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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오후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정비직원이 지하철과 안전문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나 삼성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지하철 내선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됐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주변.
 지난 8월 29일 오후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정비직원이 지하철과 안전문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나 삼성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지하철 내선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됐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주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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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정규직이 아니면 청년백수가 보편화되는 한국의 20대

지난 8월 29일, 서울지하철 강남역에서 2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크린 도어를 보수하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크린도어 사업을 비롯해서 서울지하철의 외주용역은 대부분 최저가 입찰제로 시행되고 있다. 그래서 외주업체는 최저입찰제로 낙찰된 용역단가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임금의 비정규직들을 과소하게 운영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안전한 작업조건은 물론 제대로 된 정비가 담보되기 쉽지 않다.

원청인 서울메트로는 유지보수 관련한 각종 손해배상 청구를 외주보수업체에게 요구할 수 있는 업무협약이라는 것을 맺고 압박을 했다. 그러면서도 원청이 직접 업무를 지휘·감독하게 되면 불법 파견이 된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외주업체로 떠넘겼다.

이러한 조건에서 외주직원들의 무리한 작업은 일상화될 수밖에 없었고 외주업무의 작업장 안전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였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20대 청년들에게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사회의 첫발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느냐 아니면 청년백수로 계속 남느냐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가 노동개혁의 정답인양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세대 간 싸움을 부치고 있다. 청년들의 눈물을 닦지도 못하면서 그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장년층들을 청년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민주진보 진영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 정책이 일정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사실이다. 점점 암울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2. 청년고용 확대, 서울지하철 통합이 기회다

민주진보 진영이 청년고용 관련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임금피크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아예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바로 2016년 말까지 예정돼 있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간의 서울지하철 통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앞으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합쳐서 5년 동안(15~19년) 총 2542명이 정년퇴직을 하게 되므로 인원보충이 필요하다. 안전보장과 더 나은 지하철 서비스를 서울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도 별도의 인력충원이 요구된다. 물론 재정이 소요되겠지만 신규 채용자들의 임금이 정년 퇴직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서울시 입장에서도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서울지하철 통합 과정에서 충분히 청년고용 확대와 외주업무 직영 등의 정책을 펼 수 있다. 아울러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지하철 통합과정에서 노동이사제와 경영협의회 등 참여형 노사관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서울지하철 통합과정에서 정규직 대폭충원, 외주업무 직영화, 참여형 노사관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서울지하철 통합은 청년들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3. 민주노조가 한국판 뉴딜을 주도하자

박근혜 정부의 파상적인 임금피크제 공세에 공공부문 노조들이 많이 위축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탄압에 맞서고 투쟁해야 하지만 반복되는 저지 투쟁만 가지고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민주노조가 사회공공성 투쟁에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지하철 통합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주노조에게도 서울지하철 통합은 하기에 따라서 이 시대의 화두인 청년고용 확대, 안전보장 그리고 참여형 노사관계 등의 사회공공성 의제를 주도하는 사안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민주노조가 쉽지는 않겠지만 서울지하철 통합과정에서 사회공공성 강화라는 대의를 먼저 정립하고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보수화되었다고 우려만 하지 말고 그들이 진보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민주노조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영수님은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태그:#서울지하철 통합, #뉴딜 , #외주화, #임금피크제 , #청년고용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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