약투약자가 아니었다. 마약 매매, 수수 등 거래까지 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A씨에게 인정된 코카인매수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필로폰 매수, 엑스터시·코카인 수수, 스파이스 흡연 등도 법정형이 결코 낮지 않다. 게다가 A씨는 마약사건 두 건이 병합돼 한꺼번에 재판을 받았다.

형사사건은 일반적으로 법정형을 기준으로 판사 1명이 재판하는 단독사건과 판사 3명이 재판부를 구성하는 합의사건(사형, 무기, 또는 단기 징역 1년 이상)으로 나뉜다. 이중 단독사건(예를 들어 단순하게 필로폰 투약, 대마초 흡연하는 정도)이라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비율이 상당히 높겠지만 A씨처럼 합의사건이라면 초범이라 할지라도 상황이 달라진다.  

[의문④] 초범에 양형기준 벗어난 판결, 흔한 사례인가

그렇다면 A씨처럼 죄질이 무거우면서 초범인 마약사범의 판결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즉 마약투약뿐 아니라 수입, 매매, 소지 등까지 포함된 합의사건 중에서 A씨처럼 동종전과가 없는 피고인의 판결이다. 이 조건에 맞는 2013년 이후 1심 판결 10건에서 피고인 13명의 재판결과를 분석했다. 그리고 ▲ 양형기준 준수여부 ▲ 집행유예·실형 비율 ▲ 1심 집행유예 시 검사 항소여부 등을 살폈다(자세한 사항은 아래 [표2] 참조).

 [표2] 마약 전과 없는 마약 사범 합의사건 1심 형량 비교 *2013년 이후 사건 중에서 단기 징역 1년 이상이고, 피고인이 동종전과가 없는 사건. *A씨는 김무성 대표의 사위이며, B씨는 A씨와 공범임. *'투약'은 다양한 방법으로 마약을 사용한 것을 포함한 표현임 *'이탈'은 대법원 양형기준에서 벗어났음을, '준수'는 양형범위 내에 있음을 의미.
ⓒ 김용국

먼저, 양형기준을 준수한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12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그중 한 명은 A씨의 공범인 B씨였고 또 한 명은 엑스터시 밀수와 소지 혐의로 재판을 받은 K씨였다. K씨는 아무런 전과가 없었지만 밀수량이 많다는 이유로 징역 4년(권고형 4년~12년 10월)을 선고받았다. 나머지는 양형기준 아래에서 형량이 정해졌다. 초범에겐 양형기준을 벗어난 사례가 일반적이었다.  

둘째로, 마약 합의사건에서 초범 집행유예 선고는 일반적인 현상이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았다. 앞서 소개한 A씨와 B씨를 제외한 나머지 11명 중 집행유예는 6명이었다. 집행유예 사유로는 초범이라는 공통점 외에 ▲ 자백, 반성한 경우 ▲ 유통의사가 없었거나 소량 수입한 경우 ▲ 가담 정도가 경미한 경우 등이었다. 다만 A씨와 견줘볼 때 마약 투약회수, 거래량 등 범행건수가 적다는 특징이 있었다. 

반면,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5명이나 되었다. 대부분은 A씨의 양형기준과 비슷한 범위에 있었다. 특히 유통할 목적이 있었거나 다량으로 수입한 경우, 계획적인 범행인 경우는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다. 결론적으로 초범이라고 해서 대다수가 집행유예로 선처를 받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문⑤] 검찰이 집행유예에 항소하지 않은 것은 '특혜'였나

마지막으로 집행유예 판결에 검찰은 얼마나 항소할까. 집행유예가 선고된 피고인 6명 중에서 검사가 항소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이 결과로 볼 때 검찰 기준으로 적절한 유죄 판결이 선고되면 집행유예가 붙더라도 항소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검은 "전과가 구형 기준범위 내에서 구형을 했으며 전과가 없고 수사협조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항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100% 진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집행유예 판결에 검사가 항소하지 않는 사례는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씨에 대해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사실만을 놓고 '특혜'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유사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동종전과가 없는 마약사범은 대법원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량으로 판결이 선고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마약전과가 없더라도 단순마약 사범이 아닌 경우엔 실형선고 비율도 높았다.

A씨가 받은 형량은 적절했을까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글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글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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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A씨와 관련된 '팩트'를 다시 정리해보자. A씨는 다섯 종의 마약을 최소 15차례 이상 복용했고, 매매하거나 수수했다. A씨는 양형기준보다 더 낮은 형량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A씨와 검찰 양쪽 모두 항소하지 않아서 확정됐다.

여기에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A씨의 형량은 유사한 판결에 비해 결코 무겁다고 볼 수는 없다. 다시 물어보자. A씨가 받은 형량은 적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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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김무성, #마약,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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