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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사태는 왜 '경제민주화 시즌2'가 필요한지 문제 의식을 일깨웠다."(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롯데그룹 사태가 꺼져가던 경제민주화 불씨를 살렸다. 19일 오전 국회 본관에선 롯데 총수 일가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문제를 논의하는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등에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엔 청년, 노동, 중소상공인,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총출동해 국내 대표적인 '유통 재벌' 롯데그룹의 독과점 행태를 고발했다.

"롯데는 '대기업 갑질' 정점... 비정규직 양산하고 지역상권 쓰러뜨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롯데 사태를 통해 본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과제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우리나라의 살 길'이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롯데 사태를 통해 본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과제 긴급토론회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롯데 사태를 통해 본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과제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우리나라의 살 길'이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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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지금까지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재벌 개혁 관점과 방향에 전환을 주문했다. 우 위원은 "롯데그룹 지배구조만 개선한다고 재벌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이 700조 원에 이르는 건 정규직 내쫓고 비정규직, 간접고용으로 바꾸고, 대형마트, SSM(대형슈퍼마켓)으로 골목상권 쓰러뜨리고 이득을 챙긴 성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정부는 재벌이 복합쇼핑몰을 20여 군데 만들어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영세 자영업자를 내쫓고 있는데도 규제 법안도 안 만들고 있다"면서 "올해 정기 국회에서 롯데를 비롯한 유통 재벌의 복합쇼핑몰을 막는 데 전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도 이날 발제에서 롯데가 416개 이르는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하면서 '생계형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중소 자영업자들이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화점, 아울렛뿐 아니라 의류매장, 음식점, 서점, 슈퍼마켓, 편의점, 이미용업, 잡화점 등 개인도소매, 서비스업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 결과 대기업 아울렛 등 복합쇼핑몰 출점 이후 주변 소매점 매출 감소폭이 평균 46.5%에 이르고, 영향 상권 범위도 대형 마트(4~5km)보다 2배 넓은 5~10k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서울 마포구 중소 상인들은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출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동주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부 정책실장은 "복합 쇼핑몰이 유통시장 독과점 행태의 정점을 찍고 있다"면서 "기존 제조업체 시장지배적 지위에 초점을 맞춘 공정거래법 외에 유통업체의 시장 독과점을 근본적으로 규제하는 반독점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최근 미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수요 독점'으로 '반 아마존' 독점규제법이 논의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같은 유통 재벌들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단가를 후려치고, 대리점과 가맹점들도 롯데 상품을 독점 공급 받아 가격이 더 싼 다른 회사 상품을 들여오지 못해 이윤을 수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 백화점부터 마트, 편의점, 시네마까지... "소비자 선택권 침해"

실제 롯데는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편의점, 슈퍼마켓, 홈쇼핑, 면세점 등 주요 유통업계에서 다른 대기업과 '빅3'를 형성하며 80~90%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마트는 이마트, 홈플러스, 세븐일레븐은 CU, GS25, 롯데시네마는 CGV, 메가박스, 롯데홈쇼핑은 CJ오쇼핑, 현대홈쇼핑과 경쟁하는 식이다.

유통 시장 독과점 영향에서 소비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진정란 소비자유니온 준비위원장은 이날 식품, 유통 시장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의 독과점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식품 매출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롯데 계열사 3곳이 나란히 2위, 5위, 7위를 차지했다. 3곳 매출을 합치면 5조 3천억 원대로, 1위인 CJ제일제당 4조 3천억 원보다 많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15년 식품산업주요지표).

또 지난 2014년 제조업, 도소매업, 외식업까지 포함한 식품기업 매출액 순위에선 롯데쇼핑이 16조 원으로, 이마트와 홈플러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각각 9위와 10위를 차지한 코리아세븐과 롯데칠성음료까지 합치면 20조 원으로, 2위인 이마트(10조 원)의 2배가 넘는다(FIS 식품산업통계정보).

뿐만 아니라 영화 시장에서도 롯데시네마는 CGV, 메가박스와 함께 극장 시장을 장악하는 한편, 영화 제작과 배포까지 손대고 있다. 이 같은 독과점 결과 제과와 음료, 영화 관람료 담합 의혹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 명동 롯데그룹 본사 입구
 서울 명동 롯데그룹 본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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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란 위원장은 "대기업의 시장 독점은 소비자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할 권리, 다양한 경제 주체 간 상호 협력과 공존을 통한 선택권 보장을 침해한다"면서 "시장 독점이 야기하는 소비자 권리 침해에서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할 소비자집단소송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집단소송제는 이미 1990년대부터 논의돼 왔지만 기업들의 반발로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앞서 '롯데그룹의 사회적 책임 촉구 및 롯데재벌 개혁을 위한 5대 요구안'에도 포함돼 있다. '전국을살리기운동본부'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실천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8일 롯데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대형 복합쇼핑몰 출점 전면 중단과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진출 자제 ▲간접고용 전환 노동자 원상회복 등 근로조건 개선 ▲협력업체 등과 상시적 집단교섭과 상생협약 체결 ▲순환출자 전면 해소와 독립적 이사, 감사위원 선임 ▲영화 배급·상영 불공정행위 근절과 여러 업종에서 소비자 독과점 횡포 개선 등 5가지 요구안을 롯데 쪽에 전달했다.

이 같은 요구안은 오는 26일 발표할 예정인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시즌2를 위한 3대 방향 15대 과제'에도 포함돼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통 문제를 다루는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소속 홍익표 의원은 이날 "롯데는 대기업 '갑질'이 정점에 이른 대표적 기업"이라면서 "지금 여러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롯데 일가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롯데그룹 경영권 갈등을 계기로 야당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들도 '롯데 국감'을 벼르고 있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에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유통 재벌 대표들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대부분 개인적 사정을 들어 출석하지 않았다.


태그:#롯데그룹, #유통재벌,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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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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