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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가 발령돼 대지가 타는 듯 이글거리는 시간에 지지대고개를 지나게 되었다. 지지대고개를 넘어오면서 갑자기 괴목정교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가 보고 싶어 노송지대로 접어들었다. 어렴풋이 노송지대 어디쯤에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찾을 수가 없어, 네비게이션과 포털사이트의 지도찾기를 이용해 찾아보기로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네비게이션의 도움으로 노송지대를 지나 두 번 우회전을 하니 큰 사거리에서는 의왕시 방향으로 좌회전만 된다. 지지대고개 너머에서 유턴할 생각으로 가는데 네비게이션이 우회전을 하란다. 프랑스군 참전기념비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바로 효행공원이다. 광교산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수원8색길 중 6색길인 수원둘레길과, 7색길인 효행길의 출발지이다.

효행길을 따라 조금 걸어 내려가니 괴목정교 표지석이 보인다. 정조대왕의 원행길이 당연히 지지대고개를 넘어 내려오다가 노송지대로 가는 것으로만 생각을 했지, 옛날 원행길과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아 괴목정교를 찾는 데 한참을 헤매게 된 것이다.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 재학시절에 '정조대왕 능행차 시연'에 참여했었다. 당시 수원시민의날 행사 차원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시연이 있었지만, 정조대왕 능행차 시연을 기록영화로 만든다고 지지대고개에서부터 노송지대를 거쳐 만석거 뚝방길, 장안문에 이르는 능행차를 시연했었다. 그러면서도 옛날의 능행길과 현재의 길과의 차이가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문화재에 관심을 갖고 답사를 다니면서도 잊고 있었던 사실이다.

기울어진 괴목정교
▲ 괴목정교 기울어진 괴목정교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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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찾은 괴목정교 표지석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표지석의 우측 지반이 내려앉았는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괴목정교 바로 옆에 '괴목정교 표석'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괴목정교 표석은 조선의 제 22대 왕인 정조가 수원의 지지대 고개에서 현륭원으로 가늘 길의 주요 지점에 세웠던 16개 표석 중의 하나이다. 관리가 어렵고 훼손의 위험이 있어 수원역사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고 복제한 표석을 원래의 위치에 다시 건립한다. 2009년 5월'이라고 되어있다. 복제품이라고는 하지만 문화재를 재현한 것이고, 그 위치의 역사적 중요성으로 볼 때 이렇게 관리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괴목정교 표지석 옆에 '수원 팔색길을 걷다'라는 간판에 '효행길을 따라가다 보면 괴목정교 표석(복제본, 원본은 수원박물관에 있다), 수원미술전시관 앞에 있는 만석거 표석(원본은 분실, 최근에 다시 세움), 정조사거리 부근의 상류천 표석(최초 위치에서 현재 위치로 이전, 원본), 세류역 입구 왼쪽에 보면 하류천 표석(복제본)을 만날 수 있다'란 내용이 나온다.

수원박물관 괴목정교 표석 설명에는 수원시 향토유적 제16호이며, '정조가 수원 현륭원 원행길의 이정표로 세운 18기의 표석 중 하나이며 현재 만석거를 비롯하여 5기의 표석이 남아있다. 지지대고개 아래 괴목정에 있던 것을 박물관으로 옮겨왔다. 괴목정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라고 돼있다.

수원미술전시관 앞에 있는 만석거 표석 복제품
▲ 만석거 표석 수원미술전시관 앞에 있는 만석거 표석 복제품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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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목정교와 수원박물관에 있는 유물을 설명한 문구가 다르다. 괴목정교에는 16개의 표석을 세웠다고 기록했고, 수원박물관에는 18개의 표석을 세웠다고 기록했다. 괴목정교에는 만석거 표석은 분실되어 다시 세웠다고 기록했고, 수원박물관에서는 원래의 표석이 남아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박물관 설명이 잘못된 것이므로 수정해야 한다. 박물관측에 몇 차례 오류 사실을 전했음에도 수정이 안 되고 있다. 박물관의 기록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는데 이렇게 방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화서문 현판이 붙은 바로 위 지붕에 기와 한 장이 없어져 비가 오면 목조건물인 화서문 누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장마 전에 수리할 것을 관계기관에 요청했었다. 두달이 되어가는데도 화서문의 팔작지붕은 이가 빠진 모습을 하고 있다.

용연에서 건져낸 수초를 치우지 않고 방치해 악취가 나가 있다.
▲ 용연의 쓰레기 용연에서 건져낸 수초를 치우지 않고 방치해 악취가 나가 있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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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방화수류정 아래 용연에 가보면 용연에서 걷어낸 수초들이 용연 주변에 볼썽사납게 널브러져 있고, 썩으면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또한 성벽 밖을 보면 쓰레기 천지다.
문화재 관리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문화재 관리가 책상에 앉아서 CCTV만 보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 도대체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가? 담당자들이 수원화성을 안에서 한바퀴, 밖에서 한바퀴 돌아보면 당장 답이 나온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고 입으로만 말할 게 아니라 수원화성 구석구석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괴목정교, #만석거, #용연, #수원화성, #화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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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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