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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최고중진연석회의 참석하는 김무성-원유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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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지난 1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매설로 군 장병들이 부상당한 사건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였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규탄과는 별도로 '군 당국 문책'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이 움직였다. 윤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김 대표의 발언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책임?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은 북한군 지휘부이고 우리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적군이 아군을 공격했을 때는 그 적군을 겨냥해야지, 아군 지휘부를 겨냥하는 것은 결코 옳은 판단이 아니다, 표적 오인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장면2]

1차 설전이 오간 다음 날인 12일,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와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싸잡아 "선거가 임박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여유가 없을 때 복잡한 문제를 들고 와 임시방편으로 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발언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분명히 해 달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긴 했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일주일 후인 19일 진짜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이날 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가능성, 낮은 참여율, 고비용 등 오픈 프라이머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대표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일 작심한 듯 "오픈 프라이머리는 정치개혁의 결정판"이라며 "정치생명을 걸고 관철하겠다"라며 맞불을 놨다. 

[장면3]

지난 12일 친박계의 주도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지뢰 폭발 다음 날 통일부가 북한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정신 나간 짓 아니냐,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뭐하는 사람들이냐"라고 정부와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루 뒤인 13일 이정현 최고위원은 당 회의에서 "아군 진지에 설탄(舌彈)을 쏘아대는 일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의 전날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엄호'에 나섰다.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 기능은 비판과 견제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지 못한다면 국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1일 북한 포탄 도발 사태로 긴급 소집된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참석한 유 의원을 향해 "유승민 파이팅"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막 내린 불안한 동거... 공천권 힘겨루기 시작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 4일 발생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 "사고 발생 48시간 이후에 합동 현장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질타하고 있다.
▲ 목함지뢰 도발 사건 국방부 대응 질타하는 유승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 4일 발생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 "사고 발생 48시간 이후에 합동 현장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질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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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거부권 사태로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한 달여 만에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의 충돌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런 김 대표와 친박계의 마찰을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피해갈 수 없는 '공천 전쟁'의 예고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의 공세는 '김무성 흔들기' 성격이 짙다. 친박 의원들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간 러시아를 다녀온 후 김 대표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대표의 말 한 마디에 빈틈이 보일 때마다 어김없이 선제공격이 이어졌다. 김 대표가 '유승민 찍어내기' 당시 유 의원을 버리고 청와대의 손을 잡으면서 시작된 양측의 '불안한 동거'는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친박 의원들이 단체로 러시아에 가서 무슨 결의라도 하고 온 모양"이라며 "'러시아 결의'라고 불러줘야 되나"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친박계가 행동을 개시한 것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위한 탐색전이라는 데 정치권의 이견이 없다. 특히 여권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강한 의지로 밀어붙이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청와대와 친박계가 저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당원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이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실제 도입될 경우 청와대와 친박계는 '전략공천'을 통한 '공천 몫'을 보장 받을 수 없다. 또 박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회법 거부권 정국이 청와대의 승리로 끝나면서 확인된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그대로 내년 총선 공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공천권을 김 대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행사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기존의 친박계는 물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청와대 인사 등 '박근혜의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국회에 들어와야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추면서, 당내 권력 지형의 변화도 꾀할 수 있다는 게 친박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오픈 프라이머리는 박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 정국에서 언급한 정치권 물갈이 의도와도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당시 유승민 의원을 '배신의 정치' 주역으로 몰아세우면서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오픈 프라이머리가 실시되면 공천 과정에서 '미운 놈 찍어내기'가 사실상 힘들어진다.

여전히 반대쪽에 서 있는 친박... 김무성의 선택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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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건 청와대와 친박계의 의중을 모를 리 없는 김 대표의 대응이다. 김 대표가 당·청 관계를 가늠할 결정적인 국면마다 청와대에 몸을 바짝 낮췄지만 친박계는 여전히 김 대표의 반대편에 서 있다. "유승민 찍어내기 이후 다음 타깃은 김무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슬슬 현실화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로서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흔들기 공세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그동안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유지해 왔던 낮은 자세와 말조심에서 벗어나 "오픈 프라이머리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라고 쐐기를 박은 것은 눈여겨볼 만한 변화다. 이는 청와대와 친박계와 힘겨루기에서 초반부터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겠다고 한 것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준다는 대의 외에 청와대와 친박의 공천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 아니겠느냐"라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양측 간 마찰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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