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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국정원이다. 댓글조작과 공작, 간첩조작, 부정선거개입에 이어 이번에는 불법해킹이다. 이탈리아 해킹팀(아래 '해킹팀')으로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해서 온 국민을 감시했다는 의혹이 일어나고 있다. 

국정원이 구매한 원격제어시스템(아래 RCS)은 그야말로 피 감시자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모든 내용을 꼭두각시처럼 원격제어하여 모든 정보자료를 전송하게 하는 해킹 프로그램이다. 국정원은 '해킹팀'에 우리 국민이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은 물론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최신기종이 나올 때마다 해킹을 요청했다. 인권과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국가정보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휴가 기간을 통해 대구에서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를 발족했다. 8월 5일부터 12일까지 국정원 대구지부 앞에서 본부를 차리고, 국정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수사하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권리가 부여받지 않은 엉터리 권력으로부터 유린당하고 있다. 각종 불법과 탈법, 반헌법으로 점철된 국정원의 불법행위들의 진실을 낱낱이 드러내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기 위한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오늘이다. 이런 사상 초유의 사태를 그냥 넘어간다면 여론조작과 감시는 계속 이뤄질 것이다.

여름 휴가 기간이다. 자기 주권을 찾아올 유쾌한 국민들을 기다리며 더 이상 이 땅에 국정원의 불법정치개입과 공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의 뜨거운 여름을 알리고자 한다. -기자말

국정원 대구지부 앞에서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를 발족하고 국민이 직접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감시하고 있는 모습.
▲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 본부의 모습. 국정원 대구지부 앞에서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를 발족하고 국민이 직접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감시하고 있는 모습.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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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국정원 국민수사대는 국정원대구지부 앞을 시민들과 함께 돌며 국정원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감시하고 있다.
▲ 국정원 대구지부 앞에서 국정원 국민수사대장이 활동하는 모습. 매일 국정원 국민수사대는 국정원대구지부 앞을 시민들과 함께 돌며 국정원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감시하고 있다.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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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를 끼고 멋들어진 모자를 쓴 청년들과 함께, 커다란 현수막을 대로변 인도에다 걸어두고 비치 파라솔을 꽂았다. 부엌에서 쓰는 스테인리스 볼과 찜기 받침대도 꺼냈다. 영락없는 행락객의 모습이다. 그러나 나와 수사대원들은 깃발 하나를 전봇대에 꽂았다. 더운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에 적혀있는 글귀는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

곧 스테인리스 볼은 국정원 수사감시용 대형 안테나로 변했고, 찜기 받침대는 들고 다니는 불법해킹감시 휴대용 장치로 변했다. 조이스틱을 가져와 국정원 불법해킹 프로그램 RCS를 재연하고 있다. 작은 미니풀장도 가져와 얼음을 채워두고 발을 담그며 땀을 식히는 우리의 모습에 시민들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차 한 대가 갑자기 내 앞에서 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 국정원 국민수사대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그러나 그런 경계의 마음은 곧 눈 녹듯 사라졌다.

"너무 좋아서 일부러 찾아왔어요. 여기 이 동네 사는데 우리 대구에서는 이런 이야기 할 사람들이 없어서 너무 답답해요. 국정원 고발단을 모집한다길래 서명하려고 왔습니다."

국정원 국민수사대원들은 서명을 받고 열띤 설명을 한다.

"여기 바로 앞에 국정원 대구지부가 있어요. 그래서 이곳에 바캉스도 하고 국민이 직접 수사하자는 차원에서 이렇게 수사본부를 차렸답니다."
"정말요? 제가 20년 가까이 여기서 살았는데 여기가 국정원 앞이라예?"

동그란 주민의 눈에 놀라움과 함께 고발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갔다. 페이스북 페이지 친구맺기는 덤이다.

여기는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

그들의 싸움은 즐겁다. 그러나 내용은 진지하다. 지나가는 시민들 역시 진지하지만 이로 인해 조금 더 용기를 내었으면 한다는 수사대원들.
▲ 유쾌한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의 하루, 그들의 싸움은 즐겁다. 그러나 내용은 진지하다. 지나가는 시민들 역시 진지하지만 이로 인해 조금 더 용기를 내었으면 한다는 수사대원들.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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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의 한 풍경이다. 국정원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의 스마트폰 속에도 있고, 우리의 두려움 속에도 있고, 실제로 우리가 사는 동네에 버젓이 지부를 차려두고 활동하고 있었다.

매서운 더위다. 덥기로 유명한 대구와 아프리카가 합쳐진 대프리카라는 말이 한창 인터넷을 달구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유난히 더운 올해 여름, 우리 국민들을 더욱 덥고 답답하게 하는 일이 생겼다.

7월 5일에 국가정보원이 '해킹팀'으로부터 이른바 RCS(원격제어시스템) 등이 포함된 해킹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사용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곧이어 7월 18일 국정원 임 모 과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자살했다는 뉴스가 온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국민의 관심이 국정원의 불법해킹과 국민사찰, 임아무개 과장의 자살사건 의혹에 쏠렸다. 그러나 국정원은 계속 발뺌 중이다. 국회로부터의 정보제출 요구마저 거부하고 되레 큰소리다.

답답한 뉴스를 접한 나와 뜻있는 청년들이 광복 70주년 8.15를 알리는 태극기가 곳곳에 꽂힌 국정원 대구지부 앞마당을 접수했다. 이름은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 수구 보수의 아성이라는 대구, 이곳에서 대통령의 직속기관이라는 국가정보원 지역 지부를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프리카 39℃ 열기 속에, 우리가 '웃픈' 국정원과의 맞대결을 선택한 것은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이곳에서부터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시민들에게 더욱 알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방황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든 살리고 봐야겠는데 식상한 싸움은 하기 싫었다.

그래서 찜기 받침대와 커다란 스테인리스 볼을 사서 국정원 수사감시용 장치로 만들었다. 국정원의 불법해킹을 대항할 것은 국민들의 관심과 용기라고 생각해서였다. 가볍게 즐기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용기를 줄 생각에, 일단 국정원 대구지부가 있는 대로변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미니풀장에 발 담그고 무작정 싸움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시민들의 반응이 의외로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감시하는 자와 감시받는 자를 역전시켜야 한다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 수사대원들이 각종 퍼포먼스를 펼쳐보이고 있다.
▲ 국정원 국민수사대의 퍼포먼스들.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 수사대원들이 각종 퍼포먼스를 펼쳐보이고 있다.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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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발뺌하지만, 해킹시도 자체만으로도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제1항 제2호에는 "개별 건마다 대통령의 승인을 서면으로 받아야 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더라도 감청 대상자가 한국 국적의 내국인과 통신할 때에는 추가로 법원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고 되어있다.

여기에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국정원법이 언제부터인가 헌법 위에 서 있다. 감시하는 자, 감시받는 자가 역전되어야 한다.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 역시 이런 발상에서, 우리 국민들이 국정원을 오히려 감시하고 조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민주공화국을 지킬 능력도, 실력도 없는 국정원을 우리라도 감시해야 하지 않는가?

국정원 국민수사대는 그래서 매일 국정원 대구지부를 한 바퀴씩 돈다. 국정원의 커다란 철문 앞 CCTV에서 우리가 왔다고 외치자마자 방송이 나온다. "군사보호시설이니 촬영하지 마시오!" 5163부대를 걸치고 사니 자기들이 군인인 줄 아는지 모르겠다.

2일 차, 3일 차 계속 갔더니 이제는 방송도 안 하고 멍멍 개 짖는 소리만 들린다. 5일이 되는 날. 시민들과 함께 수사대장인 내가 직접 국정원 투어 가이드를 해주었다. 국정원을 처음 구경하는 시민들의 마음에 설렘이 가득하다. 외쳐본다. "우리 당신들 감시하러 왔어요!" 국정원 직원의 대답이 가관이다. "네, 감시 잘하세요!" 양심은 있는 건지, 양심에 털이 나서 비꼬는 건지 모르겠지만, 왠지 전자를 믿고 싶었다.

국민의 관심과 용기만이 국정원의 불법을 막을 수 있어

국민들은 그들의 슬로건 만큼 그들이 일하길 바란다.
▲ 국정원 국민수사대 슬로건 VS 국정원 옛 슬로건 국민들은 그들의 슬로건 만큼 그들이 일하길 바란다.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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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의 대훈(隊訓)이 있다. 바로 '우리는 땡볕에서 일하고 음지(그늘)를 지향한다'이다. 옛 안기부가 사용했다는 슬로건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를 패러디한 슬로건이다. 국민수사대의 행동이 어찌 보면 가벼워 보일 수 있다.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얼마나 무겁고 심각한 문제인데 이렇게 장난처럼 대응하느냐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내 생각엔 아직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용기가 부족해 보인다. 그들의 댓글과 그들의 정치개입, 그들의 해킹을 아직 우리는 막지 못했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의 원심파기 판결에도 무기력했다. 이제는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 커다란 용기 말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 대구, 대프리카에서 조금은 가볍고 신나게 싸워보는 것도 좋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모든 국민들이 조금은 부족했던 국정원 불법에 대항할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는 2015년 8월 13일 오후 7시, 국정원 앞마당 수사를 종료하고 대구 시내로 나가 한일극장 앞에서 '국정원 불법해킹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정원 해체 대구시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국정원의 갖가지 불법행위에 맞선 국민들의 두드림을 기대해본다.

국정원 국민수사대는 불법해킹 진상규명과 국정원해체를 위한 대구시민 촛불을 8월 13일 목요일 오후7시.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 8월 13일 저녁7시. 한일극장 국정원 해체 대구시민 촛불 국정원 국민수사대는 불법해킹 진상규명과 국정원해체를 위한 대구시민 촛불을 8월 13일 목요일 오후7시.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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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국정원 국민수사대 대프리카지부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antikcia.deafrica
언론사가 아닌 인터넷 사이트에 중복게재 할 수 있습니다.



태그:#국정원, #국정원국민수사대, #불법해킹, #대프리카, #R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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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평화와 민권에 관심 많은 청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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