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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구미시립도서관에서 시행한 <길 위의 인문학> 탐방을 다녀왔다. 이번 여정은 경상북도에 있는 문경새재였다. 이번 탐방은 강연자인 안동대학교 사학과 정진영 교수와 동행했다. 이미 예전에 여러 번 문경새재를 찾았지만, 미쳐 몰랐던 문경새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강연자를 통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문경새재는 낙동강 아래의 영남지역에서 서울로 가는 길이다. 문경에서 충주로 가는 이 길을 조령(鳥嶺)이라고 불렀다. 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가 우거진 고개' '새로 만든 고개'라는 뜻이 담겨있다.

영남지역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추풍령, 조령, 죽령이 있다. 특히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은 바람처럼 떨어진다는 의미가 있는 김천의 추풍령은 피하고, 죽~ 떨어진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 영주의 죽령길도 피했다고 한다. 특히 문경은 한자로 풀어보면 경사로운 소식을 듣는다는 의미가 있다. 과거를 준비하던 이들은 경사스러운 소식을 염원하면서, 조령을 한양으로 가는 과거길로 선택했다.

문경새재는 주흘산과 조령산이 마주보고 있다. 이 고개 길에 3개의 관문이 성으로 이루어졌있다. 첫 번째 관문인 주흘관에서 두 번째 관문인 조곡관까지 탐방객들과 동행했다.

문경새재 조산
 문경새재 조산
ⓒ 여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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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관을 지나서 '조산'을 만났다. 조산은 새재길을 걷던 이들이 돌을 하나씩 하나씩 모아 만든 돌무지다. 이와 같은 돌탑은 풍수지리 사상에서 땅의 기운 때문에 만들기도 하며, 외부의 침입이나 산짐승이 공격할 때 모아둔 돌을 던져 자신을 방어하는 기능도 한다.

문경새재 - 조령원터
 문경새재 - 조령원터
ⓒ 여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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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가던 중 조령원터를 만났다. 역이나 원은 길 사이에 설치한 숙박기능을 하는 곳이다. 조령원은 돌성으로 외부를 방어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외벽은 조령원에서 숙식하는 사이 도적이나 산짐승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새재길에 상처 입은 소나무라는 표지판이 있는 소나무를 만났다. 이 소나무는 일제 강점기의 상흔을 담은 소나무다. 일본 강점기 말에 일본이 전쟁을 치루기 위해서 소나무 송진을 추출하기 위해서 소나무에 여러 상처를 냈다. 일본이 한국인뿐 아니라 이 나라 강산에도 많은 상처를 준 증거다.

문경새재 - 교귀정
 문경새재 - 교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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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 길에 있는 교귀정은 조선 시대에 관찰사가 인수인계 하던 장소다. 전임 관찰사가 신임 관찰사에게 관인인 인장을 넘기는데, 그 인장에 거북이가 있어서 거북이를 서로 전하는 뜻에서 교귀정이 나왔다.

문경새재 - 조곡폭포
 문경새재 - 조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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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 제2관문인 조곡관에 다가갈 때 조곡폭포를 만났다. 문경 새재길은 천을 끼고 올라가는 길이다. 조곡폭포는 주흘산에서 천으로 내려가는 길에 만들어진 폭포다. 층층이 만들어진 조곡폭포 아래에 있으면 한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 주흘산에서 내려오는 이 물줄기가 낙동강의 발원지다.

문경새재 - 산불조심비
 문경새재 - 산불조심비
ⓒ 여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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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 길에는 한글 창제 이후 최초로 새워진 한글 비석이 있다. 그 내용은 산불조심이다. 새재 길을 건너는 이들에게 산불의 조심을 알리는 한글 비석이다.

문경새재 - 조곡관
 문경새재 - 조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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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곡관에 도착하니, 다리를 건너 보이는 성의 현판이 더욱 빛나 보였다. 이번 탐방에서 조령 제3관문인 조령관은 가지 못했다. 조령관은 충청도 충주와 경상도 문경의 경계다. 

새재를 건너 한양으로 가던 이들에게는 각자의 꿈이 있었을테다. 과거급제를 바라는 선비, 이윤을 남기려는 봇짐 장수, 관리로 부임하는 이들. 이들에게는 새재는 길인 동시에 동무였다. 문경새재는 이들에게 아낌 없이 모든 것을 내어 주는 넉넉한 품을 지니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경수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hunlaw.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경새재, #주흘관, #조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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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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